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칼럼은 2013/14 윈터 시즌 롤챔스 4강에 진출한 KT Bullets 에 대한 분석 및 경기 관전포인트 등을 담고 있습니다.]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경기를 재밌게 관람하기 위한 승부의 포커싱이 어디에 있을까 정도의 의견제시는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타 지적, 의견, 적극적인 태클 환영합니다 ^^
타고난 재치와 재기발랄함, KT 불리츠
KT 불리츠라는 팀을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는 아마도 ‘재기발랄함’일 것이다. ‘세체정’ 인섹+카카오의 조합, 마파의 과감한 이니시와 류의 돌진, 여기에 스코어의 안정적인 딜링이 곁들여진 팀. 특히 돋보이는 한타 집중력으로 매 경기마다 슈퍼 플레이를 만들어내는 강팀이다. 지난 시즌 성적은 3위, 8강, 준우승이지만 각각 시즌 우승팀이었던 나진 소드, MVP 오존, SKT T1을 만나 패배한 것이 전부. 진정한 의미의 1.5등이 아닐까싶다.
라이너 소개
탑 inSec
작년 올스타전 이후로 세체정 칭호를 획득했으나 현재는 탑라이너로 전향한 인섹. 서머시즌에는 쉔, 자크, 말파이트 등으로 종횡무진 활약을 펼쳐 성공한 전향이라고 여겨졌으나, 자크 너프와 쉔의 사장 이후 매 경기에서 구멍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리신, 리븐같은 챔피언을 기용하면서 요즘에는 다시 탄력을 받고 있는 추세.
아무래도 일반적인 탑챔을 선택했을 때는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인섹의 강점은 마치 정글러와 같은 로밍, 그리고 언제 ‘필살기’를 꺼낼지 모른다는 것. 또 카카오와의 환상적인 호흡으로 같이 파고들었을 때는 아무도 그를 막지 못한다. 피지컬만 보면 국내 최정상급이라고 할 수 있다.
주력 챔피언 문도, 레넥톤, 리븐 (+리신 혹은 자르반? 말파이트?)

[정글러도 아니고 탑솔이 와서 이러면 미드입장에서는 게임하기가 싫다 ㅡㅡ]
[인섹은 리신뿐만 아닌 렝가, 레넥톤 등으로도 이런 플레이를 자주 보여준다]
정글 KaKAO
세체정 인섹이 사라진 지금, 최고의 정글러가 누구냐고 물으면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겠지만 나는 단연 카카오라고 생각한다. 룬방벽 삭제 전 일명 ‘갓카오’라고 불리며 적 정글의 동선을 읽고 엘리스 류의 챔프로 항상 적정글보다 먼저 빠르게 군단의 방패를 구비해 한타에 힘을 싣는 그의 모습은 상대팀에겐 공포의 대상이었다. 요즘에는 군방보다는 정글템+탱템을 선호하는 듯.
최근 카카오의 플레이는 그야말로 클라스를 보여주는 모습이다. 특히 올라프, 리븐 같은 챔프로 한타때 적 딜러를 향해 인섹과 함께 우직하게, 혹은 순식간에 달려들어 딜러진을 파괴시켜버리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주력 챔피언 엘리스, 올라프, 리신 (+이블린, 리븐)

[적 팀 입장에선 군방을 갖춘 엘리스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부담이다]
[낮은 체력으로도 빼지 않고 고치까지 던져주는 모습]
미드 Ryu
8강전에서 엠비션을 박살내버리며 자신의 클라스를 입증한 류. 일명 ‘육류’라고 불리며 최근 메타에 맞는 미드 챔프를 잘 다룬다. 페이커를 제외한다면 현 미드라이너 중 압도적인 실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플레이 성향은 다른 특이점은 없으나 담력이 좋다고 해야하나, 오리아나로 죽을 듯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버티다가 완벽한 궁을 넣는 것도 그렇고 리븐같은 픽을 했을 때 상상도 못할 타이밍에 앞으로 돌진해서 순간 폭딜로 한명을 잡고 나오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만 다전제 게임에서 후반으로 갈수록 조금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5경기로 갈수록 더 강해지는 페이커와는 반대. 우스갯소리로 배가 꺼져서 그런거라고도(...)
주력 챔피언 그라가스, 오리아나, 리븐

[마치 SSB를 상대한 페이커의 오리아나 플레이에 화답하는 듯한 환상적인 더블킬]
원딜 Score
과거 스졸렬로 불리며 KTB에서 구멍과 같은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던 스코어는 최근 엄청나게 성장해서 현 시즌 국내 최고 원딜로 급부상하며 화려한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모스트 픽은 이즈리얼, 이즈리얼 그리고 이즈리얼. 요즈음의 그의 플레이에 대한 내 감상은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판단’이라는 느낌이다. 이즈리얼 자체에 대한 깊은 이해도와 센스를 바탕으로 하는 죽지 않고 끝까지 딜을 하는 선수이다.
스코어의 가장 큰 강점이라면 망하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믿고 쓰는 원딜. 임프, 피글렛 등의 원딜이 적 딜러들을 노리면서 슈퍼플레이를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무리한 플레이로 인해 종종 위기를 겪는 반면, 스코어가 적 딜러를 노리는 경우는 정말 확실한 경우밖에 없다.
주력 챔피언 이즈리얼

[스코어가 보여주는 위험한 플레이는 역설적으로 그를 더 안전하게 해주는 경우뿐이다]
[옆구리에서 나타난 신드라에게 오히려 앞비전으로 달려들어 잡아낸 모습]
서포터 Mafa
KTB가 경기에서 뒤처지고 있을 때, 글로벌 골드가 벌어지고 희망이 사라지고 있을 때, 기습적인 이니시로 기적같은 승리를 만들어내는 서포터 마파. 마파가 선호하는 픽은 공격적으로 운용할 여지가 많은 픽들이 많다. 자이라, 나미가 판치던 시절에도 그는 피들스틱을 더 자주 픽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최근에는 레오나라는 강력한 이니시에이터로 애니를 카운터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마파의 이니시는 여럿을 한번에 가두는 것보다도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주요 딜러 한둘을 확실하게 끊어버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KTB의 한타력의 원동력.
주력 챔피언 애니, 레오나, 타릭

[벽 뒤에서 각을 보고 있다가 조금 앞으로 나오는 순간 점멸 티버!]
[사실 마파의 예술같은 이니시는 너무 많아서 고르기가 힘들었다 ㅠㅠ]
강점
최상급 팀답게 라인전이면 라인전, 운영이면 운영, 한타면 한타 모두 굉장히 탄탄한 팀이다. 탑, 정글, 미드 모두 리븐을 잘 다루고, 탑, 정글 둘 다 리신을 매우 잘 다룬다(두 챔프 모두 화려한 플레이에 특화되어있다). 과감한 플레이가 돋보이며 때문에 싸움을 정말 잘하고 끊어먹기, 몰래 바론, 그 밖의 상대가 예측하지 못하는 플레이에 능하다. 이 판단력 덕분에 SKT T1, CJ Blaze와 같은 강팀을 상대로도 한번 승기를 잡으면 상대를 어이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무너트리는 경기가 종종 나오곤 한다.
특히 이 과감한 판단이라는 것이 KTB의 핵심인데, CJB와 같이 운영을 하고 싶어하는 팀을 상대로 무리다 싶을 정도로 어떻게든 싸움을 걸어버려 한타를 하게 만드는 것이 천적관계의 원인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또한 불리하던 유리하던 맵컨트롤을 통해 과감한 이니시로 한타를 승리하거나 적 챔프를 끊고 흐름을 가져오는 플레이를 좋아한다. 한번 노렸다 치면 다섯명이 전부 궁극기고 스펠이고 다 쏟아부어 어떻게든 잡아버리니 적 팀 입장에서는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리신이 봇에서 어그로를 끌면서 기습 바론, cc가 빠진 것을 확인한 인섹도 텔포로 합류하는 모습]

[인섹이 먼저 끊긴 상황에서 도망치지 않고 몰래 뒤로 돌아서 딱!]
약점
과감한 플레이와 무리수는 한끝차이다. 피지컬이 정말 강력한 선수들이 모여있는 KTB이긴 하지만 그 끊어먹기 플레이가 임팩트, 페이커를 상대로도 통할지는 미지수. 임팩트가 끝까지 버티면서 어떻게든 시간을 끌었을 때 다른 팀원들의 합류로 인한 몰살같은 그림이 쉽게 그려진다. 또한 SKT를 상대로 다전제 후반으로 갈수록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도 종종 나온다. CJB를 상대로도 플레이 타임이 짧으면 KTB가, 길어지면 CJB가 승률이 좋다고 한다.

[임팩트가 죽지 않아...ㅜㅜ]
[KTB는 이 경기에서 임팩트를 반복적으로 노리다가 한타를 대패한 일이 몇 번이나 있다]
v.s. SKT T1 K 관전포인트
① 인섹의 비장의 카드 ☆☆☆
현 메타에서 팀의 커다란 컨셉은 주로 탑솔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다(물론 타 라인의 영향도 크지만, 요즘 메타에 맞는 픽들은 대부분 유동적으로 운용 가능한 경우가 많다). 탑이 쉬바나, 텔포 문도라면 스플릿 운영을, 레넥톤, 럼블 등이라면 한타를 생각하는 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KTB는 상대방이 예상치 못한 움직임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바로 인섹의 존재이다. 문도, 레넥톤, 렝가, 리신, 리븐, 제이스, 리산드라, 말파이트, 자르반 등 대세픽에서 고인픽까지 많은 카드를 가지고 있는 인섹. 그리고 그 모든 카드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라이너. 상대방을 당황하게 만들 수 있다면, KTB에게 충분히 승산이 있다.
② 카카오의 움직임 ☆☆☆☆☆☆
팀의 컨셉이 탑라이너에 의해 결정된다면, 팀의 매 순간순간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정글러이다. 지난 서머시즌 결승에서 SKT를 상대로 카카오가 보여줬던 것은 집요한 탑 말리기였다. 성공한 경기도 있었지만, 결국 임팩트의 끈질긴 버티기로 경기는 패배하고 말았다. KTB는 뭔가 다른 방법을 만들어야 하거나, 혹은 더 강력한 압박을 넣어야 한다. 현 최강 팀이라 불리는 SKT를 흔들려면, 주도권을 잡고 원하는 방향으로 흐름을 강제하려면, 그것은 카카오가 더 나은 움직임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
③ 류 vs 페이커, 스코어마파 vs 피글렛만두 ☆☆☆☆
서머 롤챔스 결승에서 3:2로 아쉽게 역전당했을 때, 류는 페이커에게 제드로 완벽하게 압도당했었다. 그 후 순위결정전, 2:1로 리드당하는 상황에서 류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신드라를 골랐으나 페이커의 아리에게 박살나고 말았다. 현 시즌, 류는 훨씬 안정적여졌고 그의 기량은 분명히 절정을 찍고 있다. 그러나 페이커는 더, 더, 더 강해졌다. 류가 페이커를 상대로 승리할 수 있느냐, 혹은 최소한 그의 기량을 전부 보여줄 수 있느냐. 그것이 어쩌면 KTB대 SKT의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될지도 모른다. SKT의 팀원들은 모두 강하지만 명백히 그 승리의 근원은 페이커다.
봇 라인전의 경우는 KTB의 손을 좀 더 들어주고 싶다. 스코어마파는 서머이후 눈에 띄게 성장했다. 블레이즈의 루시안-애니 조합을 이즈-레오나로 박살을 내는 모습은 분명히 인상적이었다. 양 서폿이 어떤 픽을 가져갈 지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