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트롤의 원인은 뭘까?
LOL에서 트롤 문제가 심각하다는 건 유저라면 누구나 알고 있죠. 게임을 하면서 욕이나 막말하는 걸 보는 건 그냥 일상, 잠수나 고의로 죽어주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LOL이 아니라도 어떤 게임이건 트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만, 문제는 LOL에서만 이런 트롤이 너무 흔하고, 줄어들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렇게 트롤이 많은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말이 있는데요.
먼저, 10대 청소년이 문제라고 하는 유저가 있는데, 이건 전혀 근거가 없습니다.
그저 트롤하는 유저를 보고 '저 놈은 아마 10대일꺼야'라고 생각하는 것 이외에 게임 내에서 유저의 연령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LOL의 GM이 성인 서버를 따로 만들어달라는 어떤 유저에게'연령대에 상관없이 트롤의 비율은 비슷하다'고 답변했습니다. 만약, 10대 유저가 트롤의 근원이라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다른 전체 이용가~12세 이용가 게임 모두에서 LOL처럼 트롤이 넘쳐나야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분명히 GM이 이렇게 답변을 했음에도 이후에도 성인 서버를 만들어달라는 글이 계속 올라오다보니 GM이 성인서버 만들어달라는 글에 댓글 달아주기를 포기한 듯.)
LOL과 같은 DOTA-like,MOBA 장르인, 팀으로 하는 게임은 특성상 원래 트롤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말도 있었는데요.
그게 사실이라면, LOL하고 비슷한 게임인 아발론, 로코, 카오스 온라인, 도타2 등의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로 트롤이 난무했어야 하는데 이 게임들에서는 LOL처럼 트롤 문제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유난히 LOL에서만 문제가 심각합니다.
'시즌3에서 티어 강등이 없기 때문에 5단계 0LP인 유저들이 걱정없이 트롤을 한다. 그러니 시즌4에 티어 강등을 시키자'고 생각하는 유저들이 많은 것 같은데요. 시즌3에서 처음 시작한 분은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티어가 등장하기 전인 시즌2에도 트롤 문제는 심각했습니다.
지금의 시즌에서 굳이 남의 티어 승급을 막기 위해 트롤할 유저라면, 만약 시즌4에 티어 강등이 생기면 오히려 누군가가 이번 판에 지면 티어가 강등되는 경우 남을 강등시키기 위해 트롤을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시즌3때는 승급전때만 트롤이 있었는데 시즌4에는 승급전, 강등전 둘 다에 트롤이 있으니 더 짜증난다. 그냥 시즌3때처럼 티어 강등을 없애달라'고 하겠죠. 그러다가 예전 일 까먹고 시즌5에서 티어 강등을 또 없애달라고 하고, 시즌6에서는 또 까먹고 또 티어 강등 만들어달라고 하고. 어?
간단히 말해서, 티어 강등이 생기건 말건 기존에 트롤하던 놈들은 계속 트롤을 하게 될 거라는 말입니다.
또, 현재의 트롤은 단지 5단계 0LP유저만이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그 외의 경우에도 비일비재합니다.
사실 이렇게나 트롤 문제가 심각한 건 비정상입니다. '정상적'이라면
트롤을 한다
→다른 유저가 트롤한 유저를 신고한다
→트롤한 유저가 처벌을 당한다
→트롤했던 유저가 게임에서 쫓겨나거나 트롤을 안 한다
→일반 유저들이 트롤이 줄어들었다고 느낀다.
이렇게 되어야합니다.
실제로도 다른 게임에서는 LOL만큼 트롤 문제가 심각하지 않습니다.
LOL에서 트롤이 줄어들지 않는 것은 이 과정 중 어딘가에서 문제가 있기 때문이겠죠.
2.너무 불편한 신고 절차
게임이 끝나면 나오는 흔하디 흔한 게임 결과창입니다.
신고하기 표시는 게임이 끝나고 오른쪽 귀퉁이라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위치인데다가, '신고하기'라는 글자조차도 없고 그냥 느낌표로만 표시되기 때문에, 못보고 지나치기 쉽습니다. 그에 비해서 홈으로나 한판 더 하기 표시는 글자도 제대로 써있고 표시된 크기도 훨씬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웬만큼 적극적이지 않은 이상, 꽤 많은 유저들이 트롤을 당해도 신고를 하지 않고 그냥 나가게 됩니다.
게다가, 게임 결과창 외의 다른 방식으로는 신고가 불가능합니다. 결과가 나온 순간에만 가능하기에, 순간적으로 신고하는 것을 깜빡하고 게임 결과창을 닫아버렸거나, 의도치 않게 튕긴 경우, 아무리 피해를 받아서 자신이 그 트롤 유저를 신고하고 싶어도 신고가 불가능합니다. 스샷을 찍어서 1대1 문의로 신고해도, '게임이 끝난 때의 신고하기를 통해 신고하라'는 말 뿐, 절대로 GM이 직접 신고를 받아주지 않습니다.
타 온라인 게임은 이런 트롤 유저 역시도 GM을 통해 신고할 수 있지만, LOL은 특이하게 온라인 게임에서 GM이 트롤 유저 신고를 받지 않습니다. 게다가, 다른 게임에서는 GM을 통해 트롤 유저 신고를 하면, 당연히 처벌했는지 아닌지의 결과도 답변을 통해서 알려줍니다. 그러나, LOL에서는 처벌 결과를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저들은 신고를 해도 신고한 유저가 처벌되었는지를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유저들은 신고해도 그 결과를 체감할 수 없어서 트롤 유저의 신고율이 떨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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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너무 까다로운 처벌 기준
자, 신고 결과를 알려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신고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게임이 끝난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눈에도 잘 안 띄는 조그만 버튼을 누르는 수고를 해서 공명라이엇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무사히 신고를 했다고 해봅시다.
그렇게 신고해서 트롤 유저가 사라졌으면 좋겠는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신고만 어려웠으면 좋은데, 라이엇 게임즈는 처벌도 너무 까다롭게 합니다.
시즌2에서 유저들이 제발 빨리 배심원단 제도를 도입해달라고 하고, 배심원단 제도가 생기면 트롤이 많이 줄어들거라 기대했던 적이 있죠.시즌2를 했던 분은 기억할 겁니다. 그렇지만 배심원단이 생긴 이후에도 실제로 트롤에 대해 별다른 개선 효과가 없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 전에, 유저들이 배심원단을 도입하면 트롤이 해결될 거라 생각했던 이유를 제가 짐작해봤습니다.
유저들은 신고한 '개별' 게임이 곧장 배심원단으로 넘어가서 배심원에 의해 유, 무죄를 판결받을 수 있을거라 기대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유죄라고 생각되는 유저에게 즉각적으로 처벌을 할 수 있다면, 트롤이 줄어들거라 기대한 거죠.
그렇지만, 실제 배심원단 제도가 도입되고 보니, 배심원단으로 넘어오는 데에도 일정한 신고 횟수가 누적되어야했습니다.
배심원단 제도 이전의 시즌2의 처벌 방식은 이랬습니다.
일정 수의 신고가 누적됨→GM 확인→제재
그렇지만, 배심원단 도입 이후는
일정 수의 신고가 누적됨→배심원단 평결→GM 확인→제재
이렇게 바뀌었을 뿐이죠.
유저들의 기대와는 달리, 배심원단 제도에서도 어떤 유저가 회부되는데에는 상당수의 신고 횟수가 필요하다는 점은 똑같았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배심원단 도입 이후에도 유저들이 기대했던 처벌이 강화되어서 트롤 유저가 줄어드는 효과는 별로 없었습니다. 유저들은 이미 거의 유죄가 확정된 사건에 대해 거수기 역할만 했을 뿐이죠.
(배심원단에서의 유죄비율은 약 98% 전후, 이게 배심원단이 막 유죄를 때려서 억울하게 유죄 받은 사람때문에 98%인 게 아니라 배심원단에서 확인하는 게임이 5게임이나 되니까 그 중 최소 1게임은 유죄라고 볼만한 게임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높은 겁니다.)
특정 유저가 배심원단에 회부되기까지의 정확한 조건은 라이엇게임즈에서 비공개하고 있기 때문에 알 수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신고가 누적된 이후에야 처벌을 시킨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트롤을 한 번 했을 때 처벌했다면 몇 명의 피해로 끝났을 일을, 여러 번 반복해서 수많은 피해자가 생긴 뒤에야 뒤늦게 처벌한다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4.너무 느린 배심원단에서의 사건 처리 속도-현재의 배심원단 제도는 실패다.
배심원단에 아무리 많이 참여를 해봤자 얻는 이득이 없고, 트롤 유저가 줄어든다는 체감도 별로 없어서 그런지,
배심원단에 참여하는 유저의 수는 별로 없습니다.
그나마 이 소수의 유저들이라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트롤 유저를 적극적으로 처벌할 수 있다면 다행인데,
라이엇 게임즈는 1인당 1일 20건에 대해서만 평결이 가능하게 막아놨습니다.
저조한 배심원단 참여 인원, 1인당 제한된 배심원단 참여 횟수 그 결과는...배심원단에서의 평결이 엄청나게 늦어지게 됩니다.
이 건의 경우
2013년 3월에야 5게임에서 신고가 누적되어 회부된 사건인 것 같은데(가장 늦게 한 게임이 2013년 3월이니), 저는 10월(이글을 쓴 이번 달)에 배심원단에서 이 사건을 볼 수 있었습니다.'7달이 지나서야 처벌이 되었다'라고 해도 아주 늦은 겁니다만, 7달이 지났는데도 아직 배심원단에 남아서 유저들이 유죄인지 무죄인지 판결을 내려주길 기다리고 있었다는 겁니다.
앞으로 몇 명의 배심원단이 더 참여해야 GM에게 넘어갈지, 그리고, GM이 확인을 하고 제재를 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 사건은 다른 사건에 비해 유별나게 오래된 사건이긴 하지만, 1달 이상 처리가 안 된 사건은 꽤 흔한 편입니다. 1~2주만 지나도 게임했던 기억이 가물가물해지는데, 이렇게나 오래된 사건가지고 뒤늦게 처벌을 해 봐야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요?
트롤 유저 입장에서 생각해보죠. 어떤 트롤 유저가 몇 달동안 트롤를 하다가 2~3달 전에 트롤을 한 것 때문에 3일 정지를 받았다고 해봅시다. 이미 오랫동안 트롤이 습관이 된 유저가 어쩌다 한 번 3일 계정 정지를 당했다고 욕하거나 게임을 던지는 일을 갑자기 끊을 수 있을까요? 2~3달 동안 해왔던 태도를 갑자기 바꾼다는 게 쉬울까요?
설사 실제 트롤을 했던 2~3달 전 혹은 그 이전의 기록를 보여준다고 해도, 그 때 일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을까요?
아무리 현재의 처벌이 느슨하다고 해도 몇 달에 걸쳐서 수백 게임 정도 트롤을 하면 영구 정지가 되긴 할 겁니다.
그렇지만, 영구 정지가 될 때까지 그 트롤 유저와 같은 팀이었던 수천 명의 유저는 무슨 죄죠?
좀 더 빨리, 즉각적으로 처벌했다면 피해를 받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말이죠.
'응? 5게임 트롤하면 1번 배심원단에 회부되니까 25게임만 트롤하면 영구정지 되는 거 아님?'이라고 생각을 하는 분이 있을 수도 있는데요. 유저들의 신고 정신이 투철해서 트롤이 나올 때마다 100% 신고를 하고, 배심원단이나 GM이 며칠 이내로 빠르게 처리한다면 그 말이 맞겠지만, 위에서 설명했던 신고하기 어려운/안 하게 되는 여러 가지 이유들 때문에 어떤 유저가 어떤 게임에서 트롤을 해도 신고한 유저가 아무도 없어서 트롤이 없던 게임으로 기록될 수도 있고, 아무리 신고를 많이 받았어도 배심원단에서 몇 달 정도 처리가 늦어지는 동안에는 그 트롤 유저는 자유롭게 트롤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25회보다는 훨씬 많은 횟수의 트롤을 하고 난 뒤에야 영구 정지를 받게 됩니다.
이렇게나 배심원단 평결이 늦어지고, 트롤 유저에 대한 처벌이 늦어져서 정상적인 유저가 피해를 받고 있는데도 라이엇 게임즈는 이 문제를 오랫동안 방치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신고된 5게임 중 1게임만 트롤을 했고 나머지 4건은 허위 신고인 경우와 5게임 모두에서 트롤을 저지른 유저의 처벌이 동등하다는 문제나, 트롤 수준에 따라 처벌을 다르게 할 수 없는 등, 배심원단 제도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있죠.
5.문제점 정리
①게임이 끝난 잠깐의 순간 이외엔 트롤 유저 신고가 아예 불가능하다.(트롤 유저는 GM이 직접 제재하는 불량이용자가 아니라고 함)
②신고 아이콘이 ''한판만 더'에 비해서 크기도 눈에 띄지 않게 매우 작게 만들고, 위치도 오른쪽 구석에 위치한 다른 여러 아이콘 사이에 끼어있으며, '신고하기'라고 글자가 써있지도 않아서 유저들이 못 보고 지나치기 쉽게 만들었다.
③신고에 따른 처벌 결과를 알려 주지 않아 유저의 신고 의욕을 떨어트린다.
④신고하기도 까다로운데, 배심원단에 넘어가기까지는 또 많은 횟수의 신고 누적이 필요하다.
⑤배심원단에 참여하는 유저 수가 적어서 배심원단에서 사건이 처리되는데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라이엇 게임즈는 이를 방치하고 있다.
한 가지 정도면 우연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렇게나 트롤을 처벌하기 어려운 점이 여러 가지가 있는 걸 보면,
라이엇 게임즈에서는 트롤 유저를 보호하기 위해서 고의적으로 트롤 유저를 신고, 처벌하기 까다롭게 만들었다
라고밖에는 안 보입니다.
정말 라이엇 게임즈는 무슨 생각인 걸까요?
가끔 기분 좋고 게임이 잘 풀리면 정상적으로 하긴 하지만 기분 나쁘면 얼마든지 욕하고 막말하고 탈주하고 고의로 상대팀에게 죽어주거나 하는 걸 반복하면서 이렇게 하는 게 습관이 된 트롤 유저들에게 '매너를 지킵시다! 매너가 좋으면 승률이 높아집니다!' 라고 캠페인을 하고 동영상을 만들어서 보여주기만 하면 이 유저들에게 없던 도덕심이 생겨서 마음을 고쳐먹고 매너 유저가 되는 기적이 생길거라고 기대하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이딴 캠페인 하고 동영상 만들어봤자 크게 효과가 있을 리는 없지만, 유저들이 트롤이 많다고 뭐라고 하니까 가만 있기는 뭐하니 그냥 대충 뭔가 하는 척만 해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어떤 유저가 10게임 중에서 1~2게임 정도 트롤을 해서 문제라고? 그 정도야 기분 나쁘면 할 수도 있는 거지 뭐 그런 걸 가지고 호들갑이야? 트롤 당하면 기분이 좀 짜증나긴 하겠지. 그렇지만 너네들 어차피 게임하면서 트롤 좀 만난다고 게임 때려칠 생각 없잖아? 그러니 트롤 몇 번 당해도 트롤 안 하는 착한 네가 참아라. 꼬우면 너네들도 트롤하던지.'라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계정 정지를 시키면 유저 수가 줄어들어서 수익이 줄어드니까 하기 싫지만, 그렇다고 공식적으로 트롤 제재를 전혀 안 한다고 할 수는 없으니 처벌 기준을 까다롭게, 처벌 시기는 늦춰서 처벌하자'는 생각인 걸까요?
알 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