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지구의 노움은 땜장이 왕의 성격을 이어받은 듯 자신만만했다. 스스로 기계공학의 대가라 부르는 이 키 작은 노움은 스톰윈드의 경매장 입구에서 자랑스럽게 자신이 제작한 기계들을 하나씩 보내주기 시작했고, 많은 스톰윈드의 시민들이 그 자리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 아이는 내가 만든 기계 토끼야. 스스로 움직이고, 주변에 있는 쥐들을 찾아 포획하기도 한다고!"
술에 취한 이 노움이 신기한 기계들을 하나씩 꺼내 사람들에게 열심히 보여주는 이 장면은 술에 취한 인간이 그랬다면 재미있어하며 웃고 넘겼겠지만, 벌써 오랫동안 이 곳, 저 곳을 떠돌아다녔을 이 노움의 삶을 생각하니 미묘한 동정심이 생겼다. 그리고 이 생각은 한 인간의 것만이 아닌 듯 했다.
얼라이언스의 동맹 제안을 거절한 노움을 처음에는 괘씸하게 생각했었지만, 당시 노움들은 트로그들과의 전쟁을 치루고 있었고, 한 때 친구였던 시코 텔마플러그의 속임수에 당해 놈리건 시민의 인구 절반 이상이 사망했단 소식이 알려지자 모든 얼라이언스는 그들을 볼 때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귀여운 노움들의 사망 소식은 미묘한 타이밍에 외부로부터 공격온 적들에게 더욱 분노하게 만드는 이유를 제공해주기도 했었다.
지금 상업지구의 여관 입구 앞에서 노움을 쳐다보고 있는 인간뿐만 아니라 모여든 사람들 모두 박수나 환호, 야유와 같은 반응은 보이지 않았고, 그저 묵묵히 지켜보며 이 노움의 것으로 추정되는 기계의 비어있는 공간에 동전을 하나 둘 채워넣고 떠났다.
자랑스럽게 기계들을 하나씩 꺼내 자랑을 했던 노움은 사람들의 무반응, 이번에도 역시 피할 수 없는 자신을 향하는 동정의 시선에 자신이 만든 기계를 자랑하는 것을 멈추었고, 자신을 동등하게 대하지 않고 그저 동정으로 대하는 인간들에 화가 나 인간들이 동전을 채워주고 있던 기계 속 동전을 한 움큼 쥐어 인간들에게 던지며 화를 냈다.
"왜 나를 그렇게 바라보는거야! 나는 너희들에게 동정받을 이유가 하나도 없는 노움이라고!"
사람들은 여전히 침묵을 지켰고, 노움은 기계들을 정리한 뒤 기계 타조에 올라탔다. 마치 스톰윈드의 시민들은 노움을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듯하였고, 그런 시선과 생각은 스톰윈드의 경비병도 크게 다르지 않은듯했다. 스톰윈드의 경비병은 사람들 무리에 끼어들어 노움이 빠져나올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었고, 노움이 안전하게 빠져나올 수 있게 도움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술을 마시고도 능숙하게 기계 타조를 조작하고 있는 이 노움에게 언성을 높이지도 않았다. 경비병의 안내에 따라 무작정 어디론가 갔고, 그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노움은 기계 타조위에서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차리고 일어난 노움의 눈 앞에는 한 인간 남자가 있었다. 인간은 노움을 위해 빵과 우유를 건네주며 노움에게 말했다.
"숙박 값과 지금 건네주는 이 빵과 우유는 자네가 보여준 신기한 기계들과 자네가 던전 동전으로 모두 계산이 되었다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계산이 되었다니 그렇게 믿겠네, 인간!"
"자네는 아주 운이 좋았군, 여기가 스톰윈드가 아니라 오그리마였다면 트롤들이 달려들어 너를 먹어치웠을텐데 말이야."
"그런 무서운 농담은 집어치우라고, 키 큰 친구. 혹시 트롤들이 달려든다 해도 아이언포지에서 살며 드워프에게 배운 실전 기술을 사용해 내가 그 트롤들을 박살내버렸을테니 말이야!"
인간은 알 수 없이 다가오는 공포에 당황했다. 노움은 단순히 농담으로 받아친 말이겠지만 군주제를 버리고 협력과 서로간의 믿음, 서로간의 충돌을 끔찍히 싫어한 것으로 알려진 노움들이 그들의 친구에게 배신당했던 과거의 영향인지 그 말을 하던 노움에게서 한기가 느껴졌고, 실제로 갓 구워 방금까지 뜨겁던 빵이 미지근하게 식어버렸다. 사실 인간은 지금까지 키 작고 귀여운 이 종족들이 그들의 도시를 침략한 냄새나는 트로그들과 노움을 먹는다고 알려진 트롤에 어떻게 대항하여 싸워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젯 밤에 이 노움이 보여준 신기한 기계들과 트롤에 대한 강한 분노와 함께 나타나는 알 수 없는 한기를 느껴보고 이들도 동정의 대상이 아닌 용맹한 전사들임을 깨달았다.
인간은 노움과 트로그의 싸움을 상상해보았다. 이 노움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트로그들과의 싸움에서 노움이 일방적으로 밀리는 모습만이 떠올랐지만 만난 이후 그의 머릿속에는 노움들이 만든 발명품과 그들도 가지고 있을 창과 검으로 용맹하게 트로그들을 물리치고 있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들은 기계 타조에 올라 계속해서 트로그들을 몰아냈고, 마침내 기계도시 속 숨겨진 트로그들의 굴을 향해 진격하고 있었다.
"이 봐, 인간! 내 기계 타조는 어디에있지?" 노움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가 노움을 데려올 때 벗겨뒀던 망토를 어느 새 다시 갖춰입고 술에 취한 모습이 아닌 말끔한 모습으로 다시 보니 꽤 용맹해보였다. 인간은 곧 노움이 떠날거라 생각하니 아쉬웠다.
주로 노움들은 스톰윈드와 아이언포지를 이어주는 지하철을 타고 방문한 뒤 드워프 지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돌아갔기에 스톰윈드 입구의 통로쪽에서 근무를 서고 있었던 인간은 드워프지구에서 근무하는 동료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움을 만날 기회가 적었고, 이렇게 오랫동안 이야기 할 기회가 단 한 번 있었기에 이 노움을 그냥 보내주고 싶지 않았다.
상업지구의 경매장은 그의 근무지역이 아니었지만 술에 취한 노움을 데려올 수 있었던 이유도 그의 동료들이 노움을 가까이할 수 있는 기회를 인간에게 제공해주고자 스톰윈드 속 첩자를 속일 때처럼 자연스럽게 경비 동선을 이동해가며 노움의 위치를 인간에게 알려주었고 , 경비원이 아닌 사람들은 눈치챌 수 없게 스톰윈드 성문에서 근무하던 그가 상업지구로 올 수 있었던 것이었다.
보통의 경비병 숙소에는 외부인을 데려올 수 없었고, 그 규칙은 엄격하게 지켜졌지만 스톰윈드의 경비단장조차도 노움은 상당히 좋아하고, 가까이하고 싶어했기에 국왕 안두인 린 몰래 한 때 스톰윈드를 구한 영웅 중 한 명이자, 명예로운 은빛 선봉대의 인간 성기사 세니온과의 이야기만 끝낸 후 노움이 경비병 숙소에 머무르는 것이 허가되었다.
술에 취해 기계 타조 위에서 잠들었던 노움은 모르겠지만, 노움이 경비병들의 숙소로 들어왔을 때 경비단장과 성기사 세니온, 그리고 그의 동료들은 마치 길 잃은 어린아이를 보듯 동정의 눈으로 바라보는 동시에 통통한 3 등신의 노움을 보며 귀여운 네 개의 손가락을 가진 손을 한 번씩 잡아보고 싶어하였다. 성기사 세니온은 두 명의 경비병이 노움의 손을 잡았을 때 그 행위를 멈추게 하였고 경비병들을 해산시킨 뒤 노움을 데려온 인간을 시켜 인간의 방에서 보살펴주도록 명령을 하였다.
이렇게 얻은 기회를 여섯 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만에 날려보내야 하다니... 인간은 노움이 조금 더 머물기를 바랬다.
"인간? 아무래도 내가 나가서 찾아봐야겠군!" 노움이 말했다. 이대로 나간다면 분명 대놓고 티를 내진 않겠지만 노움을 돕고싶어하는 경비병들이 서로 접근할 것이 분명했다. 그 마지막까지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져버리고 싶지 않았던 인간이 말했다.
"따라와, 노움"
기계 타조와 안장 위에 놓인 기계 장난감 박스를 확인한 노움은 축소기를 사용하여 축소되지 않은 기계들을 하나씩 작게 만들기 시작했고, 모든 작업이 끝 난 뒤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곧 인간의 눈 앞에는 스톰윈드의 입구에서 바리안 린의 죽음을 슬퍼하며 추모하고자 스톰윈드에 방문했던 한 여자 마법사가 만든 차원문과 비슷한 모양의 차원문이 나타났고 노움은 드디어 기계 타조에 올라타 저 차원문 너머로 사라질 준비를 하고있었다.
"어젠 너무 취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자네의 친절은 고마웠어"
"스톰윈드에는 언제 또 다시 올거야?"
"자네는 모르겠지만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스톰윈드에서 보내고 있다네. 만약 다음에 스톰윈드에 왔을 때 자네를 보게된다면 내가 먼저 기쁘게 인사를 하지!"
노움은 차원문 너머로 사라졌고 그와 동시에 차원문이 닫혔다. 성기사 세니온은 사라진 노움을 보며 그와 함께 용맹하게 스컬지와 맞서 싸운 노움 마법사를 떠올렸다.
차가운 노스렌드의 바람은 점점 더 거세졌고, 한 때 자신의 동료이자 소중한 친구였던 부하들이 스컬지에게 죽임을 당하고 곧 스컬지의 충실한 부하가 되어 아군을 향해 창과 칼을 겨눌 때 아군의 뒤쪽에서 지원해주던 노움 마법사들이 있었다. 그들은 주로 화염 마법을 사용해 스컬지를 태우며 세니온의 부대에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고, 노스렌드의 바람이 강해질 때마다 따뜻한 불과 마법으로 창조된 음식, 바람을 막아 줄 든든한 정령과 기계들을 꺼내 그의 부대에 잠시나마의 안식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그들은 세니온의 실수로 인해 끔찍한 일을 당하게되었다. 노움의 강력한 마법을 본 세니온은 마법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였고, 여섯 명의 노움 마법사들에게도 경비의 임무를 주었다. 하지만 이것은 스컬지가 원하는 행동이었다.
강령술사들은 일부러 화염에 약한 시체들을 끊임없이 되살렸고 인간보다 노움이 더욱 강력하다는 생각을 세니온이 하게끔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세니온은 노움 마법사들을 인간 성기사 대신 경비로 세웠고, 노움들은 키가 작아서 경비대가 머물던 초소에서 나와 밖에서 노스렌드의 추위에 맞서 싸우고있었다. 추위에 감각이 많이 둔해졌던 노움들은 어둠을 유지할 수 있게 기계를 꺼낸 후 기계 아래 마법으로 만들어낸 불을 이용해 몸을 녹이고 둔해진 감각을 되찾고 있었는데 이미 주변에 숨어있던 강령술사와 거미들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독과 흑마법으로 여섯 명의 노움을 모두 해치우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명예로운 성기사 세니온의 인내심과 정신을 천천히 박살내고 싶었던 강령술사들은 노움을 다시 살려내 스컬지로 만들거나 시체를 데려가지 않았다. 이미 오랫동안 성기사들과 싸워 온 강령술사였기에 그들이 한 실수로 그들이 아끼던 누군가를 잃게 되었을 때 가장 슬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시체를 직접 세니온이 본다면 더욱 세니온을 자극하게 될거라는 생각에 여섯 노움의 시체를 거미줄을 이용해 마치 인간의 경비 초소에서 경비를 잘 보고 있는 것처럼 고정시켜뒀다.
이른 새벽이 찾아오고 세니온은 밤동안 큰 소란이 없었기에 역시 노움들에게 경비를 세웠던 것은 잘 한 일이라고 생각했으나 다른 병사를 시켜 교대를 하러 가게끔 시키며 그들과 함께 초소에 갔던 그 때서야 자신이 한 선택이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노움들은 똑똑하고 마법에도 재능이 있었고 실제로 강력한 마법을 사용하여 그 어떤 인간 전사보다도 강력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인간의 경비 초소에서 노움들이 경비를 서기에는 키가 너무 작아 시야를 확보할 수 없었고, 한 번도 경비를 해보지 않았지만 사명감이 충만한 노움들이 초소 밖으로 나와 경비를 섰을 것이라는 걸 세니온은 미리 알았어야 했다.
아니,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여섯 노움의 강력한 마법이라면 위기상황이 닥쳐와도 그 임무를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고, 스컬지의 초소 습격도 거의 볼 수 없었던 그 때라면 노움에게 경비 임무를 주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세니온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자신이 아끼던 노움 마법사 아홉 중 여섯 명이 경비 임무를 하던 중 사망하였고, 교대하러 갔던 부하와 함께 노움의 시체가 마치 초소를 지키는 것처럼 거미줄로 고정되어있는 것을 보았을 때 밀려오는 슬픔과 분노에 그자리에 주저 앉아 소리를 지르며 울 수밖에 없었다.
그 일은 부대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노움들에게도 큰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그들은 겔빈 멕카토크가 시코 텔마플러그에게 속아 놈리건을 방사능으로 뒤덮고 상당한 노움 인구가 죽었을 때처럼 세니온에게 화를 내는 대신 위로와 특유의 재치로 다시 한 번 세니온의 부대에 용기를 불어넣어주었고, 결국 세니온의 부대는 여섯 노움을 그렇게 만든 스컬지와의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성기사 세니온 역시 떠나가는 노움 마법사를 붙잡고 스톰윈드 이 곳, 저 곳 돌아다니며 스톰윈드의 맛있는 음식들을 사주고 기념품도 선물해주고 싶었으나 노움을 가까이하면 떠오르는 그 때의 기억에 그저 묵묵히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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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링크 : http://www.inven.co.kr/board/powerbbs.php?come_idx=1054&l=26831
2화 링크 : http://www.inven.co.kr/board/powerbbs.php?come_idx=1054&l=26832
자유게시판에 올렸던 걸 여기에 옮겨올 수 없어 다시 올립니다. 죄송합니다.
+ 탈환이란 제목은 임시로 붙여둔건데 좋은 제목이 있다면 적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