-33- 오해(2)
서연이의 가녀린 어깨가... 들썩거린다....
순간.. 난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어? 서....서연이네.. 언제 왔어??"
당황해 하며 예진이가.. 어색하게 물었다..
"................"
서연이의 몸이 가볍게 떨리더니....
"아... 이래서 연락이 없었군요?.... 제가 방해.... 한거네요... 죄송해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나의 곁을 스쳐지나갔다...
난 마치 석고상처럼... 아무런 말도... 아무런 움직임 없이.. 그냥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오빠.. 안 쫓아가 봐도 돼??"
예진이의 말에... 난 다시 정신이 들었다....
"아니... 이미 늦었는걸...."
알고 있다.. 지금 따라가서 무슨 말을 한들.. 서연이의 귀에 들어올까.....
차라리 서연이를 지금은 보내주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나에겐.. 서연이도 소중한 사람이지만...
나와 함께 있어준.. 예진이도 역시.. 소중한 사람이지 않는가....
난 말없이 방문을 열었다....
젖은 머리칼을 수건에 말리던.. 예진이가.. 옆으로 다가와 앉더니....
자신의 가슴에 내 얼굴을 묻는다...
"고마워 오빠..."
"......."
"난.. 따라갈 줄 알았는데...."
".........."
"정말 고마워..."
서연이의 눈물이.. 잊혀지질 않는다... 조용하고 소침한 서연이었지만...
한번도 눈물을 보인적은 없었는데....
마음에 걸린다... 비록.. 예진이를 위해 서라면.. 잘 한 일이기는 하겠지만...
마음이 무거운건 어쩔수 없다...
'그래.. 예진이에게 충실하자.. 예진이 마음을 아프게 해서는 안되지....그래..잘한걸꺼야...'
애써.. 마음을 다잡고..예진이의 가슴팍에서 머리를 들고...
예진이의 입에 입을 맞추었다....
예진이는 눈을 감았고... 나도 눈을 감았다....
잠에서 일어나 보니... 또다시 찾아온 새벽이다....
예진이는.. 내 옆에서 곤히 자고 있다...
낮에 일이 떠오른다....
서연이... 집에 들어갔을까.....?
수화기를 들어.. 서연이 번호를 눌러보려다가... 손이 멈칫거린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통화버튼을 눌렀다....
"전화기가 꺼져있어.. 음성사서함으로 연결합니다..."
역시.. 서연이에겐.. 충격이었을 것이다... 나의 거짓말이... 오히려.. 더 큰 오해를
불러 일으켰으리라....
'아.. 차라리 내가 솔직했으면... 예진이가 놀러왔다고....'
내심 후회가 되었다....
꼬여만가는 나의 사랑에.. 나 자신도 지쳐감을 눈치챘다....
'욕심을 버리자.. 현재 나의 가장 가까이 있는 예진이를 생각하자...'
하지만..
그럴수록.. 서연이와의 적지만.. 이뻤던 추억들이 제법 조금씩 떠올랐다....
엠티때.. 아침햇살을 맞으며.. 함께 나눴던 이야기들...
서연이의 따뜻했던 손길도....
그 따뜻한 마음씨...
비를 고스란히 맞고 나를 일주일 넘게나 기다려 주었던.. 서연이....
이제.. 서연이도 하나의 추억이 되어야 하는걸까?...
이제 다음 학기가 시작하려면.. 2주 정도밖에 남질 않았다....
학기가 시작되면.. 서연이와 다시 학교를 같이 다녀야 하는데....
이런 불편한 관계로 다닐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오해는 풀어야겠는데...
도무지 해결책이 나오질 않았다...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고... 그 거짓말을 또 다른 거짓말을 낳겠지....
솔직히 말하는 것이 상책이리라... 하지만.. 과연.. 그녀가... 받아줄까?....
이것도 저것도 아무것도...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고....
그렇게 일주일이 흘러가 버렸다....
-34- 교환학생(1)
이제 방학도 일주일밖에 남질 않았다...
길다면 긴 여름방학.. 이제 그 종지부를 찍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서연이가 왔던 뒤로는...
예진이도.. 조금 행동에 조심하기 시작했다...
또 누군가가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르니까...
"여보세요??"
"아들.. 방학중에 한번도 집에 안오냐.."
"엄마.. 죄송해요... 그냥 여기 있다보니까 편해져서..."
"음.. 다음주부터 개강이지?"
"네.... 성적표는 나왔어요??"
"응.. 이번엔.. 2등이더라... 뭐.. 엄마는 그 정도로 만족한다.."
"아....그래요?? 죄송해요.. 다음엔 더 열심히 해 볼께요.."
"그래.. 너무 무리하진 말고... 뭐 특별한 일은 없지?"
"네.. 이제 수강 신청도 하구 그래야죠..."
"그래.. 방학중에 한번은 내려와...."
"네.. 시간 되면 한번 내려 갈께요.."
"오냐.. 또 전화하마~"
"네..."
이번 학기엔.. 2등이라... 아마도 서연이가 1등을 한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무슨 전화야?"
"엄마"
"그래??.. 하긴 나도 엄마 본지 오래됐네?"
"그치?? 그럼 우리 내일 집에 갔다가 다시 올까??"
"흐음.. 생각해 보고..."
"그래 그럼..."
오늘은 특별히 하는 일도 없고.. 티비 도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없어서...
그냥 방바닥을 뒹굴기로 했다....
마침 또 전화벨이 울린다...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
"뭐하니~~"
"아아~ 수정이구나~"
"응!! 뭐해뭐해??"
"그냥.. 집에 있지 모.."
"어?? 방학 안 했어?? 왜 안 오는거야..."
"미안미안.. 뭐좀 하는 게 있어서..."
"우익!! 너무 하잖아.. 나 안보고 싶어??"
"보고싶지... 핫핫..."
예진이의 눈이 나를 흘긴다...
'죽고싶냐?? 어떤 기지배길래 실실 웃는거야??'
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이번에 영권이랑 너랑 같이 바닷가 가려고 했는데.."
"아...그랬어??"
"응.. 너 올 날만 손꼽아 기다렸는데.. 정말 너무하잖아..."
"아이고 미안해서 어떡하냐..."
"쳇.. 어쩔 수 없지... 겨울방학은 언제 해??"
"음.. 12월 초쯤에??"
"그럼 그때는 스키장 가쟈.."
"스키장?? 좋지~~~"
"좋았어~ 약속한 거다 너!!"
"그래그래.. 꼭 같이 가자.. 헤헤..."
"알았어~~ 그럼 나중에 또 전화할게... 손님왔어~"
"응.."
"사랑해~ 친구~ 쪽~"
"으..응"
예진이가 내 볼 살을 꼬집는다....
"우씨!! 뭐야!! 너무 다정스럽게 전화 하는거 아냐??"
"아..아냐.. 친구야 정말.."
"우씨!! 죽었어!!"
침대 위에 누워있던 나한테 달려든다.....
"어어.. 간지러워.. 하지마.. 캬하하하..."
"어때어때.."
"잘못했어... 캬하하.. 하지마 하지마..."
실컷 장난을 다 치고서야.. 예진이는.. 침대에 걸터 앉아 꽤나 진지한 말투로...
"안되겠어.. 나 내일 과 사무실 좀 다녀올게..."
"왜??"
"교환학생 취소하러..."
"정말로 취소 할꺼야??"
"응"
"하하핫.. 잘됐네... 뭐 그럼 나야 좋지~~"
"음.... 도저히 불안해서.. 안돼..."
"뭐가??"
"나 없는 사이에.. 분명 오빠한테 무슨일이 생길 것 같애..."
"내가 애냐?"
"음.. 그래야 겠어... 취소하러 내일 다녀올게..."
"(땀)"
예진이는 사뭇 진지하게 내 눈을 바라보더니.. 다시금 풀린 눈으로...
나를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까르르륵.. 간지러~~ 하지좀 마..."
"죽었어!! 너...오늘 내가 덮쳐버려야지...묘홍홍홍.."
서로 장난치며 놀다가.. 체력이 바닥나버렸다...
"오빠.. 나 배고파...."
시계를 보았다..
"어 벌써.. 8시네.. 저녁도 안 먹었는데..."
"그래?? 그럼 오빠 비디오 빌려와라.. 그 동안 내가 라면 끓여놓을게..."
"라면이라니.. 밥해!!"
"나 밥할줄 모른단 말야..."
"흐음.. 그래 라면이나 해라... 너한테 뭘 바라냐..."
"칫..."
예진이를 가볍게 끌어안고는 이마에 뽀뽀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후덥지근한 날씨가.. 조금 짜증났다....
비디오가게에 들어가.. 이런저런.. 비디오를 살펴보다가 하나를 빌려 나왔다....
막상.. 그냥 비디오만 덜렁 들어가기 뭐해서...
근처의 제과점에가.. 케잌을 하나 샀다...특별한 기념일은 아니지만...
그냥... 모처럼 분위기를 내볼까해서....
어둑어둑한 거리...
서늘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면..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집 앞에 다가서는데...
낯 설은 차 한대가 서있었다....
'뭘까?...'
불길한 기운이 나를 감쌌다......예전이 악몽이 되살아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