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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Sea Demon -7화 - Battle on Valeares

퀘드류
조회: 550
추천: 1
2013-07-14 10:30:16
"양현 포격준비 완료!"

"마무리를 짓는다! 좌현 일제 포격!"

왼쪽으로 선회에 성공한 포티쿨루 호의 좌현 대포들이 거의 동시에 불을 뿜었다. 그리고 한번, 또 한번, 총 세번의 일제포격이 이루어졌다. 지근거리에서 발사된 포탄은 모조리 적 갑판 위에 명중하며 갑판을 너덜너덜하게 만들어 버렸다. 갤리선의 갑판 위를 구르는 적 선원의 시체도 온전한 것보다 온전하지 못한 것이 더 많을 정도였다.
 적의 응사로 포티쿨로 호도 수리가 불가피 했지만, 더 급한 것은 아직 한발도 발포하지 않은 적 원군의 공격이었다. 다행인 점이라면 협공을 당할 걱정은 덜었다는 것이었다. 좌현 쪽의 갤리선이 백기를 게양한 것이다.
 어느새 태양이 서쪽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해가지면서 바람이 바뀌어 포티쿨로 호의 좌현쪽에서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왔다. 측풍을 받아 서서히 속력을 높이며 앞으로 나아가는 포티쿨루 호를 향해 접근하는 갤리선의 노가 쉴틈없이 저어졌다. 삼각돛에 조력까지 더해진 갤리선은 순조롭게 역풍을 가로질렀지만 유리한 위치를 잡은 것은 분명 포티쿨루 호였다. 

"우현 일제 점화!"

 이윽고 어둠을 밝히는 포문의 불빛이 바다 위로 점을 찍었다. 그러나 물기둥만 솟을 뿐, 적선에 명중하는 포탄은 하나도 없었다. 요정의 군무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는 전투등의 불빛에 의지해 포격을 하는 것은 아무래도 어려운 일이었다. 
 사관들은 탄도학의 연구를 통해 풍향, 풍속, 기온, 습도와 아직 알려지지 않은 다른 조건 등, 포탄의 궤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고려하여야 정확도를 높일 수 있었다. 물론 과학적으로 정확한 수치를 산출해 내지 않더라도 명중률을 올릴 수 있는 더 대중적인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경험이었다. 장군이든 장교이든 갑판닦이 견습선원이든 간에 많이 쏘다보면 대충 감으로 어떻게 쏴야하는 지를 알게 되는 것이다. 그 점에 있어서 로자레일은 확실히 남들 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불과 몇 번만 쏴보면, 어느 각도로 언제 발사해야하는지를 본능적으로 알아채는 것이다.

"포각을 수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하드독이 고개를 끄덕이자 로자레일은 직접 선원들을 지시했다.

“포각 수정! 오른쪽으로 5도, 위로 3도!”

"일제 점화!"

 두 번, 세 번, 포격이 계속 되자, 드디어 정확하게 명중하는 포탄이 나왔다. 적선의 선미에 정확하게 직격한 포탄은 커다란 구멍을 만들어 놓았다. 망원경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스톤해머 상급사관은 배를 붙잡고 크게 기뻐했다.

“푸하하, 바람구멍이 아주 시원하게 뚫렸구나!”

 미묘한 변화를 느낀 로자레일은 검지에 침을 발라 풍향을 재어보았다. 미세하지만 풍향이 바뀌고 있었다. 포신의 각도를 변경하기 위해 바람과 거리를 가늠하던 로자레일은 본인도 모르게 의문을 표했다.

“어?”

 적선의 전투등들이 하나, 둘 빛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둠 속으로 몸을 숨기기 위해 등불을 끄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저 등불이 전부 꺼지기 전에 포격을 해야 했다.

"포각 수정! 위로 5도!"

"준비 완료된 대포는 각자 점화!"

마지막 대포가 포탄을 발사하기도 전에 적 선의 모습이 그림자처럼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포탄이 명중했는지 못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어둠 속에서 갤리선을 뒤쫓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었다. 잡은 토끼마저 놓칠 수도 있었다.

"저 건방진 좀벌레 무리에게 우리가 왜 사자이고! 저들이 왜 토끼인지! 알려주었다! 적은 희생으로 큰 결과를 얻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해냈다! 우리의 압도적인 승리인 것이다!" 

거기까지 말한 스톤해머가 선원들을 둘러보았다. 전투등의 불빛이 선원들의 얼굴에서 번들거리는 땀을 비추었다. 장시간의 전투로 녹초가 되어버린 이들은 묵묵히 스톤해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희생에는 누군가의 죽음도 있었다. 나는 그들의 죽음을 잊지 않을 것이며, 성 베드로께서 그들을 돌보기를 기도할 것이다. 일동 묵념!"

 그날 새벽, 치료 도중 사망한 인원까지 합한 총 사상자 수는 사망자 7명 부상자 6명이었다. 포탄에 맞아 죽은 사람은 프리디시오가 유일했으며, 그외의 사상자는 선박 파편에 맞거나 무너진 삭구에 깔린 인원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적의 승선을 저지해낸 덕분에 큰 희생은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포한 스크로파 호의 포로를 두 무리로 나눠 포티쿨루 호와 스크로파 호에 배치한 스톤해머는 회항 지휘관으로 하드독을 임명하고, 로자레일에게는 불행하게도, 그가 하드독을 따라가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스크로파 호는 발렌시아를 향해 순조롭게 항해하고 있었다.
 스크로파 호의 난간을 수리하던 로자레일은 프리디시오의 머리가 포탄에 맞아 지워져 버리는 순간을 떠올렸다가, 그의 명복을 빌어주었다. 그가 천국에 갈지 지옥에 갈지는 신의 영역이었으므로 천국문의 열쇠를 가지고 있는 성 베드로께서 그의 저승길을 수호하기를 기도할 뿐이었다.
 로자레일은 갑판 난간에 대못을 박으면서, 그것을 하드독이라고 생각하며 강하게 내리쳤다.

"젠장! 함장님은 그 인간한테 도대체 뭘 배우라는 거야."

 본래 조리있는 화술과 정중한 예절로 유명한 로자레일이었으나 선상 생활을 한지 한달 반만에 마치 어린아이처럼 유치해진 측면이 없지 않았다. 단순하고 본능적인 생활방식에 적응하면서 단순하고 본능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게 된 것인지도 몰랐다.
그가 또다시 이번 결정에 대해 투덜거릴 때 망루원의 외침이 들려왔다.

"북북동! 미확인 선박 출현!"

 로자레일이 반사적으로 북북동 방향으로 눈을 돌렸다. 아직 육안으로는 선박이 있는지 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거리였으므로 로자레일은 가슴팍에서 작은 망원경을 꺼내들었다. 어제 스크로파 호의 함장실 서랍에 있던 것을 챙긴 것이었다. 비록 곳곳에 때가 묻은 지저분하고 조악한 망원경이었지만 로자레일은 그 망원경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그가 합법적으로 획득한 첫 전리품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얼마나 아꼈는지 나이프로 R.Q라고 새겨놓을 정도였다.

"백기가..."

 망원경을 통해 본 소형 갤리온 선에 게양된, 파란색 바탕을 가로지르는 흰색 십자가와 정중앙의 발루아 왕가(Maison capetienne de Valois)를 상징하는 금색 백합이 그려진 깃발은 분명 프랑스 상선이 게양하는 깃발이었는데, 특이하게도 백기가 함께 걸려있었다. 의문이 생긴 로자레일은 소형 갤리온 선의 이곳저곳을 살펴보았으나 외관이 멀쩡한 것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다.

"장포장님! 백기가 걸려있습니다!"

 유품으로 받은 친우 프리디시오의 망원경으로 이미 백기를 확인한 하드독이 사관들을 불러모았다. 회항 지휘관 하드독 1등사관과 아르보 2등사관, 로페 2등사관, 그리고 로자레일 데 퀘드롯 3등사관이 전부였다.

"우선 자네들의 의견을 들어보겠네. 아르보, 자네부터 말해보게."

20대 중반의 청년 아르보가 한발 앞으로 나서며 대답했다.

"저 배는 분명 표류하고 있는 프랑스 상선입니다. 가까이 접근해서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드독의 눈길이 아르보와 동년배로 보이는 로페에게로 향했다.

"발레아레스 해는 조류가 강하지도 않고 돌풍도 드문 편입니다. 해적의 기만술이거나 전염병이 돌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직접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은 로자레일의 차례였다.

"깃발로 보아 프랑스 상선으로 보이지만, 외관이 멀쩡한데도 불구하고 백기를 게양한 것은 다른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구조가 필요할 지도 모르니 인도적인 차원에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분석한 바는 다르지만 직접 확인해 보아야 한다는 의견은 모두 공통되었다. 프랑스 상선으로 보이는 소형 갤리온에 내걸린 백기는 풍만한 가슴 골을 드러낸 아름다운 금발 여인이 파란색 치맛자락을 걷어 올려 눈부시게 뽀얀 허벅지와 하얀 속치마를 보여주며 던지는 추파나 마찬가지였다. 뱃사람이라면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을 만큼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존재인 것이다.
 그러나 하드독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었다. 미간을 좁히며 인상을 쓴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현재 우리의 주된 임무는 이 갤리선을 무사히 발렌시아 항구까지 인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임무에 앞서 대 에스파냐 왕국 발렌시아 함대에 소속된 해군으로써 이사벨 1세 폐하로부터 적국의 선박을 파괴하고 나포할 영광스러운 의무를 부여받았으며, 인도주의적인 카톨릭 교회의 방침을 따르되, 전염병 환자와의 접촉을 금지하는 군법을 고려하여 전염병 환자를 제외한 조난자를 구호할 신성한 의무가 있다. 임시 함장으로써 나의 책임 하에 저 선박에 접근하도록 하겠다. 전 선원 제 위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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