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거북이
어느날, 조그만 청거북이를 두 마리 기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거북이를 사온 며칠 후, 그 중 한마리가 없어지고 말았다.
그것은 참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사방이 거북이에게는 망망대해였을 그 조그만 수조에서 어떻게
없어져버린 것일까.. 혹시 날개라도 달린 닌자 거북이는 아니었을까낭....
어 물론 농담이다..-_-;;
단 한가지 혐의가 가는 것이라면 수조의 가운데 띄워놓은 인조수초.
그 뻣뻣한 가지를 타고 기어올라와서리 수조의 가장자리로 넓이뛰
기를 한다...-_-;; 그것이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거북이의 탈출 경로였다.
(무거운 등딱지와 짧은 발로는 그것도 가능한 넘이 아녔다..-_-;)
두마리 중의 한마리는 활발한 놈이었고,나머지 한마리는 어쩐지
경계에 가득차서 움츠리고만 있던 놈이었다.
두 마리 중에 어떤 거북이가 탈출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남아
있는 거북이가, 내 냄비쪽으로 할딱할딱(표현하고는..-_-;) 헤엄쳐
오는걸 보면, 그리고 있는대로 목을 늘여 기웃거리는걸 보면, 아마
도 경계심 많던 그 반골기질의, 어쩐지 삐딱해보이던 그 쉐끼가 탈출했음에 틀림없었다. -_-+
안락한 구속보다는 위험한 자유를 선택했던 그 거북이.
내 시선으로 보면, 그 자유는 곧 죽음일 뿐이었다.
하루종일 발발 기어가봤자 카트제독의선실안 먼지& 냄새 가득한 곳일 따름
인데. 심오한 향기(?)와 먼지 속에서 어둠을 양식삼아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몇주가 지나갔다. 아주 오랜 시간이었다.
머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없는 내 시간으로 그렇다는 이야기다.
거북이의 시간으로는 영겁에 가까운 시간일까, 혹은 그 반대일까.
이제 내 거북이는 당연히 한마리였다.
그는 저 혼자서 수조를 독차지하며 살고 있었고, 그런 생활에 별
불만은 없는 듯이 보였다. 그는 가끔, 한때 자기의 동거자가 되었을지
모를 그 아웃사이더를 기억이나 하는걸까.
수면 위로 머리를 내밀어 허공을 응시하는 모습을 볼 때면, 어쩐지
그 동료를 기억하며 쓸쓸해 하는것 같기도 했지만 배가 고파서 먹이를
달라고 쌩쇼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_-;
어느날, 나는 넓은 방에 딸린 환풍구를 청소하게 되었다.
쓰레기 매립장 이라고 우겨도 99%의 인간이 믿을 만한 그 환풍구에는
온갖 잡동사니가 산처럼 쌓여있었다.(이미 그것은 환풍구로서의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였다.)
그것들을 치우고 꺼내고 하는데...아!!!
동그랗고 빛바랜 어떤 물체가 그 잡동사니들 사이로 고개를 내미는게 아닌가...
먼지를 뒤집어쓴채, 습기란 습기는 죄다 말라버린 딱딱한 박제.
아웃사이더는 그렇게 변방에서 박제가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네개의 다리와 한개의 머리가 등딱지 속으로 깊숙히 파고들어서,
육체의 물기가 사라질 틈을 최대한 막으려는 듯, 혹은 움직임으로
오는 에너지손실을 가능한한 억제하려는듯, 움츠린 채 말라있는
그 거북이는 박제가 되었어도 어쩐지 아웃사이더의 냄새가 났다.
내 손바닥에 놓인 그 동그란 박제는 동물이라기보다는 물질처럼
아무 감각이 없었다. '죽음'이라는 의식이 끼어들어서야 비로소 소름
이 돋았지만, '죽음'에 따른 부패과정이나 소멸과정마저도 아직 스며
들지 않은 그 딱딱한 형체를 보니, 과연 몇달전에, 수조안에서 숨을
쉬던 그 쉐끼가 맞기는 맞는걸까, 하는 의문마저 들었다.
어찌되었든, 나는 그 거북이를 과자봉지 버리듯이 쓰레기통에 넣어버렸다.
입으로는 툴툴거리면서, 바보같으니.
기껏 그런 모습이 되려고 탈출을 했단 말이냐.
네 동료를 봐라. 얼마나 풍요롭고 즐거운 삶을 살고 있는지..머 내가 장난칠땐 빼고 말이지... -_-;;
그래도 너의 몇배는,몇십배는 더 삶을 확장시킬 수 있지 않느냐.
나는 놈을 비웃었다.
그러나 어쩌면 놈이 나를 비웃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봐봐임마. 너는 내 삶에 있어 아무런 힘도 쓸 수 없었지 않았느냐.
탈출도 죽음도 모두 다 내 의지였다. 죽는 그 순간까지, 나는 네 시선
밖에 존재해 있었다. 니놈은 더 이상 내게 개입할 수 없었잖냐.
짜식..맘만 먹으면 탈출을 안할 수도 있었지.
하루종일 네 손가락에 붙들려서 내 일거수일투족을 저당잡히는
댓가로 모든 영양소가 고루 배합된 금붕어 먹이를 먹을 수도 있었어.
그 시간 속에는 밤과 낮도, 배합된 사료처럼 골고루 분포해 있었고,
더러는 만족스런 여유가 부드러운 물살처럼 내 등딱지를 간지럽힐수도 있었겠지.
그치만 그뿐이었을거야. 아무런 비밀도 볼 수가 없잖냐?
나는 느꼈다. 그 어둠속에, 먼지속에, 가도가도 벽일뿐인 네모난 콘크리트
수조의...비밀을.
네가 나를 보는게 아니라 내가 너를 볼 수 있었던거야.
바보쉐끼...내 동료나 너나, 똑같은 처지라는걸, 모르겠단 말이지?
정말 모르겠냐구...
정말 모르겠다. 놈이 어떻게, 사방이 망망대해인 그 조그만 수조에서
빠삐용처럼 탈출할 수 있었는지.
나는 그에게 그 비밀을 물어보고 싶었다. 그럼 그 아웃사이더는 피식
웃으며 이렇게 빈정댈 것이 뻔하지만, 말이다.
짜식..궁금한 건 많아 가지구선. 그건 간단해. 거북이가 되보면 알아.
니놈 눈으로 보이는 수치들은 니 것이지, 우리것이 아니잖냐.
나는 네가 불가사의한 것처럼 너는 내가 불가사의할거야.
아마도 그럴거야...그렇지?
아무래도 저는 수필가타입이라 흥미진진하고도 재미있는 글은 힘들더군요^^;
그래도 최대한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01년 새해가 밝아오는 다람살라의
일곱도깨비언덕게스트하우스에서 쓴글을 나름대로의 각색을 통해 재구성한 것입니다.
어째서 이런 허접한 글을 재탕까지 시키느냐 하시면 ㅠ.ㅜ 삐져요~
전 항해할땐 항상 애완(?)가축을 태우고 다닙니다. 생선류는 싣고 다녀도 새끼를 치진 않더군요.
닭이나 양 소같은녀석들은 가끔씩 생명탄생의 빛을 발하곤 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카트제독은 항상 지저분한 선실안에 애완동물을 키우고 있습니다~(물론 설정이지만;;)
지루한 항해 지겨운 교역 힘든 탐험중에도 항상 이러한 설정들을 생각하면서
나름대로의 즐거움을 채우는 것은 어떨까요?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