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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D-15 항해일지. {D-1.앞으로 나아가다.}

아이콘 괴리감
댓글: 1 개
조회: 522
추천: 1
2009-11-22 23:28:53
공포소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심리라는 장르가 제격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장르 없으니까.;]
소설가가 꿈이다보니 그냥 장난삼아 써봅니다-


D-15. 앞으로 나아가다.

항해는 어김없이 진행된다. 배는 앞으로만 나아가고,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애초에 뒤로 갈 일도 없었다. '모 아니면 도'라는 식으로 항해는 진행된다. 화재가 나든, 폭풍이 몰아치든, 항해는 앞으로만 나갈 것이다. 리스본. 우리들의 목적지. 어떻게든 왕궁으로 돌아가야 한다. 새로운 정보를 가지고, 그에 대한 모든 정책이 바뀌는 순간이 될 것이다. 돌아가면 우리를 맞이하며 손을 흔드는 사람들과, 집과 아이가 있다. 아내가 있다. 돌아가기만 한다면 한동안 한적한 생활을 즐기다 다시금 항해를 나서면 된다. 주점에서 사람들에게 허풍쟁이라고 불리우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결코 거짓을 고하지는 않았으니까. 리스본으로 가면 된다. 그래서 모두가 그래왔듯이 선장과 한 잔을 걸치고, 새로 얻게되는 짭짤한 보수로 쉬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되는 것이다. 그래야만 했다. 지금의 이 상황은.

바람이 분다. 폭풍이 불 예정은 아닌 듯 하다. 하늘은 맑고 바다는 푸르다. 저 멀리 수평선이 없는 듯 한 느낌이 들 정도로 하늘과 바다는 푸르다. 이따금 구름을 만나기도 하지만 그것은 소금보다도 하얗다. 결코 폭풍을 걱정할 순간이 아니다. 현재 우리는 카리브에서 리스본을 향하고 있다. 아직까진 연회를 해도 모자라지 않아보일 정도로 식량은 충분하다. 물이 모자라면 통으로 빗물을 받아마시면 되고, 낚은 생선이나 구워먹으면 그만. 모두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표정과는 다르지만.

분명 폭풍도 불 일은 없다. 식량이 모자라는 일도 없다. 전염병도, 몸이 아픈 것도 아니다. 단지 우리 눈에는 5구의 시체가 있으며, 그 시체가 인간이 죽였다고는 볼 수 없는, 어제 죽은 것 치고는 앙상한 뼈만 남겨두었다는 사실이 우리를 공포에 떨게 만드는 것이다. 오, 신이시여! 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란 말입니까!

-어쩌면 '그 자식' 때문일지도 몰라.

누군가 말한다. 우리는 그의 말에 약속이라도 한 듯이 한 곳을 바라본다. 모두의 시선이 닿는 그 곳에 문이 있다. 조그마한 창고로, 새로운 물건들을 담는 -그것이 돈과는 상관없는 것일지라도- 곳이었다. 처음보는 식물, 동물을 가둬놓는 곳이다. 정말로 누군가의 말대로 '그 자식' 의 소행이 확실하다면 우리는 3일 전에 별 괴상한 녀석을 담아버린 것이 된다.

지금으로부터 3일 전.

"꽤 신기한 식물인데?"

"오, 이 식물의 이름이 뭔지 아는 사람있나?"

선장의 쩌렁쩌렁한 울림에 모두들 고개를 흔든다. '그 자식' 은 덩쿨로 된 놈이었는데, 꽃이 굉장히 아름다웠다. 아프로디테에게 그 꽃이 있었다면 우리는 아프로디테가 비너스에게 '美의 신' 이라는 칭호는 결코 빼앗기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정도였으니,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할 정도이다. 분홍색 잎이 훌륭했다. 숫처녀의 수줍음을 보는 듯 청순했다. 당연히 그 꽃은 우리들의 배를 탑승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자식' 매우 심기가 불편했나보다. 하긴, 우리가 녀석에게 아무 말도 없이 납치를 감행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이렇게 비참한 항해를 만드는 이유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우리는 '그 자식' 이 제발 사라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창고에는 몇몇의 동물들이 있었다. 어렵게 잡은 오랑우탄도 있었는데, 우리의 말을 알아듣는 시늉을 해서 우리는 한바탕 웃으며 창고에 집어 넣은 것이었다.

지금으로부터 2일 전.

오랑우탄이 사라졌다. 아니, 그 안에 있던 모든 생물이 사라졌다. 어디로 갔을 지는 뻔했다. 문이 잠겨있었는데 어딘가로 나갈 수 있을리가 없다. 분명 '그 자식' 의 소행이다. 오랑우탄의 머리 크기와 똑같은 해골이 바닥을 굴러 나오는 것을 보며, 우리는 어딘지 모르게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뭔가 이상한 놈을 데리고 왔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거기서 그 자식을 버렸다거나 그 안을 불태웠다면 좋았을 것을. 식물이 동물을 먹을 수도 있겠지, 뭐 동물이 식물을 먹었으니까 말야. 이따위의 말로 호탕하게 넘기는 선장의 말을 그 때 무시했어야 했다.

지금으로부터 1일 전.

아침부터 비명이 들려왔다. 사람이 죽었다고 하는데, 단 하루만에 죽은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었다. 오랑우탄 말고 다른 동물이었겠지? 하지만 한 명이 부족했다. 갈비뼈가 굴러나온다. 해골이 바닥을 구른다. 말도 안되. 우리는 머리를 쥐어싸맸다. 이 미친 놈이 사람을 먹었을 것이다. 오랑우탄을 죽였듯이, '그 녀석' 은 선원을 집어삼켰다.

"말도 안되."

선장이 말한다. 우리는 이제라도 불을 지펴야 된다고 했다. 하지만 선장은 듣지 않았다. 저 식물을 죽이기 위해서 배를 불태우는 행위는 모기를 잡기 위해서 칼을 뽑아든 것과 같은 방식이라고 떠들어댔다. 선장의 명령이 떨어지기 전까지 우리는 어떻게 하지 못했다.

그리고 오늘인 것이다!

하데스의 손이 우리를 향한다. 오오! 제발, 신이시여! 나약함에 지친 영혼들을 보듬어 주소서! 우리에게 이 난관을 헤쳐나갈 지혜를 빌려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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