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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Sea Demon -6화 - Battle on Valeares

퀘드류
댓글: 3 개
조회: 897
추천: 2
2013-07-10 22:42:06
"갑판 위에서 허둥대는 마흔명 남짓, 갑판 아래로는 절반도 움직이지 않는 노. 너무 작위적이지 않나? 우리는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야 하네. 저들은 우리를 끌어들이기 위해 일부러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일지도 몰라."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지. 하지만 과도하게 신중을 기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네. 천금같은 기회를 놓칠수도 있어."

"그 기회가 지옥으로 가는 초대권을 빨리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니라면 말이지."

"하하, 자네와 논쟁을 벌일 생각은 없다네. 어차피 주사위는 던져졌어. 우리는 싸우고, 승리한다. 자네도 함장님의 명언은 잘 알고 있잖아?"

"그래, 우리는 이제 각자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면 되는거야. 나는 내 임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걸세."  

 로자레일은 하드독을 좋아할래야 좋아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스톤해머 함장의 판단은 언제나 옳았다.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었지만, 최소한 로자레일의 머리 속에서는 모두 옳은 판단이었다고 기억되고 있었다. 이것은 로자레일만의 생각이 아니라 포티쿨로 호를 지배하는 일종의 신앙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하드독은 포티쿨로 호의 이단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모두에게 미움을 받는 하드독을 좋아하는 유일한 사람이 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사람은 바로 스톤해머 함장이었다.

"우현 포격 준비!"

선미에서 외치는 스톤해머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갑판을 때렸다. 스톤해머가 명령을 내리길 기다리고 있던 하드독은 "화약장전!"이라고 외치고 연이어 "포탄 일발 장전!", "대기!"라고 쉴틈없이 명령을 내렸다. 하드독의 옆에 기립해서 그의 명령을 복창하던 로자레일은 이어질 조준명령을 기다렸다.

"자네가 조준 명령을 내리게."

"예?"

"자네가 조준 명령을 내리라고."

하드독이 두번이나 설명해줬음에도 로자레일은 그가 무슨 말을 한것인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어리바리한 로자레일의 태도에 짜증이 솟구친 하드독이 얼굴을 찌푸렸다.

"한심하긴."

갤리선과의 거리를 가늠하고 풍향과 파도를 고려하여 포격 각도를 계산한 하드독이 조준 명령을 내렸다.

"오른쪽으로 25도! 위로 35도! 우현 전 포문 조준!"

그제야 하드독의 말을 이해한 로자레일은 상당히 당혹스러운 감정을 느꼈다. 설마 하드독이 조준명령을 내리라고 할 줄은 상상도 못했기 떄문이었다.

"점화대기!"

 포격준비를 마친 하드독은 스톤해머의 명령을 기다렸다. 포티쿨루 호와 갤리선과의 거리는 점차 좁혀지고 있었다. 이제 육안으로 적 갑판 위의 움직임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웠다. 로자레일은 갤리선의 선원들 중에서 포격을 지휘하는 것처럼 보이는 선원을 눈으로 좇았다. 그 선원은 머리에 터번을 두르고 너덜너덜한 보라색 이슬람 장의를 입고 시미터를 휘두르며 선원들을 독려하고 있었는데, 그의 움직임에서 전투를 두려워하는 기색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때 적선의 대포 중 하나가 불을 뿜었다. 유효 사거리에 근접한 거리였으나 포티쿨루 호에 훨씬 미치지 못한데다가 오직 한 문만 발사 되었으므로 포티쿨루 호의 선원들은 갤리선 선원들의 미숙함을 비웃으려 했다.

"푸하하, 저 멍청한 자식들!"

 그러나 곧바로 갤리선의 대형 노들이 일제히 움직이며 급격히 속력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망루원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동남동 방향 새로운 갤리선 출현!"

선원들의 얼굴에 언뜻 불안한 기색이 스쳐갔지만 크게 동요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두척의 선박과 동시에 전투를 벌인 경험이 드물지 않았고, 다른 한척이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뿐만아니라,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스톤해머가 승리를 가져올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으하하! 우리의 나포상금이 2배로 늘겠구나! 토끼 두마리가 사자를 잡지는 못하는 법! 저들의 숨통을 끊어놓자! 먹잇감을 향해 공격한다! 전원 제자리로! 우현! 명령에 맞춰 일제히 포격한다! 좌현 포격준비!"

 갤리선의 대포가 차례로 불을 뿜기 시작했지만 명중과는 거리가 멀었다. 장전과 발사를 반복하는 포문에서 구름처럼 피어난 화약연기는 갤리선의 움직임을 따라 길게 흩날렸다. 덕분에 갤리선은 마치 새벽안개를 뚫고 돌격하는 기마병 같았다. 갤리선이 넘실거리는 파도를 헤치며 드디어 위력적인 포격을 날릴 수 있는 위치까지 도달하자 스톤해머가 우현을 향해 소리쳤다.

"일제점화!"

 6파운드 캘버린 포 12문이 일제히 토해내는 함성이 발레아레스 해를 뒤흔들었다. 도화선의 심지가 다 타들어가기 전에 귀를 막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선원들이 재빨리 화약찌꺼기를 걸러내고 화약을 다시 채워넣고 포탄을 장전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2분에 불과했다. 숙련된 선원이 만들어 내는 장전 속도의 차이는 전투의 승패를 가를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요인이었다. 더군다나 한편의 명중률이 형편없다면 그것은 더욱 큰 차이를 만들수 있었다.

"저놈들이 포티쿨루 호에 한발자국도 들이지 못하게 만들자! 마음껏 포탄을 퍼부어라! 일제 점화!"

 일회 포격량 72 파운드의 포탄 세례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전진하는 갤리선의 갑판은 난장판이었다. 포탄이 뚫고 지나간 구멍으로 너덜너덜해진 돛과 끊어진 돛줄로 인해 흔들리는 돛대에도 불구하고 노젓기로 추진력을 얻은 갤리선은 끊임없이 접근했다. 

"백병전을 허용하지 마라! 적의 원군이 도달하기 전에 저 개자식들을 박살낸다! 최대한으로 전력을 보전해서 원군을 맞이한다면 우리의 전리품은 한 척이 아니라 두 척이 될 것이다! 서둘러라! 승리가 눈 앞에 있다!"

 어느새 적 지휘관의 얼굴에 난 흉터를 확인할 수 있을만큼 거리가 좁혀졌다. 포탄에 맞은 부상자와 시체가 갑판을 뒹굴렀지만, 갤리선은 굴하지 않고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파도를 타고 갤리선이 높이솟는 그 순간, 갤리선의 선수에서 발포된 포탄이 바람을 찢으며 정확하게 포티쿨루호의 갑판을 향해 날아왔다. 

 "프리디시오!"

 하드독이 프리디시오를 부르는 소리가 짧게 울렸다. 단말마조차 남기지 못하고 머리를 잃은 프리디시오의 시체가 목 언저리에서 아직 따뜻한 피를 뿜어내며 팔다리를 뒤흔들어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위로했다. 

"프리디시오..."

 경련을 일으키는 프리디시오의 목없는 시체를 바라보며 잠시나마 그의 명목을 빌어준 로자레일은 흩날리는 화약연기를 보며 지옥의 유황불을 떠올렸다. 고조된 긴장과 흥분, 죽음에 대한 공포로 머리가 이상해진 것이라고 생각한 그는 의지와 다르게 덜덜 떨리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지난 한달동안 숱한 죽음을 봤지만, 포탄에 맞아 머리가 날아간 시체를 본 것은 그도 처음이었다.

"멍청한 자식! 뭐하고 있나! 적의 승선을 저지하란 말이다! 멍하니 있지말고 서둘러 움직여!"
 귀싸대기를 올려붙이는 하드독의 호된 질책에 정신을 차린 로자레일은 백병전을 벌이기위해 갈고리가 달린 밧줄을 던지고 조교를 걸치는 적 선원들의 저돌적인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롱소드를 빼들고 달려들었다. 

"적의 접현을 떨쳐낸다! 좌현으로 선회하라! 전 선원은 적의 승선을 저지하라!"

포티쿨루 호는 카락선이기 때문에, 갑판이 갤리선의 그것보다 높았다. 또한 대포는 구조 상 포각을 수평 아래로 조정할 수 없었다. 그러므로 접현하게 되면, 스톤해머 함장이 자랑하는 포티쿨루 호의 캘버린 포는 갤리선에 포탄을 명중 시킬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포티쿨루 호의 대포가 더이상 쓸모가 없게 되고, 반면에 갤리선의 대포는 발사하는 족족 포티쿨루 호의 선측에 직격하게 되는 결과를 피하기 위해서, 포티쿨루 호의 입장에서는 반드시 거리를 벌려야 했다.
 포티쿨루호가 왼쪽으로 선회하면서 요동치는 파도에 밀려 멀어진 갤리선은 갑판 난간에 걸린 갈고리를 잡아당기는 힘에 의해 다시 급격하게 거리를 좁혔다. 로자레일이 적 선원 한명을 베어 바다에 빠뜨리고 막 갈고리 줄 하나를 끊었을 때, 망루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적 원군! 포탄 유효사거리까지 도달!"

 망루원의 경고 전에 이미 적 원군 갤리의 접근을 알고 있던 스톤해머는 침착하게 대처했다.

"걱정할 것 없다! 다시 좌현으로 선회한다! 이번에는 적의 갈고리 줄을 모조리 끊어버려라!"

 조타수가 서둘러 키를 돌리자, 이번에는 포티쿨루호가 선회에 성공하며 갤리선과의 거리가 벌어졌다. 몇 가닥 갈고리 줄이 남아있었지만, 그정도로는 포티쿨루 호의 선회를 막을 수 없었다. 끝까지 줄을 놓지 않고 있던 적 선원 중 하나가 갑판에 패대기 쳐졌다가 줄을 놓치고 바다로 떨어졌다. "으악!" 그의 비명이 로자레일의 귀에까지 들렸다.

Lv33 퀘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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