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전 바둑을 참 좋아합니다.
고스트 바둑왕을 보며 열광했고 미생을 보며 감탄했고, 어지간한 바둑사이트에서는 9단을 둡니다.(타이젬빼고)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는 것, 나의 의도와 상대의 의도가 충돌할 때의 전투, 반발할 때의 짜릿함.
수 읽기에서 이기는 것, 묘수를 발견해 내는 것, 마지막에 이기는 것까지 참 재밌습니다.
1. 하스스톤도 참 재밌습니다.
바둑과 비슷한 맥락으로 재미를 느껴 오래 즐겼고, 전설도 몇 차례 찍어 보았네요.
상황에 맞춰 대처하는것, 까다롭게 필드를 전개하는 것, 카드를 예측하는 것 등 바둑과 사뭇 다르면서도 재밌습니다.
하지만 최근들어 하스스톤의 밸런스의 형편이 무너졌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2. 바둑이 밸런스가 맞는 이유는 서로 번갈아 두기 때문입니다.
흑이 한 차례 두면 백이 한 차례 둡니다. 매우 간단한 이치입니다. 물론 운빨이 거~의 없다는 것도
밸런스가 훌륭한 이유지만요. 뭐 운빨은 카드게임의 특징이고 게임을 더 재밌게도해주니 이 부분은 넘어가야죠.
쌍방간 번갈아 두지만 그럼에도 불구, 먼저 두는 사람은 항상 유리합니다.
따라서 바둑은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해 후공의 입장인 '백'에게 덤을 주며
바둑의 발전과 시대에 변화에 따라 그 핸디캡의 정도를 변화시켜 왔습니다.
하스스톤으로 치면 동전한잎과 카드 한장을 더 쥐어주는 셈이겠군요.
이렇듯 먼저 카드를 내는 입장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핸디캡을 두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스스톤도, 바둑도 나름의 선후공 밸런스 교정을 통해 승률은 어느 정도 비등하다고 하는군요.
3. 하스스톤도 바둑처럼 서로 공방을 주고 받습니다.
내가 1마나 플레이를 하면 1마나 플레이를 상대가 하고, 상대가 2마나 플레이를 하면 나도 2마나 플레이를 합니다.
하수인이나 주문의 능력은 대체로 마나수치에 걸맞는 경우가 많고 특별히 강한 몇 놈을 제외하곤 서로서로 교환
가능합니다. 직업별로 특정 구간에 강한 하수인 또는 주문이 있다면 다른 직업에는 또 다른 마나 구간에 고 효율의
카드가 있어 이를 상쇄하는 식이지요. 대체로 같은 마나끼리 치고 받는다면, 운빨 게임의 특성상 제때 마나 운용을
못하거나(즉 카드가 안나오거나 너무 말리거나), 상대의 고효율 카드(예: 불기둥)가 지나치게 뽕맛을 뽑은경우를
제외하면 교환이 가능하며 게임을 비등비등하게 꾸려나갈 수 있습니다.
4. 하지만 마나플레이의 격이 다른 클래스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최근 들어 더욱 약해진 드루이드인데요.
하스스톤 출시이후 연구가 계속되며 각 클래스별 덱의 최적화가 많이 이루어진 현재,
드루이드는 그 언제보다도 병색이 완연한, 그야말로 최약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