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사 그 너머의 이야기, 개발팀과 성우가 만든 '오버워치' 영웅들

인터뷰 | 강승진 기자 |
블리자드는 어느덧 출시 10년이 된 오버워치라는 프랜차이즈의 대대적인 재정비를 알렸다. 1년 단위로 진행되는 대규모 내러티브. 스토리가 또 하나의 중심이 되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 게임과 이야기의 연결성. 대대적인 개편과 개선까지.

2026년을 오버워치라는 게임의 전환점으로 삼은 개발팀은 이름까지 '오버워치2'에서 '오버워치'로 바꾸며 장기적인 계획과 끊임없는 성장을 예고했다.

이번 인터뷰는 1시즌에 추가되는 첫 다섯 영웅에 포함된 엠레 성우 케렘 에르딘, 안란 성우 파리하가 내러티브 디자이너 조시 장과 함께 내러티브와 캐릭터 구축을 이야기했다. 성우들은 녹음 과정에서 높은 창작 자유도와 의견 교환을 통한 캐릭터 완성을 언급했고, 조시 장 디자이너는 1년 단위의 대규모 내러티브와 입체적 서사를 자신했다. 블리자드 35주년 기념 쇼케이스의 더 많은 내용은 하단 관련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대사 녹음 과정에서 디렉터의 방향과 본인의 해석이 달랐거나, 혹은 새로운 해석으로 연기 방향이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케렘 에르딘= 블리자드와의 작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지금까지 경험한 그 어떤 작업보다도 협업의 밀도가 높았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성우 작업은 디렉터와 엔지니어 중심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엠레의 목소리를 녹음할 때는 이들 말고도 내러티브 디자인, 코믹스 담당 편집팀 등 다양한 부서가 찾아와 이들과 직접, 지속해서 소통할 수 있었다.

몇 달에 걸친 녹음 과정 동안 우리는 끊임없이 캐릭터와 스토리에 대해 대화를 나눴고, 그 덕분에 초반부터 캐릭터의 방향성이 명확하게 정리될 수 있었다. 그래서 의견 충돌이 거의 없었고, 모두가 같은 생각, 의견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블리자드는 대사 과정에서도 높은 자유도를 줬다. 엠레의 원래 궁극기 대사는 'Seek and Destroy'였는데 여기 발음이 매우 부적절한 욕설처럼 들릴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개발진에서도 대사를 'Search and Destroy'로 변경하자 제안했다. 내러티브 팀의 미란다 모이어가 이 내용이 코믹스 제목과도 일치한다고 알려주었고 그렇게 궁극기의 대사를 변경해 녹음하게 됐다. 이런 수준의 창작적 개입은 이번에 처음 해보게 됐다.



▲ 엠레 성우 케렘 에르딘

파리하= 지금 의견이 맞지 않았던 순간이 있었나 생각해보는데, 아무리 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갈등보다는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지, 무엇이 캐릭터를 가장 진실되게 만드는지 계속 함께 찾아간다는 느낌이었다.

무엇이 안 되는지를 따지기보다는, 무엇이 가장 잘 맞는지를 함께 찾아가는 과정에서 작은 시행착오는 모두 더 나은 결과로 가기 위한 과정이었다. 매우 이상적인 협업 경험이었다.



▲ 안란 성우 파리하


안란과 엠레가 오버워치에 합류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또 캐릭터 연기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조시 장= 안란은 우양의 누나로 오행 대학교 불(火) 학부 출신이다. 그녀는 자신만의 무술 스타일을 수련했으며, 어린 시절부터 매우 엄격한 훈련 환경에서 중국 고전무용을 배웠다. 이게 안란만의 전투와 사고방식을 만들어냈다.

현재 안란은 졸업 후 동생 우양과 함께 오버워치의 신규 요원으로 합류한다. 시즌 시작과 동시에 모든 이야기가 공개되지는 않지만, 이후 전개를 통해 그녀의 행보가 점차 드러날 예정이다.

안란의 서사는 ‘압박’과 ‘대가’에 관한 이야기다. 실패가 허용되지 않는 환경에서 자라났고, 항상 최상위 자리를 유지해야만 한다고 믿으며 살아왔다. 가족을 깊이 사랑하지만, 그 사랑이 오히려 자신을 더욱 몰아붙이게 만든다. 그녀에게 있어 부족함은 곧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포이기 때문이다.



▲ 조시 장 내러티브 디자이너

파리하= 안란의 경우, ‘완벽함의 대가’를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겉으로는 자신감 넘치고 모든 것을 해낼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극심한 고독과 피로가 존재한다. 인간적인 결함과 허점이 드러나야 비로소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가 된다고 생각했다. 당당함, 어색함, 취약함이 동시에 존재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케렘 에르딘= 엠레는 오버워치 초기 스트라이크 팀의 핵심 멤버로, 라인하르트, 아나, 솔저:76과 함께 활동했던 인물이다. 그는 팀 내에서 가장 친근한 존재였고, 규칙을 중시하며 모두가 의지할 수 있는 ‘형 같은 인물’이었다.

그러나 임무 중 리퍼의 행동으로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하면서, 엠레는 오버워치에 깊은 회의를 느끼고 조직을 떠났다. 이후 10년간 자취를 감추고, 그 사이 알 수 없는 힘에 지배당하며 살상 병기로 변하게 됐다. 이는 과거의 그와는 완전히 상반되는 모습이다.

연기자로서 이 캐릭터는 ‘자기 통제력을 상실한 남성’을 표현할 수 있는 드문 기회였다. 10년간 스스로의 삶을 통제할 수 없었던 인물이 다시 자아를 되찾으려는 순간, 그 혼란과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가 핵심이었다.

엠레의 대사는 정제되어 있지 않다. 감정이 뒤엉켜 있고, 본인조차 자신의 상태를 명확히 이해하지 못한다. 동시에 오버워치 특유의 밝고 유쾌한 톤도 유지해야 했다. 평소에는 든든한 형 같은 존재이지만, 궁극기 사용 시에는 “내 머릿속에서 나가!”라고 외칠 만큼 붕괴된 모습을 보인다. 이 두 감정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공존시키는 것이 가장 큰 과제이자 즐거움이었다.








진영 구분이 더욱 명확해진 것 같은데 캐릭터 연기에서도 영웅성과 악역의 특징을 의식했나?

케렘 에르딘= 엠레의 최종 비주얼은 비교적 늦게 확인했다. 처음에는 오디션과 과거 설정만을 바탕으로 연기했고, 이후 코믹스를 통해 디자인을 접했다. 음성 연출은 엠레 디자인의 기계적 요소들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궁극기 사용 시 음성 필터와 함께 보컬 프라이를 활용하기도 했다.

파리하= 안란은 명확하게 영웅적 성향을 지닌 캐릭터다. “비켜, 내가 맡을게”라는 대사처럼 에너지가 강하고, 자기희생적인 성향을 지녔다. 하지만 전투가 격해질수록 감정이 한계에 다다르는 순간도 있다.

조시 장= 내러티브 관점에서 보면, 영웅과 악당의 구분은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시각적 명확성은 중요하지만, 그 이면의 서사를 들여다볼 때 캐릭터는 훨씬 입체적으로 살아난다.





연기를 선보이며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했다고 느낀 순간은 언제였나?

케렘 에르딘= 엠레에게 결정적인 장면이 하나 있다. 아직 공개할 수는 없지만, 10년간 침묵하던 그가 처음으로 마음을 열고 신뢰하는 인물과 대화하는 장면이다. 단 한 번의 테이크로 녹음했는데, 그 순간, 스스로 어디론가 가버린 것 같았고, 개인적인 감정을 퍼포먼스에 모두 쏟아부었다. 녹음이 끝난 뒤 디렉터와 눈을 마주치며 동시에 “됐다”는 걸 느꼈다. 그때 비로소 캐릭터를 완전히 이해했다고 생각했다.




파리하= 안란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아직은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는 내용들이 여럿 생각나기는 하는데 안란의 대사 중 “열심히 하기보단 똑똑하게 일하라고들 하죠. 하지만 난 똑똑하게, 그리고 더 열심히 일하라고 말해요”라는 대사가 특히 와닿았다. 나 역시 장녀이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전무용과 클래식 음악이라는 공통점도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피가 날 때까지 연습해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감각, 부모와 가족의 희생을 알기에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 이 모든 것이 안란이라는 캐릭터와 자연스럽게 겹쳐졌다.





앞으로 장기적인 내러티브를 선보이게 되는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처럼 더 장대한 방향으로 확장될까?

조시 장= 1년 동안 전개되는 하나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전달하는 구조는 팀에서도 매우 기대하고 있다. 아직 많은 부분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내러티브에 다시 집중하면서 이전에는 다루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풀어낼 수 있는 여지가 크게 늘어났다.

플레이어들은 늘 캐릭터와 진영, 그 이면의 이야기를 더 알고 싶어 했다. 과거에는 그런 이야기를 전달할 기회를 찾기 어려웠지만, 이제야 비로소 그 질문들에 제대로 답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고 느낀다. 지금이 바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벤데타가 탈론의 수장이 되는 전개는 처음부터 계획된 이야기였나?

조시 장= 그렇다. 벤데타를 구상할 때부터 그녀가 스토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었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탈론 진영의 영웅을 만들고 싶었고, 그 가능성을 깊이 논의해왔다.

‘보복’ 임무에서 등장했던 안토니오의 딸이라는 설정은 처음부터 핵심이었고, 그 설정이 자연스럽게 지금의 전개로 이어졌다. 벤데타는 오버워치의 이야기를 전진시키는 중요한 장치이며, 그동안 풀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꺼낼 수 있는 열쇠이기도 하다.





1년간 이어질 이번 이야기가 끝난 뒤, 플레이어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나?

조시 장= 2016년 오버워치 출시 당시, 스토리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전 세계 팬들에게 사랑받는 세계관을 구축했다. 그 이후로 다양한 시도를 해왔고, 항상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처음으로 시작과 중간, 끝, 그리고 그 사이의 모든 것을 포함한 완결된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우리는 이 이야기에 큰 자신과 기대를 가지고 있으며, 플레이어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것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이다. 오랫동안 밑바탕에 존재해왔던 오버워치의 이야기를 이제 전면에 내세우는 단계이며, 앞으로는 더 확장될 일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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