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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로즈의 모험 1

아이콘 모리건
댓글: 5 개
조회: 1935
추천: 1
2014-01-10 04:24:07

 

"이집트에는 거대한 석조 건물이 있는 것을 아나? 묘지라는둥, 신전이라는둥, 하는데 확실하지가 않거든. 입구가 어디에 있는지만이라도 찾아 달라는 의뢰인데 어때? 생각이 있으면 카이로의 휴게소에서 물어보게."

 

 일주일 전, 이스탄불의 의뢰 중계인에게 받은 의뢰였어요. 힘들게 도착한 카이로에서 휴게소 주인에게 석조 건물에 대해서 물어보니 자신도 모험가들에게 주워들은 이야기만 알고 있다며 더욱 자세한 정보를 원한다면 서고에서 이집트에 대한 책을 읽어 보라더군요. 지도를 펼쳐보니 카이로에서 가장 가까운 서고는 알렉산드리아. 간단히 식량과 물을 싣고 알렉산드리아로 출발했답니다. 

 

 

<다행히 알렉산드리아는 카이로에서 매우 가까운 도시였어요>

 

 

 처음 동지중해의 패권을 쥐고 있는 오스만 사람들의 거친 분위기에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하지만 요즘은 지중해 사람들을 자주 만날 수 있어요. 왜냐하면 최근 동지중해에서 역사 유물들이 속속 발견되면서 지중해의 많은 역사가와 발굴가, 그리고 고고학자 등의 모험가들이 동지중해로 몰려들었거든요. 덕분에  고향 세비야의 소식도 자주 접할 수 있어 좋아요. 이집트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온 알렉산드리아의 항구에서도 많은 모험가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마침 에스파냐 기를 달고 있는 범선이 보이기에 요즘 세비야의 동향에 대해 묻고 싶었지만 의뢰를 끝내야하니 서고로 향했어요.

 

 서고에 들어서니 덩치가 크고 턱수염이 덥수룩한 학자가 읽고 있던 고서를 내려 놓으며 저를 지긋이 바라보더군요.

 

"저, 안녕하세요? 이집트 기자 지방에서 발견된 거대한 석조 건물에 대해 알고 싶은데요, 어떤 책을 보면 알 수 있을까요?"

 

 아직은 어눌한 터키어로 조심스럽게 물었어요. 그러자 학자가 옆에 있던 책장을 뒤지며 이렇게 말하더군요.

 

"요즘 피라미드에 대한 책을 찾는 사람들이 많군. 이번주만 해도 벌써 4명 정도가 이 책을 찾은 것 같은데."

 

 "아, 그 석조 건물의 명칭이 피라미드인가요?"

 

 저의 물음에 학자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어두운 갈색 가죽 표지의 책을 내밀었어요.

 

"아까도 말했지만 요즘들어 이 책을 찾는 사람들이 많으니 책이 손상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카이로의 건너편에서 거대한 석조 건물이 발견되었다. 사각뿔 형태를 한 이 건축물의 정확한 명칭은 피라미드. 그 당시 기술로는 운반하기조차 어려운 거대한 돌을 쌓아 올려 만든 이 건물은 많은 모험가들과 학자들로 인해 파라오들의 무덤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기자 지방에서 발견된 피라미드는 세 개가 나란히 서 있으며, 큰 순서대로 쿠푸 왕, 카프레 왕, 멘카우라 왕의 피라미드이다. 거대한 돌을 정확히 쌓아 올려 만들어져 있는데, 현재의 기술로도 똑같은 것은 만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피라미드에 대한 많은 정보가 있었지만 의뢰 내용은 입구에 대한 조사였기 때문에 위치만 파악하고 서고를 나섰답니다.  카이로 건너편은 요 며칠전에 이집트의 여신상을 발굴하기 위해 탐험을 해봤기 때문에 지리는 어느 정도 알고 있으니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네요.

 

 다음날 아침 일찍 선원들과 함께 출항 준비를 마친 우리는 카이로 건너편으로 출발했어요. 얼마 전 돌아다닌 기억으로는 거대한 건축물은 본 적이 없었는데, 피라미드라는 것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카이로 건너편에 도착한 우리는 배를 지킬 최소한의 인원만을 남겨둔 채 피라미드를 찾기 위한 행군을 시작했답니다. 얼마쯤 걸었을까, 작렬하는 태양 아래 선원들은 한두 명씩 지쳐가기 시작했어요. 우리가 찾고 있던 목표물이 보이지 않아 허탈감까지 더해진 탓도 있었겠지요. 이러다간 모두 일사병에 걸릴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커다란 바위 그늘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어요. 바위 틈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을 쐬며 쉬고 있던 중, 한 선원이 소리쳤어요.

 

"선장, 여기 틈에!"

 

 긴장을 풀고 쉬고 있던 터라 모두 놀라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보자. 선원은 눈을 크게 뜨고 손가락으로 바위의 틈을 가리키고 있었어요.

 

"무슨 일이야. 깜짝 놀랐잖아."

 

"선장, 이곳 틈 사이로 무언가 보인다고!"

 

"뭐? 뭐가 보인다는거야?"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보니 과연 겨우 한 사람이 지나갈만한 틈 사이로 넓은 사막이 펼쳐져 있었고, 그 한 가운데 거대한 건축물이 보였어요. 저것이 피라미드라는 생각을 하니 가슴은 마구 방망이질 쳤답니다. 언제 피곤했냐는 듯 모두들 자리를 털고 일어나 바위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기 시작했어요. 힘찬 걸음으로 다가갈 수록 건축물의 형상은 뚜렷해 졌는데, 그 모습은 알렉산드리아에서 얻은 정보와는 다른 형태를 하고 있었어요.

 

 

<건축물이라기 보다는 거대한 석상같지 않나요?>

 

 

"자, 그래도 일단 의뢰 내용에는 입구에 대한 조사니까 입구가 있는지 확인해 보자고."

 

 선원들에게 주변을 돌며 입구를 찾아보라고 명령을 하고 걸음을 옮기려는데 수에즈 출신의 베테랑 선원이 손바닥을 치며 뭔가 생각났다는 듯 외쳤어요.

 

"아, 이제야 생각났어! 이것은 피라미드가 아니야. 오래 전 북유럽에서 온 탐험가의 배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그 탐험가와 함께 이곳에 온 적이 있었어. 그 탐험가는 이 건축물은 이집트 파라오들의 위대함을 나타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 것 같아."

 

"뭐라고? 확실해?"

 

"확실해. 그 때 이 주변을 좀 더 둘러보려고 했지만 모래 바람이 심하게 불던 시기였고, 선원들의 반대가 거센 탓에 철수할 수 밖에 없었지."

 

 베테랑 선원은 거대한 석상과 같은 건축물을 보며 그날을 회상하는 듯 보였어요.

 

"그런데 왜 이제야 생각해 낸거야!"

 

"나이를 먹어보라고. 모든 것이 다 희미해지는 법이야. 모래 바람이 부는 사막처럼."

 

 선원의 거드름에 입을 삐죽거리고는 선원들을 둘러보며 새로운 명령을 내렸어요.

 

"모두들 잘 들었지? 이 것은 피라미드가 아니야. 주변을 좀 더 살펴보자고. 분명 가까운 곳에 피라미드가 있을 거야."

 

 거대한 석상과 같은 건축물을 뒤로하고 우리는 기자 지방을 탐험하기 시작했어요. 서쪽으로 난 좁을 길을 따라 걷던 우리는 작은 언덕 너머로 웅장한 언덕의 실루엣을 볼 수 있었어요. 그 웅장함에 선원들은 입을 벌리고 우두커니 서 있더니 저를 바라보며 불안한 듯 입을 열었어요.

 

"선장, 설마 저 언덕을 넘을 건 아니겠지?"

 

 가뜩이나 지쳐있는 선원들에게 너무나 거대한 언덕을 넘자는 말을 섣불리 할 수 없었어요.

 

"일단, 갈 수 있는 곳까지 가보자. 가다가 도저히 못 갈 것 같으면 되돌아 가는 거야.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한다는 건 너무 아깝잖아. 모두 조금씩만 더 힘을 내 줘. 부탁이야."

 

 간절한 저의 부탁에 선원들은 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언덕을 향해 걷기 시작했어요.

 

 땅을 바라보고 무의식적으로 15분쯤 걸었을까. 언덕까지는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든 순간. 저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입을 떡 벌린 채 그 자리에 멍하니 멈춰설 수 밖에 없었어요. 우두커니 선 저를 의아하게 바라보던 선원들도 정면의 언덕을 바라본 순간 저와 마찬가지로 놀라버렸답니다. 왜냐하면 웅장한 언덕의 정체가 바로 우리가 찾고 있던 이집트 파라오들의 무덤인 피라미드였기 때문이었어요.

 

 

<거대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크기에 우리는 모두 놀랄 수 밖에 없었답니다>

 

 

베이비로즈의 탐험 일지-기자 피라미드의 발견 마침

 

 

Lv26 모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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