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문을 타고 아이언포지로 돌아온 노움은 그의 동료였던 빙크와 딩크의 환영을 받았다. 노움은 빙크와 딩크보다는 나이가 적었지만 한 때 아이언포지를 침략한 트롤들과 맞서 싸우며 친해지고, 같이 마법을 연구하며 나이를 허물고 친구가 될 정도로 친해졌다.
"시노! 오랜만이야" 빙크가 말했다.
"내가 먼저 인사하려고 했어, 빙크! 오랜만이야. 시노!" 이어서 딩크가 말했다.
"그럼 준비됐지? 대용광로 앞에서 용맹한 노움들이 모여 지금 막 놈리건으로 갈 생각이었어"
이들은 평소엔 아이언포지의 드워프와 아이언포지를 방문한 수습 마법사들에게 마법을 가르쳐주는 상급 마법사로써 일을 했었다. 하지만 오늘 이들은 마법을 가르쳐주는 일이 아닌 트로그와 전투를 하러 갈 것이다.
아이언포지 내부의 검은무쇠 드워프와의 크고 작은 충돌, 동정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브론즈비어드 부족의 드워프들의 영향으로 고향인 놈리건을 그리워하는 노움들이 많아졌고, 스스로 놈리건을 되찾고자 행동하는 노움들이 많아졌다. 빙크와 딩크 역시 그들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노움들이 무작정 놈리건 내부로 향할 때 언제나 땜장이 왕 겔빈 멕카토크는 노움 개인의 놈리건 입장을 불허하였다. 그럴 때마다 놈리건 입장을 불허당한 노움들은 나무나 돌, 혹은 자신이 제작한 기계를 상대로 화풀이를 했고, 곧 화풀이를 했던 대상에게 미안한 마음이들어 사과를 하곤 했다.
겔빈 멕카토크 역시 놈리건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겔빈은 언제나 얼라이언스 연맹은 물론 호드까지도 심각한 문제로 생각중인 군단의 침공에 대한 일 때문에 놈리건 탈환에 온 힘을 쏟을 수 없는 본인의 상황에 안타까워했고, 그런 상황에서 스스로 놈리건을 되찾고자 행동하는 노움들의 용맹함과 용기에 고마운 마음까지 들었다.
하지만 놈리건 내부의 방사능이 수 많은 노움들의 목숨을 뺐어간 반면에 트로그에게 방사능은 마치 나이트엘프가 악마의 능력을 얻어 강해진 것과 같은 영향을 주어 이전에도 난폭했던 트로그들은 더욱 난폭해졌고, 그들의 냄새나는 육체도 더욱 커졌다. 그렇기 때문에 노움 개인이 놈리건을 되찾고자 행동한다면 그 결과는 분명 좋지않을 것이 분명하였기에 멕카토크는 입장을 불허할 수 밖에 없었다.
시코 텔마플러그가 사라진 뒤 놈리건은 금방 정화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갈수록 몸집이 커져가고 난폭해진 트로그들이 그들을 가로막았다. 초기엔 훈련받은 네 명의 노움의 힘으로 트로그 한 마리를 제압할 수 있었지만 지금의 트로그들은 네 명의 노움의 힘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겔빈이 놈리건을 찾았을 땐 여섯 노움의 힘으로 겨우 트로그를 한 마리 제압할 수 있었고 뒤이어 나타난 세 마리의 트로그를 보곤 노움 특유의 날렵한 달리기로 트로그들을 따돌리고 겨우 탈출할 수 있었다.
겔빈 멕카토크와 그의 노움들이 열심히 놈리건 내부와 환기구를 청소해도 곧 다시 트로그의 배설물과 방사능 덩어리로 더러워졌고,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져 정화 임무에 노움을 파견할 때마다 방사능에 오염되어 정신이상 증상을 겪는 노움이 계속해서 늘어갔다. 정신이상의 초기에는 단순히 기억을 잃고 어지럽게 돌아다니는 수준이었고, 증상이 조금 더 심해지면 생기있고 귀여운 노움의 얼굴이 초록색으로 변하고 트로그와 오염된 것들을 제외한 모든 것을 트로그라 생각하고 공격했다. 물론 초기증상 없이 바로 몸이 초록색으로 변하고 돌변하여 공격하는 노움들도 있긴 했다.
사실 동료 노움들을 공격하는 상황이라면 조금 더 나을지도 모른다. 아직 오염되지 않은 노움이 오염된 노움을 냉각총으로 살짝 얼린 뒤 혼절시켜 데려오면 안심지대의 노움 사제들이 그들을 격리하여 '정화 및 치료'하는 작업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물론 동료를 공격하는 단계까지 간 노움들은 상당히 많은 양의 방사능에 오염된 상태이기에 치료하는 도중 사망하는 경우가 꽤 많긴 했어도 치유 역시 빛의 힘 보다는 과학적인 방법으로 접근하고 치료했던 노움이기에 오랜 시간이 걸리긴해도 되돌리는데 성공하기도 했었다. 오염된 노움을 되돌리는데에 성공한 사례가 있었기에 자신을 미끼로 던져 오염된 노움을 포획하기만 하면 희망은 있었다.
하지만 오염된 노움들이 트로그를 자신의 동료라 생각하고 그들에게 간다면 그것은 큰 문제이다. 트로그를 동료라고 생각하는 오염된 노움과는 다르게 트로그의 입장에선 먹잇감이 제발로 찾아오는 것이었고, 굶주린 트로그들은 언제나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노스렌드의 한 여관에서 노움을 때린 죄로 놈리건에 강제 파병되었던 남자 드레나이 치항아드도 그 장면을 본 적 있었다. 평소 노움을 끔찍이 싫어했던 치항아드는 아직까지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희망이 없는 도시를 되찾고자 하는 노움들을 바보라고 여겼다. 치항아드의 기준에선 키는 작고, 힘도 약하고, 귀여운 외모를 제외하곤 할 줄 아는게 아무 것도 없어 보였던 노움들은 그저 무능한 존재들이었다. 아무리 그들의 지식이 타 종족보다 우월하게 알려졌다 해도 치항아드 자신은 한 손으로도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은 트로그 한 마리를 여럿이서 달려들어 달려들어 겨우 해치우는 것을 보고는 그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너희들은 비겁하구나. 어떻게 한 마리의 트로그를 죽이는데 여럿이서 달려들어 전투를 할 수 있지?"
"헛소리 마, 멍청한 드레나이! 비겁한 건 우리가 아니라 트로그라고!"
"나의 스승이었던 니랄라스가 말했다, 노움. 너희들은 약하고 공 대신 차고놀기에 딱 좋은 존재들이라고. 지금 너희가 싸우는 모습을 보니 그 말이 사실인 것 같구나"
그 말을 끝낸 직후였다. 방금까지 자신과 다투던 노움의 피부가 살짝 초록색으로 변하는 듯 하더니 치항아드에게 트로그라 외치며 달려들었다. 치항아드가 노움을 개인적으로 싫어하긴 했어도 자신과 함께 트로그와 싸웠던 동료였기에 노움의 이러한 반응이 당황스러웠다. 치항아드는 그때까지만 해도 '단순한 말장난에 화가난 노움은 이렇게까지 무섭게 돌변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으로 달려와 주먹을 휘두르는 노움을 가만히 두고있었다. 노움의 화가 풀리기를 기다렸지만 노움의 증상은 점점 더 심각해져갔다. 노움의 얼굴 전체가 초록색으로 변해갔고 이번엔 돌을 들어 치항아드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치항아드는 진심으로 자신을 죽이려고 달려드는 노움의 팔목을 붙잡아 땅에 내려친 후 다른 손으로 노움의 배를 눌러 제압했다.
"죽어라, 트로그. 죽어, 죽으라고 트로그!" 노움은 계속해서 치항아드에게 트로그라 외쳤다. 이때서야 노움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노움이 날뛰다 지쳐 힘이빠지자 치항아드는 제압했던 노움의 눈을 가린채 풀어주었다. 오염된 노움은 스스로 눈가리개를 풀었고 트로그와 싸우고 있는 동료 노움에게 다가갔다. 치항아드는 드디어 화가 풀렸고 그 노움이 트로그와 싸우고 있는 노움을 도와주러 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눈 앞에 펼쳐진 장면은 그것이 아니었다. 오염된 노움은 트로그와 열심히 싸우던 동료를 공격했고, 그 기회에 트로그는 그와 맞써 싸우고있던 세 명의 노움을 죽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트로그는 그를 도왔던 오염된 노움 역시 잔인하게 물어 뜯었고, 치항아드는 눈 앞에 펼쳐진 장면을 믿을 수 없었다.
방사능과 광폭화 된 트로그, 환풍 통로를 가득채우는 트로그의 오물 등 당장 보이는 놈리건의 장벽만 해도 상당히 컸지만 그 내부엔 또 뭐가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때문에 겔빈은 노움의 작은 체구와 힘으로도 오크와도 동등하게, 혹은 압도적인 위치에서 싸울 수 있는 마법사들을 떠올렸고 그들의 도움이라면 놈리건을 트로그로부터 되찾을 수 있을거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아이언포지 내부의 노움 마법사는 많지 않았다. 마법이 강력하긴 했어도 힘든 공부와 고된 수행을 필요로 했기에 대부분의 노움들은 마법보다는 기계공학을 선택했고, 드워프에게 육체를 사용해 싸우는 방법을 배웠다. 물론 마법사인 빙크와 딩크가 마법에 관심이 있는 노움들에게 간단한 호신용 마법을 알려주었지만 불을 뿜어내는 기계를 만드는 것이 더욱 재미있고 효율적이라 생각한 노움들은 곧 마법 수업을 이탈해 사라졌다.
때문에 마법사인 시노, 빙크와 딩크는 귀한 존재였다. 특히 시노는 바리안 린이 실종되었던 전투에 직접 겔빈과 참여해 싸우기도 했었고, 대마법사 칼렉과 카드가를 도와 위업을 달성하여 공식적으로 대마법사의 칭호를 받기도 했었다. 시노는 이 사실을 친한 친구였던 빙크와 딩크에게도 말하지 않고 비밀로하여 겔빈 멕카토크와 대마법사, 달라란의 수호자의 전당에 오갈 수 있는 마법사 일부를 제외하곤 이 사실을 알 수 없었다. 오직 겔빈 멕카토크만이 시노와 그의 마법사 친구를 믿고 그들이 이끄는 노움 부대가 놈리건 공격을 성공으로 이끌기를 진심으로 바랬다.
시노, 빙크와 딩크가 아이언포지의 대용광로로 향했다. 대용광로에는 노움 마법사 연의단, 사제인 딘, 운무 수도사 빈, 전사 디노, 드레나이 성기사 치항아드와 그의 스승인 니랄라스 및 강력한 늑대인간 크로하르트가 있었다.
빙크는 노움의 일에 다른 종족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 그렇게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놈리건을 드디어 탈환할거란 생각에 기뻤다. 잠시 후 방사능으로 오염된 구역을 정화할 노움 기술자 리코와 시코가 도착했다.
"빨리 오라고, 난쟁이 아이들아" 치항아드가 말했다.
"뭐라고? 멍청하게 생긴 드레나이는 오늘도 우리를 괴롭히는구나" 시노가 말했다.
"노움은 때려줘야해! 너희는 시끄럽고 전투에 도움이 안 될 정도로 약하고 키도 작지"
"드레나이 중에서 젤 작은 드레나이 주제에! 얼마나 키에 자신이 없으면 우리 노움한테 화풀이야?"
"뭐라고!"
이번에 화를 낸 것은 드레나이였다. "역시 말만 많은 너희들은 때려줘야겠어, 이리와 노움, 정말 강한 힘이 뭔지 보여주지!" 치항아드가 시노를 잡기위해 빠르게 뛰어갔다. 시노는 그 자리에서 굳은듯 가만히 있었고 치항아드는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며 손을 뻗었다. 그때였다. 분명히 드레나이의 손에 잡혀야 할 시노는 사라지고 없었고, 드레나이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휘둘렀다.
"하하, 멍청한 드레나이. 마법사를 상대해봤어야지! 그렇게 실전 능력이 부족해서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지? 멍청한 드레.... 응?"
"꼬마야, 드레나이가 둘이라는 사실을 잊은건 아니겠지? 나 역시 노움을 싫어한단다. 우리는 한 때 노움고기를 주식으로 먹기도 했었지!"
치항아드와 시노의 말싸움을 지켜보기만 하던 니랄라스였다. 그는 실제로 노움고기를 먹지는 않았지만 노움들의 자극하는데엔 이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에게 잡힌 이상 투명화로 빠져나가는 것도 불가능하단다. 버릇없는 노움! 오늘 그 버릇을 고쳐주겠다."
노움 고기를 먹었다는 말에 노움들은 니랄라스와 치항아드로부터 떨어졌고, 드레나이의 허리 쪽에 매달려있는 시노를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당장 그만두어라"
노움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여전히 시노를 붙잡고 있는 니랄라스가 소리가 났던 쪽을 향해 돌아봤고, 그 자리에는 꽤 지위가 높아보이는 여자 드레나이가 있었다.
"자네들은 노움을 폭행하거나 위협을 한 죄로 놈리건에 파병된 병사들이지. 어째서 성기사란 자들이 귀여운 노움들을 보호하지 않고 호드를 대하듯 할 수 있지? 지금 당장 그만두지 않는다면 놈리건에서 영원히 살아야 할 것이다."
그녀는 대주술사 베오베베였다. 노움을 아주 사랑했던 그녀는 겔빈 멕카토크가 자리를 비었을 때에도 그녀의 동료들과 함께 놈리건의 트로그들을 대신 제압했고, 노움을 나약하다 여기며 괴롭히는 드레나이들을 직접 벌하기도 했었다. 아이언포지 내부에서는 모이라 타우릿산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검은무쇠 드워프들은 브론즈비어드나 와일드해머 몰래 노움들을 갈취하고 위협해왔는데, 이 드워프들을 붙잡아 모이라와 무라딘 브론즈비어드에게 직접 보여주고 처벌을 받게 만든 인물도 바로 그녀였다.
"죄송합니다. 대주술사님"
"당장 노움에게 사과하여라"
한 노움이 베오베베에게 다가와 손을 붙잡으며 올려다봤다. 궁금한게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궁금한게 있으신가요, 노움님?" 베베가 웃으며 말했다. 여자 드레나이 베베의 모습은 거대하고 근육으로 가득한 니랄라스나 치항아드에 비하면 훨씬 덜 위협적이게 보였고, 노움이 보기에도 목소리와 외모가 상당히 뛰어나 매력적으로 보였다.
"저... 드레나이는 정말 노움 고기를 먹었나요?" 노움이 아직도 두려움이 남은 듯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우리 드레나이는 노움 고기를 먹지 않는답니다. 노움은 드레나이의 친구이자 얼라이언스의 친구랍니다. 혹시 저들이 또 노움님을 괴롭힌다면 저에게 말해주세요"
"이제 다 모인 것 같은데 아직도 모일 영웅이 남았는가. 노움?" 치항아드가 말했다.
"명예로운 드워프 토르비욘이 아직 안 왔어!"
"토르비욘이라면 신 땜장이 마을 주변의 트롤들을 소탕하기 위해 먼저 출발했다, 멍청아!"
"뭐라고?!"
드워프 토르비욘은 노움을 좋아하는 드워프였다. 그도 역시 베오베베와 같이 노움을 지키는 수호자로써 행동하는 인물이었고, 노움 마법사 연의단이 어렸을 때 그녀를 구해준 드워프이기도 했다.
당시 연의단은 모든 것에 호기심이 있었던 노움이었고, 눈으로 직접 보지 못한 모든 것에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아이언포지 밖으로 나가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던 연의단은 답답함을 느꼈고, 얼마 후 처음으로 그녀를 보살펴준 드워프와 나이 든 노움에게 반항심을 갖고 몰래 아이언포지를 빠져나왔다. 아이언포지를 빠져나와 처음으로 본 눈에 덮힌 풍경은 황홀했다. 대용광로의 영향으로 항상 더웠던 아이언포지 내부와는 다르게 처음으로 추위를 느껴볼 수 있었고, 책에서만 보던 기계나 음식이 된 동물이 아닌 살아있는 동물들과 쏟아지는 눈이 신비로웠다.
연의단은 배고픔과 추위도 잊고 처음보는 그 신비함에 빠져 끊임없이 돌아다녔다. 마치 겨울 토끼가 자신의 친구라도 되는듯 끊임없이 말을 걸며 쫓아갔고, 자신보다 몸집이 몇 배는 큰 순록을 보고도 무서워하지 않고 따라가 안부를 묻곤 했다.
하지만 문제는 곧 찾아왔다. 연의단과 함께 놀던 토끼는 눈 속으로 사라졌고, 그녀가 주위를 둘러보았을 땐 나무와 자신외엔 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잊고있었던 배고픔과 추위도 한꺼번에 밀려왔고 연의단은 피로와 공포를 동시에 느끼게 되었다.
연의단은 울면서 눈이 덮힌 언덕을 걷고 또 걸었다. 그러던 도중 커다란 동굴을 발견했고 추위를 피하기위해 연의단은 동굴로 들어갔다. 신기하게도 동굴 안쪽에서는 빛이 있었다. 자신과 같은 처지의 노움이나 드워프가 동굴에서 눈을 피하기 위해 불을 피우고 추위를 피하고 있었다는 생각에 연의단은 그 빛으로 향했다. 하지만 눈 앞에는 충격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노움보다 덩치가 몇 배는 컸던 책에서만 보던 트롤들이 노움을 납치하여 잡아먹기 위한 준비를 하는듯 하였다.
"헉!" 어린 노움은 짧은 비명을 질렀다. 트롤들은 그들의 언어로 뭐라 말을 했고, 가죽을 벗기는 용도로 보이는 칼을 들고 그녀쪽으로 다가왔다. 어린 노움은 너무 놀랐고, 처음 느껴본 죽음에 대한 공포로 도망갈 수 없었다. 트롤은 연의단을 보고 들고 있던 칼을 내려둔 뒤 한 손으로 연의단을 들어올려 웃으며 무리에 합류했다.
연의단을 잡아온 트롤들은 축제의 분위기였다. 다른 노움들이 갇혀있는 우리에 연의단을 함께 집어넣었고, 어린 연의단은 신 땜장이 마을서 납치당한 다른 노움들을 쳐다보았다.
"너는... 너는 여기에 있어선 안 돼! 어린 노움들은 분명히 아이언포지 밖으로 나올 수 없을텐데 어떻게 나온거야?" 잡혀있던 한 노움이 화난 표정으로 말을 했다.
"죄송해요... 저는 단지 아이언포지 바깥 세상이 궁금해서 나왔던 거예요"
"너는 죽기엔 너무 어려! 넌 여기에 있어선 안 돼!"
그때였다. 한 트롤이 일어나 철창 문을 열었고, 방금까지 어린 노움에게 화를 내던 노움을 잡아 철창에서 끌어냈다. 노움은 트롤을 향해 울면서 소리쳤다. "저 어린 노움만은 풀어줘, 풀어주라고!"
트롤들은 그런 노움이 귀찮은지 다른 손으로 머리를 붙잡은 후 땅에 강하게 밀어던져 노움을 기절시켰고, 어린 노움이 보는 앞에서 기절한 노움을 발로 찼다. 방금 전까지 어린 노움에게 화를 내던 노움은 마치 어린 노움이 가지고 놀던 인형처럼 힘 없이 날아가다 동굴의 벽에 부딪힌 뒤 다시 땅에 떨어졌다.
어린 노움의 시선이 노움의 피로 얼룩진 땅과 벽을 향할 때 트롤의 사악한 얼굴이 노움의 시야를 막았다. 트롤은 즐거운 듯 어린 노움을 보며 웃었고, 철창을 붙잡아 흔들며 어린 노움을 위협했다.
울고있었던 어린 노움은 눈을 감고 이 모든게 꿈이길 바라며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땜장이 왕님, 무라딘 브론즈비어드님, 아니 나를 도울 수 있다면 검은무쇠 드워프라도 좋으니 살려만 주시면 착한 노움이 될게요. 제발 누구라도 도와주세요'
잠시 후 흔들리던 철창이 트롤의 '억' 소리와 함께 옆으로 넘어졌다. 어린 노움은 던 모로 곳곳을 돌아다니며 얻은 피로와 공포, 철창이 땅에 부딪힐 때 다른 노움들과 뒤엉켜 철창 안을 어지럽게 굴렀던 충격으로 기절했다.
얼마 뒤 정신을 차린 어린 노움의 눈 앞에는 한 드워프가 있었다.
"살았어! 어린 노움의 정신이 돌아왔단 말이야!" 그 드워프가 말했다. 어린 노움은 어리둥절했다. 분명히 자신은 트롤들에게 잡힌 상황이었고 실제로 자신과 같이 갇혀있던 한 노움이 죽는 모습을 눈 앞에서 보기도 했다. 한 인간 사제가 쓴 책에 의하면 죽음을 맞이했다면 눈 앞에 천사의 날개를 단 사제가 있었어야 했다. 그런데 천사의 날개를 단 사제가 아닌 판금으로 무장한 드워프라니?
"저는 죽었나요? 살았나요? 혹시 드워프의 모습을 한 천사인가요?"
"천사라고? 엘윈 숲의 인간들과 같은 말을 하는 것을 보니 이 노움의 머리가 어떻게 된 것이 분명하군. 불을 준비해라 마법사!"
"그 불로 저를 죽일건가요? 제발 살려주세요! 살려만 주시면 아이언포지 밖으로 나오지 않는 착한 노움이 될게요"
"녀석 제대로 겁먹었군. 벌을 줘야겠어! 마법사, 어서 이 어린 노움을 따뜻하게 만들어 줄 불과 배부르게 해줄 빵을 가져오게!"
어린 노움은 드디어 자신이 살아있음을 알게되었고 그 사실에 감사했다. 아이언포지를 벗어난 하루동안 너무 많은 것을 겪었던 노움이기에 이것저것 많은 것이 생각났고, 물어보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드워프에게 물어본 것은 단 한가지였다.
"그 노움 아저씨는 어떻게 되었나요?"
어린 노움의 물음에 드워프는 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성기사였던 드워프가 사제와 함께 빛의 힘으로 쓰러진 노움을 살려보려했으나 이미 죽은지 오랜시간 지난 노움을 살리는 건 불가능했다. 동굴 깊숙한 곳에는 트롤들이 먹다 남긴 노움들의 시체와 노움들의 뼈가 가득했고, 드워프 성기사 토르비욘과 사제와 마법사, 사냥꾼으로 이루어진 그의 친구들이 제때에 도착하지 않았다면 이 어린 노움도 역시 그 시체 중 하나가 되었을 것이었다.
"벌써 사제에게 치료받고 멋진 도시 달라란으로 갔단다"
"달라란은 어떤 곳인가요? 저도 갈 수 있는 곳인가요?"
"하하 꼬마야, 달라란은 훌륭한 마법사들만 갈 수 있는 신비한 도시란다. 너같은 꼬마가 어떻게 갈 수 있겠니?"
"그렇다면 저도 훌륭한 마법사가 되어서 달라란으로 갈거예요!"
"네가 마법사가 된다고? 정말 마법사가 되고 달라란에 다녀온다면 이 토르비욘을 찾아오거라. 너를 '훈남드워프'인 나의 제자로 받아들여주지!"
이후 연의단은 정말 마법사가 되기 위해 이 책, 저 책, 마법에 관한 것이라면 모든 것을 찾아보려 애를 썼고, 그 노력에 감명한 빙크는 연의단에게 열심히 마법을 가르쳐주었다. 빙크는 달라란 의회에서 새로운 마법사 제자를 모집한다는 말에 당시 수습 마법사였던 연의단을 추천했고, 빙크의 도움으로 연의단은 달라란에서 수련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연의단은 공식적으로 대마법사 칭호를 수여받은 시노보다도 훌륭한 노움 마법사가 되었다. 연의단 역시 대마법사라는 칭호를 칼렉과 카드가로부터 수여받았고, 빙크에게 감사 인사를 할 겸 아이언포지로 돌아온 그녀는 빙크로부터 놈리건 작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합류하게 되었다.
그런데 어린 시절 그녀의 목숨을 살려주었고, 지금 이렇게 훌륭한 마법사가 될 수 있는 동기를 마련해준 토르비욘이 이 작전에 참여한다고? 연의단은 곧 토르비욘을 만날 생각에 기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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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링크 : http://www.inven.co.kr/board/powerbbs.php?come_idx=1054&l=26831
2화 링크 : http://www.inven.co.kr/board/powerbbs.php?come_idx=1054&l=26832
야간알바 후 너무 피곤해서 다듬어지지도 않은걸 그냥 올립니다. 죄송합니다...
+ 탈환이라는 제목은 임시로 붙여둔건데 좋은 제목이 있다면 적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