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역사관 게시판

전체보기

모바일 상단 메뉴

본문 페이지

[2차창작] What if : 페레놀드

콜로세
댓글: 2 개
조회: 1326
2019-10-05 14:05:51

  페레놀드는 한 차례 홀에 모인 이들을 흝었다. 하스 장군을 비롯한 모두의 눈에 혼란의 빛이 가득했다. 페레놀드의 목덜미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자신의 생각이 제대로 먹혀들면 좋겠지만 과연 가능할까? 그 영악한 호드의 지도자가? 가슴 속에서 피어나기 시작한 의심을 감추면서 페레놀드는 승부수를 던져보기로 결심했다.

 

“좋아. 잘 들어라, 제군. 방금 전 호드의 지도자...... 둠해머라는 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온 참이다. 놈들의 제안은 단순명료하다. 길을 내주면, 알터랙에는 어떤 손해도 끼치지 않고 호드가 이 땅을 차지한 다음에는 자치권까지 보장해준다는 이야기였다.”

 

좌중이 술렁였다. 개중에는 망설이는 자도 있었고 고개를 끄덕이는 자도 있었으며 말도 안 된다는 식으로 주위와 쑥덕거리는 자도 있었다. 하스 장군이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서 물었다.

 

“폐하, 호드와 내통해 한 패가 되자는 말씀이십니까?”

 

여기가 분수령이었다. 페레놀드는 조심스럽게 입술을 깨물었다. 찰나의 시간이 흐른 후, 고개를 치켜든 페레놀드의 눈동자는 또렷했다.

 

“물론 아니지. 인간을, 우리를 죽이고 이 세상을 차지하려고 몰려온 놈들에게 협상의 여지가 있을 리가 있나. 우리는 일종의 이중간첩이 된다. 얼라이언스와 호드 사이에서 간을 보는 척 하면서 호드의 뒤통수를 때리는 거다.”

“어떤 방법으로......”

 

페레놀드는 하스 장군의 말을 끊고 전술지도로 몸을 움직였다. 이어서 페레놀드의 손이 차례로 통행로 몇 군데를 짚었다.

 

“놈들이 넘어갈 만한 산길은 여기, 여기, 여기다. 놈들에게 길을 열어주되, 절대 이쪽으로 가게 하면 안 된다. 최대한 길고 구불구불하고 험한 비탈길로 안내해서 시간을 끈다. 여차하면 곧바로 반격할 수 있게 산길 전체에 엄폐한 우리 병력을 숨겨둬라.”

 

슬쩍 고개를 돌리자 두려움에 빠진 얼굴 여럿이 페레놀드를 응시했다. 일곱 왕국 중에서도 가장 강한 스톰윈드를 무너뜨린 괴물들을, 약소국 알터랙이 무슨 수로 상대하느냐는 물음이 담겨 있었다. 페레놀드는 곰곰이 기억을 되짚어 오크족 지도자와의 만남을 떠올렸다.

 

“우리 중 나만 그놈들을 봤겠지. 놈들의 키는 우리보다 훨씬 크고, 체구 차이는 그보다 더 크다. 아마 그놈들을 일 대 일로 상대하는 건 자살행위겠지. 숫자도 놈들이 훨씬 많고 원한다면 얼마든지 알터랙을 짓밟고 갈 수 있을 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적이겠는가? 오크는 분명 강하다. 적을 객관적으로 가늠하는 것이 승리의 첫 발판이었다. 즉, 병력으로만 따지면 알터랙은 호드의 힘에 비할 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거 아나? 알터랙은 우리 땅이다. 우리는 산에서 자랐고, 여기 산길은 하스 장군을 비롯한 유능한 지휘관인 그대들이라면 얼마나 많은 놈들이 오건 막아낼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호드가 로데론으로 제때 진군하려면 이곳 산길의 통제권이 반드시 필요하다. 로데론과 맞서야 하는 상황에서 이쪽부터 발목이 잡히는 건 원하지 않을 테지. 거기 더해서 로데론이 적당히 상대할 수 있는 수의 적이 넘어간 상태에서 산길을 닫으면, 놈들은 병력이 분산되어 닭 쫓던 개 신세가 된다. 우리가 쓸 수 있는 카드는 얼마든지 있어.”

 

페레놀드는 그렇게 말하고 하스 장군의 한쪽 어깨에 팔을 올렸다.

 

“장군, 내가 말한 대로 병력을 배치해서 호드의 뒤통수를 갈길 준비를 해라.”

 

그러자 하스 장군은 조심스럽게 페레놀드에게 물었다.

 

“저, 폐하. 하지만 그렇게 되면, 놈들이 알터랙을......”

 

그래, 분명 그것도 맞았다. 호드는 알터랙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얼라이언스의 도움도 신용할 수 없을 터. 분명 이것은 자살행위일지도 모른다.

 

“알터랙을 날려버리겠지. 하지만 그것도 머리 굴리기 나름이야. 내가 직접 나서서 비밀 조약을 맺은 이상 저쪽도 내 의지로 조약을 깰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을 거다. ......우리가 깨거나, 얼라이언스가 강제력으로 깼는가는 저쪽은 모른다. 우린 최선을 다해 호드에 협조한 걸로 보이게 하고, 방심한 호드에게 한 방 먹여주는 거다. 얼라이언스가 이기면 우리의 공적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커지는 거고, 호드가 이겨도 부역자 신세로 목숨은 부지할 수 있겠지. 물론 앞쪽이 훨씬 낫지만. 적어도 노예 신세는 피할 것 아닌가.”

 

 

 

 

 

 

 

 

 

 둠해머는 천천히 페레놀드의 머리를 움켜쥐고 들어올렸다. 이대로 으깨 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어떤 궁금증이 그렇게 하지 못하게 했다. 어째서인가. 자신의 피로 얼룩진 갑주와 망토를 걸친 이 사기꾼에게 물어야만 하는 것이 있었다.

 

“우리가 네 더러운 술수를 모를 거라 생각했나? 사기꾼, 계략가, 명예 없는 놈.”

“그런 놈에게 속아 넘어간 네놈은 뭐냐?”

 

둠해머는 포효하면서 페레놀드를 집어던졌다. 벽에 큰 소리를 내며 처박힌 페레놀드는 꾸역꾸역 몸을 일으켰다.

 

“약한 놈. 무기가 있는데 싸울 용기도 없는 거냐?”

 

둠해머의 손가락이 페레놀드의 허리춤에 있는 검으로 향했다. 장인이 솜씨를 발휘해 멋들어지게 만든 훌륭한 검이었다. 페레놀드는 천천히 검을 뽑아 둠해머에게 겨누었다.

 

“검을 들어 싸우는 것만 용기가 아니다, 오크. 로서 경이 서신을 받았고, 여기서 시간을 끈 덕에 로데론은 철옹성이 되었다. 반으로 나뉜 네 군대는 각개격파당해 무너질 게다. 설령 다시 군대를 결집해도 알터랙의 산길은 이미 박살이 났으니 이쪽을 쓸 수는 없겠지. 넌 졌다.”

 

 불타는 알터랙 요새 지휘부에서 벌어진 페레놀드 왕과 둠해머의 결투는, 페레놀드의 머리를 둠해머가 일격에 박살내는 것으로 끝났다. 둠해머는 피와 뇌수, 뼛조각이 한데 얽혀 흘러내리는 페레놀드의 머리를 응시하며 이를 갈았다. 자신이 이자를 사기꾼이라 무시한 게 패착이었다. 앞에서는 자신을 구슬리고 아첨했지만 뒤에서는 아군에게 시간을 벌어 주고 호드를 사지로 유도한 뒤 백성과 군대를 피신시키고 홀로 남아 죽음을 자처했다. 전사로서의 솜씨는 형편없었지만 승리하기 위한 계략과 술수에는 도가 튼 놈이었다. 싸우는 수단이 달랐을 뿐, 아마도 그의 본질은 사기꾼보다는 명예 있는 전사에 가까운 자였으리라. 둠해머는 자신에 대한 분노로 발을 한 차례 세게 구른 뒤 요새를 나섰다. 굴단과 놈의 병력이 마저 도착한다면, 호수의 저 은빛 도시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다. 반으로 나뉜 군세도 어떻게든 산길을 돌파해 합류할 수 있으리라. 호드는 승리할 것이다. 둠해머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Lv16 콜로세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지금 뜨는 인벤

더보기+

모바일 게시판 리스트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글쓰기

모바일 게시판 페이징

최근 HOT한 콘텐츠

  • 와우
  • 게임
  • IT
  • 유머
  • 연예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