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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Sea Demon -13화 - A slave of stable

퀘드류
조회: 1127
추천: 4
2013-08-08 21:33:00
 어디 다친 곳은 없는지, 비올라의 팔다리를 살피며 유난을 떠는 로시오의 손을 붙잡고 비올라가 저택 안으로 들어가자, 로자레일도 언덕 위의 마구간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고삐를 쥐지 않았음에도 망아지가 그를 따른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제 오나?"

 마구간지기, 미겔 영감이 로자레일과 망아지를 반겨주었다. 덥수룩한 수염과 불그르스름한 딸기코는 아침이고 저녁이고 항상 그대로였다. 술통의 마개를 열어 한모금 마신 미겔이 그것을 로자레일에게 내밀었다.

"근심을 덜어주는 마법의 약이라네. 세상의 어떤 치료제보다도 효과가 있지."

 로자레일은 아무 말없이 미겔을 지나쳐 마구간으로 들어갔다. 그 뒤를 따르는 망아지가 미겔의 술통에 관심을 가지고 킁킁거렸다.

"넌 안돼! 못된 망아지 같으니라고!"

 술통을 꼭 끌어안아 술통을 보호한 그는 음정도 박자도 엉망인 노래를 흥얼 거렸다.

"가슴 속 울컥울컥
샘솟는 그것
 
가득차 더이상
담아둘 곳 없건만
 
계속 솟는 다면 
흘러넘치지 않겠소
 
편협한 항아리에 
무엇을 담을지
 
그것 뿐이라
다른 것을 
담아둘 수 없구려
 
곧 
깨끗히 비워낼테니
 
부디 이번에는 
좋은 놈으로 주시오"   

 로자레일은 어스름이 내리는 마구간 구석에서 차갑게 식은 검은 빵을 씹어먹고, 누에콩스프를 핥아먹었다. 구유통에 있던 말죽을 다 먹은 망아지가 로자레일의 옆에 앉아 그의 볼을 할짝였다. 

"좋은 시절 다 갔다고 원망마시오.
그대가 지금 살고있다오. 

당장 술 한잔 마셔보시오. 
그 시절 생각하나니. 

주름진 손에 슬퍼마시오. 
세월은 눈 깜짝할 새에 젊음을 훔쳐가나니. 

때가 늦었다고 원망마시오. 
세월은 죽음을 비켜가나니. 

좋은 시절 다갔다고 원망마시오. 
지금이 가장 좋은 시절이라오. 
그대가 살고 있는 지금이 가장 좋은 시절이라오."

 미겔의 엉망진창 노래가 듣기 싫었는지, 망아지가 푸히힝하고 낮게 울었다. 그리고 언덕 뒤의 숲에서 불어온 바람이 마구간을 방문하자, 창난간에 걸려있던 청동종이 딸랑딸랑, 흔들렸다. 
 다음날 아침, 평소와 다름없이 하루가 시작되었다. 매일매일 새로 시작되는 아침으로 벽돌을 만들어 성을 쌓으면 그 끝을 알 수 없을만큼 광대할테지만, 그날의 아침은 평소와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 그렇다고 벽돌과 금궤정도로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었고, 단지 불그스름한 벽돌에 푸르스름한 얼룩이 묻어서, 평소 벽돌을 집어넣던 부분에 쌓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정도였다.

"안녕!"

"히히힝!"

 여전히 꿈나라를 방랑하는 로자레일의 곁에서 하품을 하고있던 망아지는 창문으로 불쑥 들어온 괴물같은 얼굴을 보고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헤헤."

 붉은 염료를 바르고 녹색깃털을 꽂아 만든 아프리카 무당 가면을 벗자, 천진난만하게 웃고있는 비올라의 얼굴이 드러났다. 망아지는 비올라의 볼을 핥아 반가움을 표현했다.

"아이, 간지러워!"

 소매로 망아지의 침을 닦은 비올라가 창틀을 넘어가기 위해 발을 들어올렸다.

"끙차!"

 딸랑딸랑, 창틀에 걸친 비올라의 왼발이 청동종을 묶은 줄에 걸려 종을 흔들었다. 줄에 걸려 옴짝달싹 할 수 없게 되자, 비올라는 왼발에 억지로 힘을 주었다.

"에잇! 꺅!"

 그러나 생각과는 다르게 앞으로 쏠리는 관성을 견디지 못한 비올라는 앞으로 고꾸라졌다. 크게 다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비올라가 떨어진 곳은 푹신푹신해서 안전한 곳이었다. 본의아니게 몸으로 비올라를 받은 로자레일이 그 충격으로 방랑을 마쳤다. 

"으으."

"어머."

 천천히 눈을 뜬 로자레일은 바로 코 앞에 있는 비올라의 얼굴보고 고개를 흔들어 살짝 의문을 표현한 다음, 그녀를 멀뚱멀뚱 바라보았다. 아무렇지도 않은 로자레일과 다르게 볼이 살짝 붉어진 비올라는 서둘러 로자레일의 가슴에서 벗어났다.
 가슴팍에서 통증을 느낀 로자레일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다가 아프리카 무당가면을 쓰고 있는 비올라를 발견하고 멍하니 바라보았다.  기대하던 반응이 아니었기에 실망스러웠지만 로자레일의 여기저기 뻗은 머리카락과 잠에서 덜깬 표정은 소녀에게 충분히 우스꽝스러웠다.

"풋! 아저씨, 바보같아요! 히히."

 로자레일이 시선을 돌리고 주변을 정리하자, 비올라는 망아지의 갈기를 쓰다듬었다.

"말아, 말아, 너는 이름이 뭐니?" 

"푸히힝!"

 입술을 뒤집고 웃는 망아지가 이름을 알려줄 수 있을리 만무했다.

"아저씨! 이 말은 이름이 뭐에요?"

 로자레일이 말해줄 리도 없었다. 

"혹시 이름이 없니? 그럼 안돼. 내가 하나 지어줘야겠다. 음, 뭐가 좋을까. 음, 그래! 페서스(Pegasus)! 날개 달린 멋진 말의 이름이야! 어때? 마음에 들지? 응응, 나도 마음에 들어! 나중에 날개가 달리면 꼭 태워줘야해!"

 한동안 페서스와 투닥거리며 장난을 치던 비올라는 로자레일이 문을 열고 나가고 페서스가 그를 따라가자, 함께 따라 나가려고 했다.

"자네 이미 일어났군. 혹시 아가씨 못봤는가?"

 그러나 밖에서 미겔의 말소리가 들려오자, 나갈지 말지를 잠시 망설이던 비올라는 문이나 아니라 창을 통해 나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아가씨! 비올라 아가씨!"

 다급한 마음이 전해지는 로시오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로시오! 나 여기있어!"

 불그스름한 벽돌은 점점 푸르스름하게 변해갔다. 

 비올라는 종종 마구간을 찾았다. 자연스럽게 페서스를 타고 산책을 하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에, 로자레일도 그녀를 따라 산책을 다녀야 했다. 가깝게는 도루 강에서부터 멀게는 코임브라의 성 프란치스코 수도원까지. 

"아가씨 바람이 차가워요. 비가 오려나 봐요."

"응, 이제 집으로 가자. 페서스!"

 도루 강가를 거닐던 비올라는 구름낀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고 자유롭게 풀을 뜯고 있던 페서스를 불렀다. "히힝!"하고 앞발을 쳐든 페서스는 장난스럽게 지그재그로 달려 비올라 앞에 도착했다.

"아가씨, 오늘은 그냥 걸어가면 안돼요?"

"로시오. 이제 익숙해 질때도 됐잖아. 그리고 페서스가 얼머나 착하고 똑똑한데!"

"네, 알았어요."

 단념한 로시오는 멍하게 바다를 바라보는 로자레일을 향해 소리쳤다.

"로자레일! 로자레일!"

"짜잔, 어제 아버지께 받은거야! 이 방법이 제일 좋아! "

 딸랑딸랑, 비올라가 품에서 나팔을 부는 천사 모양의 은으로 만든 종을 꺼내 흔들었다. 그녀의 아버지, 베체코에게 특별히 부탁한, 제노바 산 은세공품이었다.

"역시! 로자레일은 종소리가 정말 좋은가봐!"

 종소리에 반응하는 로자레일을 보며 비올라가 더욱 세차게 종을 흔들때, 장난기가 발동한 페서스가 로시오의 뒤에서 머리로 그녀의 치마를 확 들추었다.

"꺄악!"

 그바람에 깜짝 놀란 로시오가 펄쩍 뛰다가 미끄러져, 그만 도루강으로 풍덩, 빠져버렸다. 

"로시오!"

"아가씨! 살려, 어푸! 살려 주세요!"

"이를 어째! 로시오!"

 어선이 드나들 정도로 폭이 넓고 수심이 깊은 도루 강이 로시오의 발목을 잡아끌었다. 어쩔줄 몰라하며 발만 동동 구르던 비올라가 다급하게 로자레일에게 소리쳤다.

"로자레일! 로자레일! 로시오를 구해줘!"

 그러나 그는 묵묵부답이었다.

"아가씨! 어푸! 아, 가씨!"

 가느다란 가지에 간신히 목숨을 지탱하고 있는 로시오의 다급하고 간절한 목소리가 비올라의 가슴을 찢어발겼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안색이 파리해진 비올라가 절박한 심정으로 종을 흔들었다.

"로자레일! 제발 로시오를 구해줘! 로자레일!"

 딸랑딸랑, 맑은 종소리와 절박한 비올라의 목소리가 만들어낸 화음이 그의 뇌리를 강하게 두드렸다. 그리고 본능적인 화학작용이 중추신경을 따라 안면근육까지 이어졌다.

"옙. 사관, 로자레일 데 퀘드롯."

 너무나 작은 소리였으므로, 강에 빠져 허우적대는 로시오에게 온 신경을 쏟느라 다급한 비올라로써는 그것을 들을 겨를이 없었다. 그러나 로자레일의 분위기가 묘하게 변한 것을 느끼고, 그것을 단순히 종소리에 반응한 것이라고 여긴 비올라는 그를 서둘러 재촉했다.

"로시오를! 로시오를 구해!"

 고개를 끄덕인 그는 도루 강으로 뛰어들어 어렵지 않게 로시오를 구해주었다. 물을 먹어 무거워진 의복을 벗은 그는 로시오를 바닥에 눞히고 봉긋하게 솟은 가슴 위를 강하게 여러번 눌러주었다.

"로시오는 괜찮은거야?"

 이번에는 대답이 없었다. 

"쿨럭! 쿨럭! 아가씨."

"로시오! 로시오!"

 물을 한바가지나 토해내고 정신을 차린 로시오를 끌어안고 울음을 터뜨린 비올라를 곁에서 지켜보는 로자레일의 눈은 여전히 무심했다.
 그리고 가끔씩 갖고있는 베체코와의 식사시간이 또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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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서스는 비올라가 페가서스를 잘못 알고 있던 것입니다.
 

Lv33 퀘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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