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Ps. I Love You...
입원중인 나는 독방에 갇혀..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이제 내일이면.. 예진이도 떠나는 날이다... 그리고.. 개강하는 날 이기도하다...
나도 서둘러 퇴원수속을 밟았다...
이런 답답한 곳에 오랫동안 머무는 건 질색이다....
마지막으로 병원에서의 하루....잠을 이루려 했지만... 잠도 그리 쉽게 오질 않았다....
때늦은 밤... 더 이상.. 병실에 면회도 되지 않는.. 그런 시간...
어머니도 그 누구도.. 나 외엔 존재하지 않는 이 방안....
삐그덕...
문 열림에.. 흠칫 놀랬다....
눈을 감았다....
사람 하나가.. 내 방안으로 들어왔다....
'도..도둑인가'
소리를 지를 수도 없었다... 그저.. 실눈을 뜬 채.. 그 사람의 행동 하나하나를
관찰하는 것 외엔....
내 쪽으로 살며시 다가온다...
혹시를 대비해.. 주먹을 움켜쥐고.. 계속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내 쪽으로 다가온 그림자는....
살며시... 내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
이.. 향기... 어디선가 익숙한 향기다....
"바보... 이렇게... 아플거면서...."
"..........."
"왜... 왜가라고 했어... 바보야...."
"..........."
"나.. 내일 간단 말야.... 가기전에.. 마지막으로 오빠 보고싶어서 왔어...."
"..........."
"나....생각.. 정말 많이 해봤거든....."
"하루 사이에 변한 오빠를 난 이해할 수가 없어..."
"분명.. 오빠는 무슨 일이 있던거야.... 그치??"
"거짓말 한 거지?? 오빤.. 그럴 사람 아니잖아..."
"............"
"아니.. 그게 정말 사실이더라도... 나 거짓말이라고 믿고 갈래...."
"난.. 정말 오빠를 믿는단 말야...."
"............"
"오빠랑 있던 시간들이.. 참 꿈만 같아...."
"............"
"오빠랑 했던 하나 하나가.. 다 추억으로 남을거야...."
"............"
"오빠가 거짓말을 한 이유...
"정말....궁금하다...왜 그랬는지....
".........."
"그건.. 다녀와서 들을게..."
"오빠가.. 그걸 바라는 거 같으니까...."
"..........."
"하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 간호사 언니한테.. 부탁 부탁해서 온 거거든..."
"항상.. 아프지 말고.. 건강하고...."
"..........."
내 머리를 어루만지던... 예진이의 손은.... 입술에서 멈췄다....
"훗....그리고... 사랑해...."
"........."
예진이는.. 그 말을 끝으로.. 자리를 일어나.. 조심스레 밖으로 나갔다....
철컥...
문이 닫히는 순간.. 나의 감은 두 눈은 다시금 떠졌고....
일어나 창 밖으로... 다가갔다....
검은 에쿠스 한 대가... 예진이를 반긴다... 예진이의 눈은.. 5층의 내 병실을 향한다...
난 급히 몸을 피했다....
그리고.. 천천히 다시 창 쪽으로 다가설 때...
에쿠스는.. 다시는 오지 못할... 길을 따라... 떠나고 있었다.....
난 뒤늦게.. 차창 밖을... 어루만지며....달빛에 가려진.. 내 눈물을 뿜어내고 있었다....
'조심히 다녀와.... 너 역시.. 항상 건강하길 바란다.....'
이것이 예진이와의... 마지막 이별이었다....
-40- 개강
병원에서 퇴원수속을 밟았다... 어제의 일이.. 눈앞에 선하다...
지금쯤이면.. 예진이는.. 출발할 준비를 하고있겠지....
퇴원 하는 날.. 현정이가 찾아왔다....
"오빠... 미안해요.. 제가 좀 늦었죠...늦게 소식을 들어서요..."
"풋.. 미안하긴.. 나야말로... 고맙다.. 이렇게 와줘서..."
"몸은 괜찮아요??.. "
"내가 허약한 놈은 아닌데... 요즘 자꾸 병원 신세를 지네.."
병원에서 현정이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 때 쯔음...
"아뿔싸!!!!"
"왜요??"
"나!!! 수강신청 안 했어..."
"헉..."
"큰일났다.. 어쩌지??"
"벼..별수 있나요?? 오늘 해야지..."
"크윽... 깜빡했어... 젠장.."
부랴부랴.. 병원에서 나와.. 현정이와 함께.. 근처의 PC방으로 들어갔다....
"현정이 넌.. 뭐 신청했어??"
"저... 심리학의 이해랑.. 이것 저것..이요.."
"음... 일단 전공은 다 신청해두고.... 교양이 문젠데..."
"흐음.. 시간이 없는데.. 빨리 결정하세요..."
"심리학의 이해라...."
"어?? 3명 남았어요... 얼른 그냥 신청해요!!"
"에이.. 모르겠다...."
[심리학의 이해 수강신청이 완료되었습니다]
"아싸!!"
난 방긋 웃으며.. 현정이를 돌아봤고.. 현정이도 씨익 웃었다..
"오빠.. 하나는 뭐 들을 거예요???"
"글쎄...."
"음.. 이거 어때요??"
"윽.. 난 음악은 좋아해도... 클래식 쪽은 아닌데.."
"어쩔 수 없어요... 수강인원이 남는 게 이거밖에 없는데..."
"에구.. 이번 학기는 망했네..."
"에이.. 오빠 공부 잘하잖아요.. 뭘 걱정해요.."
"잘하기는.. 일단 신청해둬야겠다...."
드디어.. 2학년의 절반도 지나가고... 남은 2학기가 시작이 되었다....
예진이가 없는 이 학교....
서연이와의 오해는.. 서로에게 말 한마디 건내지 못할 정도의 사이로 전락시켜버렸고...
1학기 초 처럼.. 난 맨 앞자리에... 앉았다...
입버릇 처럼.. 항상 새 학기가 시작되면.. 말하시는 교수님의.. 뻔한 스토리를...
가볍게 무시해버리곤...
난 주변을 살폈다..
'아직.. 서연이가 안 왔네....'
교수님이.. 출석을 부르기 시작한다....
"김창현.."
"넵!"
"YY"
"네..."
"스댕"
"........"
"스댕??"
"예??아.. 예..."
"딴 생각 하면 죽는다...."
"네...(땀)"
............
...........
"이서연"
".........."
"이서연 안왔나??"
덜컹...
"와...왔어요...헥헥.. 조금 늦어서 죄송합니다..."
문 소리에 놀라.. 뒤쪽의 문을 고개를 돌려 쳐다보았다....
헉!!
서연이가... 화장을 했다.....
그리곤.. 머리도... 잘랐다... 아주 길어서.. 허리까지 내려오던...
그 생 머리를 자르고... 어깨정도까지만.... 자르니까 더 세련되 보이고.. 훨씬 예뻤다...
무엇보다도.. 놀란 건...
정말.. 화장한번 한적 없던.. 서연이가... 마스카라.. 볼 터치... 등등.....;;
엄청난 대 변신을 이룩하고 나타난 것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과 전체 그리고 교수님까지.. 입을 벌리고.. 서연이를 바라봤고....
서연이는.. 고개를 숙이고.. 얼굴만 빨갛게 달아올랐다....
조심스레 창현이가... 입을 열었다...
"와.. 너.. 지..진짜 예쁘다..."
"어..?? 고.. 고마워..."
덩달아.. 이놈 저놈... 죄다 실실 웃으며.. 서연이를 바라봤다.....
강의실 안이 어수선해지자... 욱하는 마음에...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야!! 교수님 계신데... 뭐 하는 짓들이야!! 조용히 안 할래???"
아이들은 마지못해.. 시선을 돌렸고..
서연이의 눈이 나의 눈과 마주쳤다....
하지만 애써 내가 먼저 고개를 돌려버렸다......
술렁술렁 대던.. 분위기는.. 내 외침 한마디에.. 조용해졌다....
"고마워요.. 스댕군...후후.."
"......"
"이서연??"
"네..네?"
"왜 늦었지??"
"아.. 죄송해요.. 조금 늦게 일어났어요..."
"그래... 화장을 하느라 조금 늦었나보군..."
".....죄송합니다....."
"아뇨...예뻐서... 한번 놀려 본 거예요.....하하하하...."
교...교수님...
교수님의 웃음소리에... 다시 술렁대기 시작했고....
애써 나만.. 고개를 쳐 박고 관심 없는 척을 해봤지만....
변한 서연이의 모습이... 낯설기도 했지만.. 뛰는 가슴은
나도 어쩔수 없는...
남자라는 걸 여실히 증명해 보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