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선물의 의미..
집으로 돌아온 나는.. 한참동안이나.. 서연이의 선물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보고있었다...
'대체 이 선물은 왜 나한테 준걸까?....'
'그리고 나의 생일은 어떻게 알았을까....'
'대체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거지??'
'자신을 후배로 생각해달라는 말일까..??'
수많은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지고 있는 중이다... 5개월 동안.. 잘 지내던 서연이가..
갑자기 왜?? 나에게.. 선물을 줬으며....
먼저 말을 걸었던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는 행위였다..
생각은 그만 접고... 선물을 풀어보기로 했다..
선물상자 안에는.. 보기만 해도.. 꽤나 값이 있어 보이는.. 시계가 들어있었다....
괜시레 부담이 되었다....
하지만.. 나의 손목은.. 시계를 강렬히 요구하였고..
난 그런 손목의 요구를 충족시켜주었다...(긁적긁적)
씨익 한번 웃고... 서연이에 대한 생각을 잠시 접기로 했다...
왜냐하면 일단... 집으로 가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었으니까....
짐을 챙기고... 문도 잠궜다....
겨울인지라.. 시간이 6시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뉘엿뉘엿 해가 지고 있다...
잠시 현관 앞에 서서.. 유유히 흘러가는 구름을 쳐다보고....
담배를 한 모금 피웠다....
저번 중간고사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아.. 어머니께 내심 죄송하긴 했지만...
그래도.. 기말고사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고....
어머니 볼 면목이 생겼다..
이윽고 내 손에서... 담뱃재가 튕겨져 나가는 동시에.. 나의 발걸음도...
버스터미널로 향하고 있었다....
K대 정문...
K대의 유명하고도 넓은 호수를 지나쳐 가다보면.. 정문이 보인다....
옛날 지나와의 추억이 꽤나 많았던 장소인.. 호수....
그 길을 따라.. 천천히... 걷고 있었다....
석양의 빛을 온몸에 감싸며... 마주 보고 있는 두 남녀를 발견하곤..
나도 모르게 몸을 숨겼다....
"나.. 오래 전부터 생각했는데... 널.. 정말 좋아해.. 나랑 사귀어 줄래??"
수줍게 고백하는.. 남자의 마음을.. 과연 저 여자는 받아줄까?...
나도 모르게 피식 웃으며... 한두 발자국 걸어가며... 여자의 얼굴을 살폈다....
근데... 어디서 많이 본듯한 얼굴이다.. 저 남자....
그리고.. 저 여자의 옷... 왠지 아까 본 서연이가 입고 온 옷과.. 비슷하다...
어...어라...
고개를 갸웃 내밀고... 여자의 얼굴을 살폈다....
젠장!!
서연이었다...
나무에 황급히 몸을 숨기고... 서연이의 대답에... 귀를 기울였다....
심장이 요동치고... 마른침만 꿀꺽 삼켰다....
쉽게 서연이는 말을 하지 못했고... 그 남자만... 속이 타는지.. 연신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
땅만 바라보던.. 서연이가 이윽고 머리를 들어올렸고...
난 나무 뒤에 숨어.... 서연이의 말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심장은.. 아까의 두 배로 뛰기 시작했고.. 목이 메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서연이가 나의 존재를 눈치챌까 두려웠고....
혹시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될까봐.. 눈도 질끈 감았다...
"이제.. 대답 해 주는 거야??"
남자의 보채는 듯한 말투가 들린다....
"응...."
"........."
"미안해... 우리 그냥 친구로 지내면 안될까??"
"..................."
"친구사이를 깨버리기 싫어.... 미안해......"
"너...그 사람 때문에 그래??"
"..........."
"그 사람보다 내가 더 너한테 잘해줄 자신 있어... 나 믿어줘...."
"............."
"그래.. 너 말대로 너가 더 잘해줄지도 몰라... 하지만...."
"........."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그 사람이야..... 변하지 않아....."
"...........서연아..."
"미안해.. "
"후회 할꺼야... 너 후회 할꺼라고!!"
"아니... 후회안해... "
".............."
서연이는 씁쓸하게 웃으며 그 남자를 달래주었고.. 남자도.. 끝까지 서연이를 설득해
보려했지만.. 서연이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난 태연한 척 걸으며... 서연이의 말을 되뇌어 보았다...
[후배로써..라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그 사람이야...]
다른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가??.... 결국엔 나로부터 조금씩 더 멀어지려 하는 건가...
난....길에 멈춰서... 손목을 바라보았다....
"이걸 내게 준 의미가 뭐야?...."
난 조용히 마지막으로 나 자신에게 물었고.... 쓰라리고 아픈 가슴을 이끌고....
집을 향해 떠났다...
#51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너무도 힘이 들었다....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자신의 목적지를 알고 정확히 갈 수 있는.. 저 비행기처럼....
그 안에 지나도 타고 있었겠지....그리고 자신의 목적지를 알고 그렇게 살고 있겠지...
목적지를 모른 채.. 하늘을 방황하는.. 나와는 다르게....
이젠... 예진이도.. 서연이도 다 싫다.....
'지나야...'
'나.. 너무 힘들다....'
나의 짓눌린 어깨를 들춰주던.. 지나...
'힘들었어도... 너랑 있을 때가 정말 좋았었구나....'
축 처진 어깨를 힘겹게 이끌고.. 도착한 나의 집....
어머니와 아버지는 어딜 가셨는지 보이시지 않았다....
대충 짐을 정리하고...
샤워를 했다... 오디오를 크게 켜놓고....
M-street 노래가 흘러나왔다....
"...Oh.. my love.. I don't wanna go far away~~내 영혼까지 갈수있죠"
물소리와 함께... 흘러나오는 음악은... 나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젠장.."
여자 때문에.. 이러는 내가 너무 싫다....
그 까짓게 뭐가 그렇게 대수라고... 이젠 지긋지긋하다.....
그래.. 딱 한번만 마지막으로 울고... 다시는 이런 일 없을거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물소리에 감춰진 나의 눈물은... 쉴새없이 쏟아져 흘렀다.....
그렇게 한없이 눈물을 흘리고서야.. 나는.. 마음이 조금은 후련했다...
"여보세요...?"
"나..."
"앗!! 스댕아!!"
"그래.. 오랜만이네.. 잘 지냈니?"
"그럼~~ 어쩐 일이야??"
"어.. 나 너랑 약속 지키려고.. 집에 왔어.."
"정말?? 헤헤... 잘 왔어.. 있다가 밤에 영권이 호프집으로 와..."
"그래.. 처음가보네... 미안하게.. 개업했을 때 가봤어야 했는데..."
"아냐.. 괜찮아.. 영권이에게 연락은 했어??"
"아니.. 아직은..."
"그래... 그럼 우리 이따 보는거야??"
"그러자.. 9시쯤 갈게..."
"응...그리고.. 오랜만에 나랑 데이트도 하는 거지??쿡쿡.."
"그래..시간 날 때 연락해..."
"방학은 언제까진데??"
"내년 3월까지..."
"우아~~ 3달이나 되네.. 좋았어!!~~"
" 그래.. 그럼 이따 보자..."
"응!!"
전화를 끊고.... 영권이가 참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좋겠다.. 영권이는...이렇게 이쁜 여자친구도 있구....'
아!! 이젠 이런생각 안하기로했지.....
마땅히 시간을 보낼곳도 없고해서... 근처의 PC방에 갔다...
자리를 하나 잡고....
컴퓨터를 켰다... 벅스뮤직에 가서 나만의 앨범을 틀면...
첫 번째 곡은 항상... "M-Street"노래다....
음악을 들으며... 이 메일을 확인했다...
아니나다를까.... (별표)방학 잘 보내세요..!!(별표)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별표)방학 잘 보내세요..(별표)
벌써.. 방학이네요... 스키장 가신다는 겨울방학 스케줄은.. 아직도 그대로 신가요??
헤헤.. 저도 스키장을 갈 것 같답니다....
부모님이랑 이지만요... 핫핫...
뭐하면서 지내실 건가요?? 가끔은 이 메일도 쓰시고 소식도 좀 알려주세요..
걱정 덜하게...쿠쿠...
요즘은.. 슬픈 음악을 자주 찾게 되요....
요즘 슬픈 일들이 너무 많아서... 음악을 들으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곤 하거든요...
사전에서 찾아보니 이런 현상을 카타르시스라고 하더군요..쿡쿡
이제 내년이면 이제 3학년이 되네요...
꿈만 같아요.... 벌써 3학년이라니... 오빠도 조금은.. 앞날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시겠네요...
원래 오빠가 생각이 좀 깊잖아요...후후..
생각이 깊은 오빠니까...
모든 일에 후회 없이 잘 하실 거라 믿어요.....
꿈도.. 미래도...
그리고 사랑도.....
힘내세요... 항상 오빠 곁에는 이렇게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파이팅!!
웃음도... 이젠 나질 않는다...
고마운 말이다... 너무 힘이 되어주는 말인데... 전혀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답장을 그냥 인사치례 정도로만 보내고....
9시까지 시간을 때웠다...
얼마지나지 않아.. 9시가 되었고... 난 영권이의 호프집으로..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