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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카이가 죽었슴다--;

아이콘 자자미시발련
조회: 1154
2011-04-24 04:19:24

예전에 카이게에 올린 거 재탕


카이는......나올 수 있을까요 여러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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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이 차갑다.

 

멍청한 표정으로, 카이는 잠시 눈을 깜빡였다. 볼에 닿은 돌바닥이 얼어붙을 듯 차갑다. 아무래도 자신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듯 싶다. 한동안 그는 그대로 누워 있었다. 그러나 한기가 뼛속까지 침투해오자,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뒤늦게 떠올랐다. 덜덜 떨리는 팔로 천근 같은 몸을 일으킨다. 아아아, 메마른 성대를 타고 갈라진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뒤통수에서 찌르는 듯한 고통이 느껴진다. 둔기에라도 맞은 걸까. 정신이 혼란스럽다. 기억이 잔뜩 뒤엉켜 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주위를 둘러봤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여긴 또 어디고 나는 왜......?

 

사 위는 칠흑같이 어둡다. 카이는 더듬 더듬 바닥을 짚어, 기다시피 앞으로 향했다. 돌로 이뤄진 방은 생각보다 훨씬 좁은 듯했다. 몸을 얼마 움직이지도 않아 벽에 닿았다. 그는 벽에 몸을 기대고 주저앉았다. 긴 숨을 토해낸다. 후우우. ......훨씬 낫다.

 

날 카로운 엘프의 눈동자가 주변 상황을 기민하게 살핀다. 코끝에 묵은 습기가 느껴진다. 지하, 인가. 하지만 그 외에는 정보를 얻을 길이 없다. 한 점 빛도 없는 상황에서는 천하의 자신이라도 무력하다. 그는 별 기대도 않고 몸을 뒤졌다. 역시나, 활도 화살도 단도도- 모조리 없다.

 

여기는 어딜까.

 

왜 나는 여기에 있는 걸까.

 

난 여기서 죽는 건가.

 

그저 시간이 흐른다. 한없이 내면으로 침잠해 들어가던 카이의 머릿속으로 불현듯, 용병단에서 시작되었던 기나긴 여정이 스쳐갔다.

 

종 탑의 거미를 우연찮게 잡으면서 시작되었던 용병 생활. 놀 치프틴을 쓰러뜨리고, 이뮤르크를 꺾고, 허무의 왕자를 정복했다. 스카드블랙과, 라고데사와, 예티의 왕과 고블린들의 왕도 물리쳤다. 폐허, 얼음계곡, 아율른, 평원을 지나, 블랙해머를 상대했고, 지하수로에서 잉카라를 없앴다. 오르텔 성을 구해냈고, 아율른에 다시 가서- 그래. 샤칼을 만나서 진실을 알게 되었지.

 

진실을.

 

피 오나. 리시타. 이비. 카록. 카단......동료들의 얼굴이 희미하게 떠오른다. 그래. 그래서 자신들은, 최후의 결전을 준비 중이었다. '글라스 기브넨'과의 마지막 전투. 그래. 여신은 그곳에 없고, 낙원 또한 없을 것이다. 알고 있지만, 우리는 가야만 한다-

 

그런데 왜 나는 여기 있는 거지?

 

등줄기로 섬뜩한 무언가가 흘러내린다. 법황청의 음모인가? 아니면 그림자 기사단? 그도 아니면, 제3의 세력? 설마 용병단 내부에 배신자가 있나? 대체 누가 무슨 목적으로, 이 파티의 '저격수'를 납치한다는 말인가. 자신이 없으면 후방 지원과 수색은 누가 담당한다는 말인지.

 

카이는 이를 악문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것도 할 수 없지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움직여야 한다. 여기를 나가야 해.

 

센 척 하지만 속은 여린 피오나.

 

결정적인 순간에는 빈틈 투성이인 리시타.

 

어리버리 눈을 뗄 수 없는 이비.

 

돌진밖에 모르는 카록.

 

온종일 티이 생각만 하는 병.신 카단까지-

 

내가 가야 해. 내가 그 녀석들을 돌봐줘야 해. 내가 아니면 누가 한다는 말이야.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이 '세계'를 위해서라도!

 

의지를 불태우며 카이는 일어섰다. 그의 가슴 속에는 다시 희망이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때, 갑자기 방이 환해졌다.

 

눈이 너무 부셔서, 또 갑작스러운 변화에 당황해서, 카이는 몸을 웅크리며 경계의 자세를 취했다. 아파오는 눈을 흐릿하게 뜨자, 앞에- 누군가가 서 있는 게 보인다.

 

"웬놈이냐!"

 

카이의 호통에 '무언가'는, 웃었다. 카이의 표정이 굳는다. 상대는 인간이 아니었다. 아직 시야가 회복되지 않아서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저건-

 

노란, 고양이다.

 

"미안해. 카이. 너에겐 안 된 일이지만,"

 

고양이가 손을 휘둘렀다. 저항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의 표류에 휩쓸린 카이는 벽으로 내동댕이 쳐졌다가, 강제로 무릎이 꿇려졌다. 이게, 뭐야. 입가로 피를 흘리며 카이는 고양이를 노려보려 하지만, 작은 손짓에 고개까지 바닥에 처박고 말았다.

 

"넌 삭제야."

 

"뭐......? 무, 슨......"

 

이해할 수 없는 상대의 말에 카이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저항의 말이 튀어나오려 애쓰다가, 이내 막혀버린다.

 

숨이 막힌다.

 

머릿속이 빠르게 탈색된다.

 

"니 몸을 봐. 흰색 기본 속옷 보이지?"

 

노란 고양이는 멋대로 지껄이며, 한 걸음, 두 걸음, 방을 나선다.

 

"그게 문제야. 넌 안 팔리거든. 이 더러운 남캐 새끼야."

 

안 돼. 여기서 무너지면 안 돼. 밖에는 날 기다리는 동료들이. 없애야 할 적이. 세계의 존망이-

 

아---.

 

마지막 힘으로 치뜬 카이의 눈동자에, 노란 고양이가 히죽 웃는 게 비쳤다.

 

"Game Over."

 

문 닫히는 소리와 함께 방에는 다시 암흑이 찾아온다.

 

언제까지고 카이는 움직일 줄 몰랐다. 언제까지고, 언제까지고......

 

 

 

 

 

그리고 몇 달 뒤. 게임 포럼들에는 새로운 기사가 뜬다.

 

 

<마영전, 신 캐릭터 발표......'카이' 아닌 '카순'>

 

"남성 궁사 캐릭터에는 제약이 너무 많아 어쩔 수 없이 여성 캐릭터로 바꾸게 되었다."


"카순은 쭉빵한 매력이 강점인 엘프 여궁사"

 

"신규 이너아머도 많이 업데이트될 예정이니 많은 사랑 바란다."

 

"좋은 게 좋은 거잖아 슈ㅣ발"

 

 

 

 

-끝-

 

 

 

 

 

 

 

 

슈ㅣ발 내 카이 내나여 ㅠㅠ

 


 

Lv70 자자미시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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