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이 지났다. 봄과 여름,가을 그리고 겨울 이 자연의 순리가 2번 지나가고
봄이 지나 현재는 초 여름 교역품 상자를 힘겹게 배로 옮긴 메리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2년 사이에 그녀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양 갈래로 묶었던 머리를 풀어 그 긴 금발의 머리가 휘날렸고
성장량도 엄청나서 키도 커지고 2차 성징조차 막바지에 도달했다.
"고생 많구나 메리"
메리의 것보다는 좀 더 무거운 상자를 나르던 월트가 메리를 걱정하며 말하였다.
그러자 그녀는 스스로가 힘들다는 것을 인식함에도 불구하고 웃으며 말했다.
"뭘요 월트씨가 더 고생하는걸요."
"사부라면서 쫓아다닌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렇게 자라났구나."
"네..."
월트가 상자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며 말하였다.
월트 역시 2년동안 주름이 늘고 이래저래 변한 생활에 적응하기는 힘들었지만.
나름대로 현재는 적응하여 메리와 함께 교역을 하고 있다.
확실히 대상인이 옆에 붙으니 지식 습득량이라던가 팁이 많아서 인지
메리는 2년 전 회계 2랭 노 거래랭에서 무려 회계 11랭 광석 거래 10랭 공업품 거래 8랭을 앞두고 있다.
"아론에 관한건 잊어라. 그 녀석이 널 여태까지 이용하기 위해서라는 걸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
"...그치만"
"메리 너는 심성이 너무 착해서 탈이야.
화 날때에는 화를 내고 웃어도 되는 때에는 웃을 줄 알아야 하는 거야. 그게 바로 현실이니까."
"네 명심하겠습니다."
침울해 있던 메리는 월트의 조언으로 금방 기운을 되찾았다.
교역품들을 모두 상업용 대형 클리퍼에 옮긴 메리와 월트는 잠시 광장에 서서 쉬고 있었다.
전퀘를 구하는 사람들, 개인상점을 피고 잠수 타는 사람들, 순례 공연을 하는 것 같은 사내 등이 보였다.
그 중에서 메리는 공연을 하는 남자를 보았다. 행색은 꽤나 여러 곳을 다녀서 인지 허름하지만
그가 연주하는 바이올린 연주는 전율을 돋게 만들었다. 2년 전 바토리의 피아노 연주를 들은 이후
이런 전율은 또 처음이었다.
메리는 좀 더 가까이 가 관찰하였다.
그는 넓은 챙이 달린 모자를 쓰고 머리는 단발이었으며 옷은 평범하였다.
그의 바이올린은 꽤나 오래 사용했는지 줄이 끊어질 것 같아 보였다.
아무튼 그렇게 그의 연주가 끝나자 주위에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왔고 이내 사람들이 1두캇씩 건네주었다.
모자를 벗어 사람들이 건네주는 돈을 받던 손이 메리를 가르켰다.
메리는 품속에서 1만 두캇이 들어있는 주머니를 사내에게 건네주었다.
"숙녀분께서 돈을 너무 많이 주셨습니다."
"아니예요. 연주가 너무 대단하셔서 제 생각에 맞다 생각할 정도의 돈을 드린거예요."
"아닙니다. 이 돈은 들고 가기엔 너무 버겁습니다."
라며 그는 주머니에서 1두캇 짜리 동전을 꺼내어 모자에 넣었다.
메리가 여러차례 권유했지만 그는 끝까지 거절하며 짐을 챙기고는 항구로 떠났다.
"참 좋은 사람이네요."
메리가 돈 주머니를 들고 월트에게 다가갔다.
"음 그러게 말이야 요즘 시대에 보기드문 성실한 청년이로구만.
하지만 아쉽게도 적인 것 같군..."
"예?"
"방금 그 청년의 뒤로 '광대'의 잔상이 보였다.
분명히 타로카드 소지자겠지..."
"그런..."
메리가 다시 뒤를 돌아보자 이미 그 청년은 사라진 뒤 였다.
메리는 다시 뛰어가 구경꾼 중 한명에게 물었다.
"저... 아까 그 연주하시던 분은 어디 가셨죠?"
"글쎄요...항구 쪽으로 향하던 것 같던데..."
메리가 항구 쪽으로 뛰어가자 등대가 있는 부두에 홀로 우두커니 서있었다.
그가 주위를 둘러보자 메리는 벽에 숨었고 다시 머리를 내밀었다.
그러자 그녀의 눈에 보인 것은 마치 땅인 것 마냥 바다를 힘껏 달려가는 그의 모습이었다.
메리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광장에 있는 월트에게 돌아갔다.
"이래저래 바쁘구나."
"화..확실히 타로카드 소지자인 것 같군요."
"뭘 보았기에 그리도 놀래는 게냐?"
"믿으실진 모르겠지만 마치 수면 자체를 딛는 것 처럼 뛰어갔어요."
"이런 카드도 있는 세상에 별 걸로 놀라는 구나."
월트는 장난스럽게 '교황'카드를 한 바퀴 돌린 뒤 다시 품속에 집어넣었다.
메리는 한숨을 내쉬더니 월트 옆에 주저 앉았다.
"아아아 예전엔 그렇게도 어른이 되고 싶다고 어리광 부렸었는데 막상 되니 힘드네요."
"지금도 그다지 어른은 아니지..."
메리는 월트를 노려보다가 월트의 등을 강하게 후려쳤다.
그 충격으로 약간 앞으로 쏠려 넘어질 뻔했지만 다시 중심을 되찾고 제자리에 앉았다.
"농담도 못하는구만.."
잠시동안 말이 없던 메리는 자리에 일어나 월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나머지 정리하고 올께요."
"오냐"
다시 교역품들이 있는 곳으로 뛰어간 메리를 등 뒤로 월트도 일어나 왕궁으로 향한다.
경비병의 안내를 받으며 왕궁으로 들어선 월트는 잉글랜드의 여왕에게 인사를 건네었다.
"소인 샘 월트 이번 국가 간 교역에 힘 쓰겠습니다."
"수고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월트경 그대가 아니었음
그 위험지대를 지날 용기 있는 자를 찾기는 힘들었을 겁니다."
"천만에 말씀입니다. 지금 본국의 젊은이들 역시 국가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경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참으로 그리 하는것 같소이다."
잉글랜드 여왕과 월트는 한껏 웃었다.
월트의 교역은 잉글랜드의 본거지인 '런던'에서 부터 동남아시아에 있는 '암보이나'까지의 교역을 맡았다.
그는 런던의 명산품인 위스키를 대량으로 실어나가 암보이나에 매각한 뒤
동남아시아의 귀한 향신료 '육두구'와 '메이스'를 구입하여 돌아오는 것이 목표
정식보고를 마친 월트는 그대로 자신의 아팔타멘토로 돌아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자 곧바로 침대 위로 몸을 날렸다. (프라이버시 이유로 메리는 다른 아팔타멘토에 있다.)
뭔가 기분이 좋지 않다. 먼 길을 앞두고 타로카드 소지자를 만나게 되다니.
아직 모든 타로카드의 소지자를 발견한것도 아니다. 앞으로 또 얼마나 엄청난 혹은 괴물같은 녀석들을 만나게 될지.
그런 생각을 하고 그는 눈을 감았다.
아침 해가 뜨고 월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어날 때가 되어서 일어났다기 보다는
교역을 하다보면 이른 시각에도 일어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보니 그런 것 같다.
아무튼 그가 일어난 시각은 아침 8시 출항을 하기엔 너무 이른 시각이고 해서 주점으로 향했다.
"아침부터 술입니까?"
"아니 그럴리가 그냥 들러본 걸세"
월트가 주점으로 향하자 주점주인이 그를 반겼다.
2년 전 엄청난 수의 사람을 죽이고 산 속으로 도주하였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고
왕궁에서 지원금을 받은 뒤 다시 건축하여 생활하고 있다. 현재의 말을 빌리자면...
'리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메리는 분명 자고 있겠군요."
"흠 알고 있구만."
"그 아이 항상 메어리와 함께 일어났으니까요."
"그런가."
주점주인은 우유를 한잔 따라 월트에게 건네주었다.
"아침부터 술을 권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빈손으로 보내기는 그러니 마시구랴."
"참 이것도 오랜만에 마시는 구만"
바가지에 담겨있던 우유를 한숨에 들이킨 월트는 소매로 입을 닦고는 바가지를 건네주었다.
바가지를 수거하고 물을 담는 주점주인에게 월트가 물었다.
"다 말했는가?"
"응 내가 그 애의 삼촌이 아니라는 사실도."
"하아."
월트는 주머니에서 황금 파이프를 꺼내 들어 입에 물었다.
그리고 성냥을 찾으려는 지 주머니를 뒤적이는 월트에게 주점주인은 성냥불을 가져다 댔다.
"금연 한다 하지 않았는가 자네?"
"그게 쉬워야지 원."
한번 숨을 들이 마셨다 내쉰 월트는 하얀 연기를 입에서 내뿜은 뒤 말을 잃었다.
주점주인 역시 주변 정리를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럼 난 이만 간다."
월트는 의자에서 일어서 문쪽으로 걸어갔다.
'철그럭'
무언가 무거운 것이 움직이는 듯한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자
주점주인이 바쥬라를 월트에게 가리키고 있었다.
"돈 내고가 이 자식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