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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Sea Demon -3화 - The valencia fleet2

퀘드류
댓글: 1 개
조회: 695
추천: 4
2013-07-06 01:05:29
 로자레일은 일단 플라누의 공격을 기다리기로 했다. 로자레일의 검술실력이 16세라는 나이에 비해 부족한 것은 아니었지만, 가르젠 검법이 수비적인 성향이기 때문이기도 했고, 플라누처럼 우람한 체격을 가진 상대에게는 역공을 취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반면 플라누는 매우 적극적인 성격으로, 본인의 실력이 출중한데다가, 수많은 유명 검객을 배출한 알라스투에이 검술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기 때문에 즉각 공격적으로 검술을 펼쳐왔다.

“하압!”

 묵직한 기합과 함께 플라누의 레이피어(Rapier)가 크게 사선으로 그어졌다. 칼날의 폭이 겨우 2cm에 불과한 레이피어를 마치 롱소드처럼 휘두르는 특이한 움직임이었지만, 곰처럼 건장한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을 생각한다면, 쉽게 생각할 수는 없었다. 막거나 흘리는 것보다는 피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한 로자레일은 몸을 비틀면서 뒤로 물러섰다.

“오오!” 

 로자레일의 부드러운 움직임에 구경꾼들 사이에서 자연스레 탄성이 터져 나왔다. 로자레일의 키는 170cm에 불과했고. 190cm에 육박하는 건장한 체격의 플라누와 비교한다면 마치 거목과 갈대 같았다. 지금의 움직임도 꼭 갈대가 바람을 타는 모양새였다.

“흥!”

 로자레일의 움직임에 코웃음을 흘린 플라누가 연속적으로 공격을 전개했다. 모두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공격이었는데, 로자레일이 교묘히 검을 놀려 공격을 흘리거나 피하기는 했지만, 전혀 반격하지 못하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기세등등하여 더욱더 공격적으로 압박했다. 

 “어디 이것도 피해 보거라!”

 로자레일로써는 죽을 맛이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여유롭게 공격을 흘리거나 피하고 있었는데, 공격이 더욱 거세지니, 서슬 퍼런 기세에 절로 몸이 움츠러들고 근육이 굳어서 간신히 검으로 막기에 급급할 뿐이었다. 흘리거나 피할 때는 상관없었지만, 직접 검으로 공격을 막게 되니, 힘에서 밀려서 계속 궁지로 몰리게 되었다.

“핫!”

 마침내 기합과 함께 펼쳐진 변칙 공격에 당해, 왼팔을 베인 로자레일이 크게 검을 휘둘러 간격을 확보하며 멀찍이 뒤로 물러났다. 마치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물려고 하는 격인지라 구경꾼들 사이에서 비웃음이 흘러나왔다. 로자레일이 플라누의 다음 공격을 경계하며 왼팔을 살펴보니, 피가 조금 흐르고 있긴 하지만 다행히 큰 상처는 아니었다.

“다시 간다!”

 지혈할 새도 없이, 외침과 함께 플라누의 검술이 다시 펼쳐졌다. 상처 입은 왼쪽부위를 집요하게 노리는 악랄한 움직임이었지만, 그만큼 효과적인 공격이었다. 
 플라누의 매서운 공격에 로자레일의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움직임이 점차 둔해지고 검의 움직임이 단순해졌다. 그러다 보니 플라누가 공격하기 점차 수월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으윽.”

 결국 왼팔에 또다시 공격을 허용해버렸다. 두 번이나 검에 찔린 왼팔은 피 범벅이었지만, 로자레일의 정신만은 멀쩡했다. 외려 피가 흐르고 고통이 심해질수록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로자레일은 어딘가에서 들은, 몸이 고통을 느낄 때 집중력이 향상된다는 말을 상기해 냈다. 그것이 사실이든 헛소문에 불과하든 로자레일은 미친 척을 해보기로 했다. 

“제 정신인가?”

 플라누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로자레일이 칼자루로 왼팔의 상처 부위를 내려쳤기 때문이었다. 퍽퍽, 소리가 날 정도로 크게 내리친 덕분에 상처가 벌어졌지만, 로자레일은 고통을 참으며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계속하시지요.”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다!”

 대답과 함께 플라누가 공격해왔지만, 어찌된 일인지 방금 전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고통으로 인해 초인적인 힘이 발휘된 것일까, 수세에 몰려 공격다운 공격 한번 해보지 못한 로자레일이었는데, 방어에 공격이 섞이더니, 점차로 공격 횟수가 늘고 있었다. 고통으로 머리가 맑아져서 일수도 있고, 로자레일의 미친 짓에 플라누가 놀라 당황한 이유일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 이유가 아니라 지금 현재 로자레일의 육참골단 전략이 먹혀들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로자레일은 플라누의 검이 허벅지를 베건, 옆구리를 종이 한장 차이로 스치고 지나건 간에 수비를 신경쓰지 않고 가르젠 검술의 검로를 따르는데만 열중했다.

“헉!”

 그리고 결국 모든 사람들이 헛바람을 집어삼키게 만들 일이 벌어졌다. 앞으로 곧게 뻗었다가 아래로 그어지는 로자레일의 공격적인 검술에 플라누가 미처 피하지 못하고 가슴 섶을 베이고 만 것이다. 가까스로 살가죽에 닿지는 않았지만, 까딱했으면 가슴으로 피분수를 뿜어낼 상황이었다. 게다가 로자레일의 찌르기를 엉거주춤한 자세로 간신히 피한 플라누는 이어지는 베기를 피하기 위해 엉덩방아까지 찧어버렸다. 
 건장한 체구의 청년이 놀란 얼굴로 엉덩방아를 찧은 채로 앉아있는 모습은 매우 우스꽝스러웠기 때문에, 남녀 할 것 없이 구경꾼들은 모두 박장대소하기 시작했다.

“풋!”

“푸하하하!”

“호호호호!”

 가슴 섶을 쓸어내리며 놀란 가슴을 진정 시키던 플라누는 폭소하는 구경꾼들 덕분에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자세에 수치심을 느껴,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분노와 수치심으로 인해 시뻘개진 얼굴로 로자레일을 향해 소리쳤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왼팔의 고통으로 인해 웃을 수 없었던 로자레일은 곧바로 자세를 바로 잡으며, 플라누의 공격에 대비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모든 움직임을 멈추는 까랑까랑한 목소리가 연회장에 울려퍼졌다.

“거기 까지.”

 어느새 가르젠 남작이 연회장에 도착한 모양이었다. 사람들이 썰물처럼 갈라지며 가르젠 남작과 비첼이 모습을 드러냈다. 육십을 넘는 노구에도 지팡이를 집지 않고 꼿꼿하게 허리를 펴고 손녀의 부축조차 거부하는 가르젠 남작의 고고한 모습은 참석자들로 하여금 그의 성격을 충분히 짐작하게 했다. 가르젠 남작의 오른편에 서있는 비첼은 한 떨기 백합처럼 아름다웠다. 이곳저곳 피를 흘리고 있는 로자레일에 대한 걱정으로 인해 수심에 잠긴 표정은 플라누로 하여금 넋을 잃고 멍하니 바라보게 할 정도로 고혹적이었다. 
 여유로운 걸음으로 로자레일과 플라누에게 가까이 다가온 가르젠 남작이 입을 열었다.

“덕분에 연회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른 것 같군. 그대들의 시범결투에 깊은 감사를 표하네.”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가르젠 남작의 자신만만한 표정에서 감히 거역할 수 없는 위엄서린 기개가 풍겼다. 그가 시범결투라고 하면 시범결투인 것이다. 로자레일은 물론이고, 플라누로써도 가르젠 남작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세비야의 표어로 건배합시다!"

가르젠 남작은 갑자기 벙어리가 된 두 사람을 뒤로 하고 참석자들에게 건배를 제의했다. 작지만 힘있는 목소리에 너나 할것 없이 모두가 잔을 들었다.

"성모는 우리를 저버리지 않는다!(No me ha dejado)”

"성모는 우리를 저버리지 않는다!"

 가르젠 남작이 악단을 향해 손짓하자, 결투의 원인을 제공했던 기욤 뒤파이(Guillaume Dufay)의 아르마 레덴프트리스(Alma Redemptoris Mater)가 다시 연주되기 시작했다. 
 참석객들이 끼리끼리 모여 담소를 나누기 시작하자, 마치 방금 전의 결투가 없었던 일인 것만 같았다. 
 로자레일이 발렌시아 함대로 배치된 것은 플라누와의 결투가 있은지 3일이 지난 후였다. 본래대로라면 세비야 남쪽의 카디스 군항으로 배치될 것이 유력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라나다 왕국과 전투가 빈번하게 벌어지는, 가장 위험한 발렌시아 함대로 배정된 것은 로자레일로써는 여러모로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가르젠 경의 추측에 따르면, 그날의 수치스런 상황에 앙심을 품은 플라누의 보복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바르바리(Barbary) 해적 토벌을 주 임무로 하는 팔마 함대나 북해와 지브롤터 해협을 순항하는 카디스 함대와는 다르게 발렌시아 함대의 주요 임무는 레콩키스타(Spanish reconquista)를 위한 그라나다 왕국 항구봉쇄였으므로 해상전 뿐만 아니라 상륙작전도 빈번히 이루어졌다. 물론 그라나다 왕국의 상업활동을 저지한다는 목적으로 그라나다 상선이나 군함을 나포하는 경우도 드물게 있었는데, 선박 나포에는 짭짤한 부수입이 따랐으므로 모두가 반기는 일이었다. 

Lv33 퀘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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