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3에서는 유독 3:0승부 혹은
스노우 볼링을 시작하면 막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나올까요?
몇 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1. 상향 평준화된 리그
건너편 LCS만 봐도 그렇습니다. WOW~ 우리는 눈썩이라고는 하지만 좋게 말해서 '인간미 넘치는'경기들이
굉장히 많이 나옵니다. 마치 K-리그 프로토 하는것 처럼요.
한국의 스타씬도 그렇지만 롤씬도 이제 상향 평준화가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작년은 분명 같은 프로와 프로, 혹은 프로와 아마 사이에 큰 벽이 있었는데... 극단적으로 NLB를 보면 말이죠.
올해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NLB에서도 아마팀이 프로팀을 상대로 많이 이겼고, 챔스는 치열했죠.
스타크래프트로 인해 축적된 노하우가 롤씬에 적용되면서 리그 상향 평준화가 굉장히 가속화되었다고 봅니다.
선수들도 비슷비슷합니다. 재평가의 장이라 불리우는 리그오브레전드에서는 순간순간마다 그 선수의 컨디션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는 축구와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2. 한정된 챔피언
분명 LOL은 110여가지의 챔피언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리그에서 밴, 픽이 되는 챔피언은 고정되어 있죠.
이 점은 시즌3가 되면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이유는 새로운 캐릭터의 특성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주 밴/픽되는 챔피언들은 유틸이 월등히 뛰어난 챔피언이 많습니다.
- 제이스: 근/원거리 견제 모두 용이, 안전한 파밍과 안전한 변수 만들기
- 트페: 글로벌 궁극 소유, 안전한 파밍과 적극적인 변수 만들기
- 카직스: 안전한 파밍과 변수 만들기가 용이
- 엘리스: 꾸준한 전투력, 괜찮은 유틸, 포지션의 다양성
- 쓰레쉬: 뛰어난 유틸성, 서포터 중에서 제일 단단함
- 제드: 괜찮은 유틸성, 안전한 파밍, 높은 기대값의 캐리력
이외에도 많습니다만, 자주 쓰이는 챔피언들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파밍을 안전하고, 빠르게 하며
2) 공격/수비와 관련된 유틸 기술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3) 공세적인 포지션을 취할 수 있다
1번과 관련되어, 이제는 상향 평준화이고 모든 팀이 시즌3의 메타를 알고 있습니다.
'라인 스왑은 기본', '포킹-돌진'중심의 밴픽 구성.
그러다보니 많은 챔피언들이 장/단이 극명하고 유틸성이 모두가 뛰어나질 않습니다.
그리고 유틸성이 다양하다는 것은, 곧 카운터를 당할 확률도 낮으며 카운터를 칠 확률은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죠.
라이엇 개발진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챔피언을 많이 만들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신 챔피언일수록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나오게 된다.'
이 말에는 저도 공감을 합니다.
수많은 챔프가 있고 모든 챔피언은 나름의 '유틸성'을 지닙니다.
유틸은 단지 CC의 종류가 아닌, 회피기와 이동기, 심지어 공격 스킬의 방향성(다이애나의 Q의 방향성과 같은)것도
포함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초창기 챔프일수록 보다 '원초적인' 집중형 스킬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애니가 있죠. 스턴과 완벽한 누킹을 지니지만, 생존기가 없고 사거리가 짧습니다.
하지만 후반에 나오는 챔프들은 CC의 형태가 다양합니다.
제이스는 생존에 쓰는 유틸 스킬이 엄청 많죠. 근데 그 유틸스킬은 바로 공격으로 전환시킬 수도 있습니다.
제드는 유틸 스킬이 W하나로 보이지만 사실 궁극까지 2개죠. 하지만 이 2개가 제드의 '폭딜' 특성과 맞물려
시너지가 엄청나게 아우러집니다.
카직스. 원거리 포킹에 틈 날때마다 E쿨다운 초기화를 노리죠.
즉 유틸이 다양하다 보니 '상황'만들기가 쉽다는 것입니다.
티모랑 마이가 왜 선호받지 못할까요?
티모는 적을 자신의 버섯밭으로 끌여들어야 챔프의 성능을 120% 발휘하며,
마이는 1대1 상황 혹은 상대방에게 'CC'가 적어야 성능 발휘가 잘 됩니다.
리신이 최근에 주목받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고,
자크, 노틸러스가 낮은 딜량에도 불구하고 쓰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죠.
즉 적어도 '대회급'에서 쓰일 정도의 챔피언이라면
'2가지 이상의 유틸성'과
'능동적인 포지셔닝',
'안전한 파밍'이 담보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사실 이렇게까지 발전된 롤판의 영향도 있겠지만,
이미 너무 연구가 많이 된 맵과 신챔프 개발의 한계도 있겠습니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라이엇이 늘상 패치를 해대고,
모렐로는 욕먹고하죠.
필자의 생각으로는 앞으로 이 상황을 타개하려면 다음의 방법이 있습니다.
'신챔프'를 더욱 많이 만들고 기존 챔프를 더욱 '리메이크'하면서
아예 유틸성 있는 챔프를 엄청 찍어내 선택의 폭을 넓히던가,
새로운 맵을 만들어 전략 자체를 다르게 만들던가.
AOS장르에는 큰 맹점이 하나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챔프를 적게 만들면 게임의 다양성이 없어지고,
챔프를 많이 만들어도 게임의 다양성이 없어진다.' 입니다.
그렇기에 참으로 어려운 것이 챔피언 디자인과 패치팀의 노력이라 할 수 있겠죠.
챔프를 적으면 선택의 폭이 적기에 게임의 다양성이 없어지며,
챔프가 많으면 결국 지금의 롤처럼 '중첩'되는 부분이 많기 '상위호환'격 챔프들만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죠.
어찌되었건 LOL은 이기기 위해 게임하는 사람들이 더 많으니까요.
어떤 기발한 챔프와 패치가 다시 대세를 바꿀지.. 기대해 봅니다.
3. 와드, 오라클.
전략 게임에서 '시야'란 엄청난 자원입니다.
골드 이런것보다 '시야'는 그 값을 책정하기 힘든 요소인데요,
이것을 롤에서는 와드와 오라클, 혹은 소수의 스킬로 활용하게끔 하고 있습니다.
시즌3로 넘어오면서 서포터의 역할을 강화시키기 위해,
그들도 세미-캐리급의 능력을 발휘하게 만들기 위해,
더티파밍에 지친 정글러들을 위해,
정글 보상을 강화하고
서포팅 아이템을 다양화 시켰으며
와드-오라클을 좀 더 캐쥬얼하게 바꾸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결과는 위의 1-2번과 맞물려서...
어차피 정글 보상이 더 강하니 유틸성 좋은 챔프들로 일정 레벨과 템만 뽑고,
'서포팅'만 더 충실하게 하자! 하는 경향이 심화된 것입니다.
즉 더티 파밍은 더티 파밍대로 하며
탑 라인에게 늑대, 유령 경험치를 주는 것은 필수 조건이 되버렸고
서포터는 어차피 시야석만 사면 되니까 이제 돈템이 필수가 되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불리한 팀에서는 어떻게든 시야 싸움이라도 해야
낚시, 운영의 여지가 생기는데
오라클은 비싸고 먹으면 제한시간이 있으며 죽으면 끝납니다.
그렇습니다.
즉 '불리한' 입장이 되면 오히려 서포터나 정글러가 하는 시야 싸움이 너무나 크게 느껴지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즌3의 최고의 서포터는 '시야 싸움'에서 이기는 서포터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시즌3 최고의 서포터는 '역전을 잘하는'서포터가 아닌
'이길 게임을 이기게 다리를 놓는'서포터입니다.
2번과 이어지는 내용이지만, 이것도 역시 게임 개발과 관련된 내용이라 볼 수 있겠네요.
정글/서폿의 강화를 위해 만들어진 신아이템은 오히려 라이너의 강화를 위해 쓰이는 아이러니.
과연 어떻게 패치를 해야 이런 점이 조금은 해소될까요?
4. 밴/픽
2번과 연결되는 내용인데, 좀 더 자세히 다루기 위해 따로 카테고리를 마련했습니다.
대회급에서 밴/픽은 왜 중요한가?
2번에서 나왔듯, 현재 챔피언 풀에서는 소위 'OP'라는 챔피언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보통 밴픽은 다음과 같지 이뤄집니다.
1)일단 OP챔피언을 밴한다(블루/퍼플 사이드에 맞게)
2)적이 특별히 잘하는 챔피언이 있으면, 밴한다
근데 이것이 단판이 아닌, Bo3(5전 3선승제)나 Bo3같은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됩니다. 그리고 사실 이것은 룰만의 문제가 아닌 룰+챔피언+맵의 복합적인 문제라 볼 수 있겠습니다.
5전 3선승제에서 첫판을 상대에게 내줬습니다.
그런데 상대에서 'OP'가 아닌 챔피언을 굉장히 잘 썼습니다.
그것을 밴합니다.
그러면 상대는 풀린 'OP'챔피언으로 인해 자신쪽에서 그 챔피언 혹은 그 챔피언과 맞먹는 2명의 챔프를 가져갑니다.
그리고 그 챔피언으로 현재 메타를 운용하기가 더 쉽습니다.
또 역전을 못하고 집니다.
반복입니다. 올스타전에서도 한국의 가장 무서운 점에 대해 외국 캐스터가 말했었죠.
" 한국이 무서운 이유는,
각 선수의 챔피언 풀이 너무 넓기 때문에
밴해야 될 챔피언이 너무 많다"
단순히 '선수의 능력'과 관계된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이것이 '운영적 측면'에서 더 크게 작용한다고 봅니다.
상향평준화되고, 이미 좋은 챔피언이 무엇인지 알며, 조건에 맞게 운영하는 것도 다 아는 한국 프로 씬에서
밴픽의 중요성은 이제 두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는 팀 입장에서 상대 팀의 무기가 너무 많다면 이기기가 정말 힘듭니다.
올스타전만 보더라도, 제이스를 밴하면 라이즈로 이겼고 리신을 밴하면 제이스 카직스 쓰레쉬 같은 것들이 나옵니다.
상향 평준화 + 신챔프들의 유틸성 + 픽밴룰이 만들어낸 결과죠.
사실 4번에 관해서는 딱히 문제점을 짚기도 힘든게,
사실 롤의 '룰'이 게임을 지루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또 다양하게도 만드는 것이라서...
종합해보자면 '1'번과 '2번'의 힘이 제일 크겠군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스타크래프트의 행보를 그대로 밟고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래서 필자는 걱정되는 것이, LCS NA나 EU를 보고 사람들이 노잼노잼 그러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나라 특유의 최고를 원하는 성향과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철저함을 원하는 것도 있겠지만,
LCS NA나 EU도 나름의 재미가 있습니다. 뭐 '던지는'재미라고 비하하는 분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쪽은 그쪽 나름의 룰이 있고 적어도 흘러가는 상황은 매우 흥미롭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것은 뜬구름 잡는 말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정보 공유도 빠르고(그냥 즐기는 수준의 사람들도 준전문가적 지식을 갖추기가 쉬운 환경)
전문가는 '엄청'전문가가 되버리는 세상에서는
그 어떤 스포츠던 LOL판과 비슷하게 흘러간다고 생각이 드는군요.
결국 '완벽함'을 추구하다보니 '재미'를 잃는 것과
'재미'는 있으나 '완벽하지 않은'것을 보니 뭔가 불편한.
'재미'와 '질'을 모두 원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지금의 모습을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그러니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겠지만,
필자는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 좀 더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너그러이 리그를 보면서
개방적인 의견 교환을 한다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더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 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 수정은 나중에 생각나면..하겠습니다. 후반부는 조금 중복되는 내용도 많고 그렇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