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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소설]부서진 낙원 1화 : 입단식

로엔베르트
댓글: 5 개
조회: 1390
2011-02-24 00:22:35

"우리 모두를 죽여도……. 여신은 오지 않아."

 

-ep8 중앙 정원 [잉켈스]와의 대화 中

 

 

마족을 죽여라.

그럼 낙원으로의 길이 열릴 것이다.

낙원의 이름은 에린.

나 모리안이 직접 너희들을 에린으로 인도하리라.

 

 

슬슬 추위가 물러나야 할 4월에도 북방의 작은 마을에는 여전히 눈발이 휘날린다. 여신의 치맛자락 끝을 떠나 천천히, 천천히 땅 위로 내려 앉는다. 쌀쌀한 날씨에도 사람들의 마음이 따스해지는 것은 하얀 눈이 부리는 마술이요, 여신이 대지 위에 내리는 축복일 것이다. 상주 인구가 100을 조금 넘을까 말까한 작은 마을 콜헨은 그렇게 여신이 부리는 사소한 마법으로 봄을 맞이한다.

 

"다 읽었다!"

 

콜헨 마을의 외곽에 위치한 작은 마법상점. 브린이라는 마법사가 운영하는 상점에서 우렁찬 외침이 들려왔다. 연갈색 머리카락을 뒤로 묶은 작은 체구의 소녀는 자신이 두 손으로 들기에도 버거워 보이는 책을 앞에 두고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수백장은 가뿐히 넘어갈 듯한 가죽 표지의 적갈색 책. 소녀는 그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긴 것이 그리도 기쁜지, 상점의 주인이 자신의 뒤에 다가갈 때까지 세상을 다 가진 것 마냥 상점 안을 휘저었다.

 

"이비양."

"우와아아아악!"

 

귓가에서 들리는 낮은 음성에 소스라치게 놀란 소녀는 음성의 주인을 확인했다. 옅은 금발을 단정하게 모두 뒤로 빗은 창백한 인상의 청년, 브린은 이비라는 이름의 소녀가 날뛰고 다닐 정도로 기뻐했던 책을 집어 들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한 쪽 입꼬리를 올리며 바람 빠져나가는 소리를 냈다. 간단히 말하자면 비웃었다. 콧방귀를 뀐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좋은 의미는 아니었다.

 

"겨우 '초급 마법사를 위한 지침서'한 권 정독해놓고 이 난리를 친겁니까?"

"30대 넘어서까지 여기서 약이나 보글보글 끓이고 있는 병약 마법사한테 그런소리 듣기 싫거든요? 체."

"오늘이 이비양 입단식인 줄 아는데, 이제야 파이어 볼트 정도를 구사하는 이비양을 보내자니 제 체면이 말이 아니군요."

 

브린은 책을 다시 탁자 위에 놓더니 창가 근처에 있는 안락의자에 걸터 앉아 다른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품 안에 끼워둔 뿔테 안경을 빼서 쓰고, 천천히 책장을 넘기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마법사였다. 그는 책을 읽는 틈틈히 자신의 말에 뾰로퉁 해진 이비를 쳐다보았다.    

 

사실 브린이 이비에게 한 말 중 80% 이상은 거짓이다. 이제 갓 17세를 넘긴 소녀가 직접 전투에 참여할 만한 마법을 익혔다는 것은 이미 웬만한 용병과 견줄 정도의 전투력을 갖추었단 의미였다. 따라서 이비는 오히려 브린의 체면을 세우면 세웠지 깎아먹을 수가 없는 것이다.

 

"흥! 몰라! 나 입단식 다녀올게요."

 

집을 나서는 이비의 뒷모습을 보면서 브린은 쓴웃음을 지었다.

 

"벤샤르트. 미안합니다. 전 역시 당신의 피를 막을 수 없나 봅니다."

 

브린의 머릿속에 한 사내의 그림자가 스쳐지나갔다. 누구보다 신념이 강했고, 그 누구보다 사명감이 강했다. 결국 대립된 두 가치관 사이에서 미쳐버렸지만 삶의 끝에서 온 몸을 불사른 남자. 브린은 머릿속에 아련하게 떠오르는 그의 뒷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은 듯 두 눈을 감았다.

 

-----

 

"파이어볼트 정도면 지나가는 마족 서너명은 한번에 잿더미로 만들 수 있단 말야."

 

이비는 두 볼에 바람을 한 껏 넣은 채 굴러다니는 돌을 발로 찼다. 난데없이 뒤통수를 맞은 돌멩이가 무슨 죄가 있으랴마는, 이비는 자신을 가르친 괘씸한 마법사가 맘에 들지 않는 듯 애꿎은 돌멩이를 연달아 걷어차며 용병단을 향했다.

 

용병단은 마을 중에서도 이그나흐 강 선착장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다. 유사시에 마을을 빠져나가는 주민들을 지키기에도 용이할 뿐 더러, 각지에서 벌어지는 전투에 조금이라도 빠르게 도착하기 위해서였다.

칼브람 용병단.

콜헨 마을 유일의 용병단이자 대도시 로체스트에서도 꽤나 이름 있는 용병단. 단장인 아이단은 오르텔 영지의 영주 잉켈스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부단장 격의 단원 마렉과 케아라는 로체스트 기사단장인 카단과 끈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딸랑

 

"안녕하세… 꺄아아악! 버, 벌레에에에!"

 

용병단의 문을 열고 들어온 이비는 눈 앞에 툭하고 떨어진 무언가를 확인하고 건물이 떠나가라 비명을 질렀다. 17세. 갓 성인이 된 이비가 감당하기엔 너무나도 끔찍하고 무서운 생명체. 흰 줄무늬 거미가 입구 한 가운데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가느다란 8개의 다리로 용병단을 찾아온 소녀를 맞이했다.

 

"으아으..."

 

이비는 도대체 이 끔찍한 생명체는 멸종하지 않는 것일까? 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며 제자리에 굳어버렸다. 도저히 자신의 힘으로는 이 무서운 생명체를 치울 용기가 나지 않았다.

 

"파하하하하하! 걸작이다! 걸작!"

"푸하하하하! 그러게! 하아, 하아… 푸하하하하!"

 

용병단 안쪽 탁자에 앉은 짧은 금발의 청년과 어째서인지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채 이비를 가리키며 끊임없이 웃어대는 연두색 머리카락의 청년. 둘은 마치 굉장한 코미디쇼를 본 것 처럼 숨도 쉬지 않고 웃어댔다. 심지어 천장에 매달려 있던 청년은 웃다 못해 바닥으로 추락해버렸다.

 

"으아... 오, 오빠들 이거 없어지는 순간 각오해!"

"안 치워 줄 거지롱~"

 

딱딱하게 굳은 입과 혀를 겨우 움직여 경고를 했음에도 네다섯살 꼬맹이들 마냥 웃어대는 철없는 오빠들을 보고 있자니 안그래도 놀란 이비의 몸은 남은 기운마저 쭉 빼버렸다. 내가 이 것들의 무서움을 떨쳐내는 순간 그동안 당한 수모를 수 백 배, 아니 수 천 배로 갚아주리라! 하고 수십번을 다짐해봐도 눈 앞에서 꼼지락 거리는 생명체를 보는 순간 굳은 다짐은 온수에 넣은 각설탕처럼 빠르게 흩어졌다.

 

-쾅, 쾅!

 

"우왁!"

"아악!"

"다 큰 사내놈들이 겁 많은 소녀 한 명 놀리는 걸 취미 삼으면 못 써."

 

잠결에 부스스한 검은 머리를 그대로 둔 채 박력있게 등장한 여성은 두 청년의 사타구니를 힘껏 차준 뒤에 이비 앞에 매달려 있던 거미를 맨손으로 잡아 밖으로 던져버렸다. 막 일어난 듯 게슴츠레 뜬 눈과 헝클어진 검은 머리카락. 막 입고 나온 것 같은 유니폼.

 

"……. 그래도 여길 때리는 건 너무하단 생각 안들어? 피오나 누나? 내 자손들을 깡그리 몰살시킬 셈이지?"

"말로 할때 입 다물어. 이비 눈에 해로울까봐 살살 때린거야. 불만 있으면 리시타, 카이 둘다 사내구실 못하게 만들어 버리는 수가 있어."

 

이비는 대체 세게 가격하면 저 둘의 상태가 어떻게 될까 상상하며 피오나와 함께 식탁에 앉았다. 리시타라는 이름의 금발머리 청년은 방금 전 가격당한 곳의 데미지가 상당한 듯 아직 회복될 기미가 보이질 않았고, 카이라고 불린 연두색 머리의 청년은 리시타보다 덜 맞았는지 어느새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오늘이 이비 입단식이었지?"

"아. 응!"

"환영해. 칼브람 용병단의 일원이 된 걸."

 

이비 옆자리에 앉아 있던 피오나가 손을 건넸다. 둘이 악수를 하자 다른 단원들도 한명씩 축하말을 건넸다.

 

"이제 같이 놀 수 있겠구나 이비야."

"아마 여기서 당당하게 논다라는 표현을 쓰는 건 너뿐일거야 카이."

 

책장을 정리하던 붉은 머리의 여인 케아라에게 핀잔을 들으면서도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는 카이는 자신의 길다란 귀를 매만지며 이비에게 손을 건넸다.

 

"네 덕분에 신참 탈출이구나 난."

"그 전에 할 말이 있을텐데 리시타."

 

빈정대듯 말하던 리시타에게 피오나가 '한 방 더 먹여주지'라는 눈빛을 보내주자 리시타는 황급히 문장 하나를 덧붙일 수 밖에 없었다.

 

"아까는 미안했다. 진심으로 환영해 이비야."

"고마워, 그런데 나중에 진짜로 복수할거야 나."

 

간단한 환영식을 끝내고 나서야 이비는 용병단에 항상 있어야 할 누군가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 케아라에게 물었다.

 

"저기 케아라 언니, 마렉오빠랑 아이단 단장님은 어디가셨어?"

"응? 마렉들이라면 아마 북쪽 폐허에 갔을 껄? 사실 오늘 너말고 다른 입단생이 있거든."

 

 

-----

-----

 

에라 모르겠다.

만화는 시간 잡아먹는 괴물입니다 괴물.

으아아아악!

차라리 삽화를 중간에 넣고 글로 쓰는게 나을 것 같아 소설로 올립니다.

 

대사가 조금 바뀌었을지도.

Lv30 로엔베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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