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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소설]부서진 낙원 2화 : 입단식(2)

로엔베르트
조회: 1542
2011-02-27 00:47:39

-쾅

 

갑작스러운 굉음에 늦잠을 자고 있던 산새들이 혼비백산 하며 날아올랐다. 언제 누가 어떠한 목적으로 만들었고, 또 어째서 무너졌는지 모를 폐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무거운 적막을 깨버린 것은 놀랍게도 단 한명의 사내 때문이었다. 기괴한 소음을 간헐적으로 흘리는 나무인형을 수박도 한손에 쥐어버릴 것 같은 커다란 손으로 쥔 채 깊은 손자국을 파 넣는 거대한 사내. 단원들의 훈련을 위해, 혹은 새로운 단원의 입단 테스트를 위해 만든 나무인형은 괴인의 손에서 끔찍한 신음을 흘리며 움직임을 멈췄다.

 

-끼긱… 끼기긱…

 

"부, 분명히 아까 완벽하게 수리를 마쳤을 텐데……."

 

마렉은 투구 사이로 보이는 기가 막힌 광경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돌로 된 기둥조차 발차기 한방으로 산산조각 내 버리는 피오나조차 목인의 가슴을 살짝 패는 것으로 만족했을 만큼 목인은 견고했다. 하지만 그런 목인을 손아귀 힘만으로 고장내트린다는 것은 도저히 인간의 범주에서는 상상 할 수 없는 일이었다.

 

2m정도는 가소롭다는 듯 넘겨버릴 거구의 남자. 단순히 괴물 신참으로 치부하기엔 존재감이 너무도 컸다. 마렉은 힘겹게 손 끝을 까닥거리는 목인의 모습을 보며 이 신참이 칼브람 용병단에 들어온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 불행으로 여겨야 하리 고민해야 했다.

 

"맙소사…"

 

아이다과 게렌이라고 상황이 다를 것은 없었다. 아이단은 새로 온 단원의 힘이 두렵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그의 힘이 너무나도 맘에 들었다. 그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입단 후보생의 차력쇼를 계속해서 구경했다. 한편 게렌은 이 신참이 정말 맘에 들지 않았다. 그가 하루하루를 사는 유일한 낙인 '신참 놀려먹기'가 도저히 이 신참에겐 통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놀려댔다간 순식간에 저 목인 꼴이 날 것 같은 불안감이 그의 몸을 사시나무마냥 덜덜 떨게 만들었다.

 

단순히 남쪽에서 왔다고 하기엔 힘과 체격 모두 설명이 되지 않았다. 그의 힘은 분명 인간의 그것을 상회했으며, 팽팽하다 못해 피부를 찢고 튀어나올 것 같은 근육은 그가 태생적으로 인간과는 다른 생물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듯 했다.

 

목인을 두 세 기 더 박살을 내 놓은 뒤에야 그는 테스트를 끝마칠 수 있었다. 용병단 훈련장을 완수해야 끝나는 일반적인 테스트에 비하면 이상하리만치 빠른 진도였다.

 

"엄청난 거물이 왔어."

 

카록. 24세. 합격.

 

-----

 

"그런 고로. 오늘부터 우리와 함께 지내게 될 두 사람을 소개한다."

 

언제나 그렇듯 눈을 뿌리는 하늘은 우중충하기 그지없다. 가끔 구름 사이로 빠져나온 햇빛이 간신히 사물을 분간할 수 있게 해줄 뿐. 이비의 입단 소식으로 봄날 소풍마냥 화사하던 칼브람 용병단의 분위기는 마렉 일행이 돌아오는 순간 폭풍전야처럼 고요해졌다. 마렉의 뒤에서 허리를 숙이고 들어오는 거인(놀랍게도 거인의 키는 문 높이를 훨씬 상회했다.)의 분위기가 범상치 않았기 때문이리라.

 

“저기 근데… 마렉. 일단 그 두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겠는데…….”

 

리시타는 근엄하다 못해 무서운 분위기까지 조장하는 새로운 ‘신입’의 기세에 눌려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겨우 진정하고 다시 운을 떼려는 순간.

 

“그 전에, 마렉. 난 저 냄새나는 돼지와 잠시 해야 할 얘기가 있는데 말이야. 안 그래? 자이언트 씨.”

 

지금까지 잠자코 있던 카이가 앞으로 나섰다. 마치 ‘해피 월드 만들기’를 자신의 생업으로 삼은 듯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는 그였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지금 그의 표정은 지금까지의 자신을 온몸으로 부정하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무섭게 치켜 올라간 눈매. 부들부들 떨리는 표정. 한쪽으로 비뚤어진 입가. 증오와 비웃음이 한데 얽힌 표정이었다.

 

“대체 무슨 말이야? 카이. 그리고 너 그렇게 폭언하는 애가 아니잖아.”

 

피오나는 낯선 카이의 모습에 불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한 조의 조장으로서 그의 행동을 묵과할 수 없었다. 신참에게 폭언을 퍼붓는 것은 그 어떤 용병단에서도 일어나지 않은, 또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종의 무언의 약속이었다.

 

“피오나 누나, 미안하지만 지금 누나의 행동은 쓸데없는 참견일 뿐이에요.”

“야! 카이! 조금 말이 심하잖아!”

“닥쳐! 이건 종족간의 문제야! 인간은 빠져!”

 

리시타는 서슬 퍼런 카이의 표정과 태도에 눌려버렸다. 오늘 하루 동안 두 남자에게 기세가 눌려버린 리시타의 자존심은 이그나흐 강 어느 깊은 곳에서 ‘아하하하 리시타 안녕~ 여긴 참 시원하고 좋네. 날 누를 사람도 없고 말이야.’라며 헤엄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조용히 카이의 말을 듣고 있던 신입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 입단식은 언제 끝나는가.”

“아, 아. 진행 해야지. 이쪽은 카록이라고 해. 앞으로 거기 있는 이비와 함께 피오나조로 배속 될거야. 피오나조는 피오나와 리시타, 그리고 오늘 너와 같이 들어온 이비가 조원…….”

 

카록의 말로 정신을 차린 마렉이 어서 진행을 서두르려 했지만, 이미 폭언을 내뱉은 카이가 이대로 물러설 리는 없었다. 사실상 이미 입단식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분위기가 내려 앉았기 때문에 마렉 또한 이대로 진행하고 싶진 않았다.

 

“내 말 무시하지 마!”

“어서 진행토록 하지. 쌓인 여로가 이만저만이 아니라서.”

 

자꾸 카록이 카이의 말을 무시하자, 카이는 울화통이 치밀었다.

 

“누가 더러운 로키의 똘마니들 아니랄까봐 근엄한 척이라도 하는 거냐?”

 

역린이었다. 카록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었고, 그의 팔에 굵은 힘줄이 솟아났다. 웬만한 남자의 머리통보다 더 큰 그의 손이 덩치에 맞지 않게 덜덜 떨렸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등에 맨 커다란 기둥을 집어던질 듯 일그러지던 그의 표정은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냉정을 되찾았다.

 

“스쿨드의 애송이들은 원래 그렇게 예의가 없나?”

“뭐라고? 그 못 생긴 혀로 감히 고귀한 이름을...!”

“아아. 이제 보니 참을성도 없나 보군.”

 

카이와 카록은 ‘네놈! 요절을 내 버리겠다.’ 라는 눈빛으로 서로를 노려보았다. 이들의 살벌한 광경에 마렉과 피오나, 리시타를 포함한 용병단원 전원은 얼어붙었고, 싸늘한 분위기는 영하를 단숨에 돌파해 용병단 실내를 냉동실로 만들어 버릴 듯이 초고속으로 주저앉고 있었다.

 

“애도 아니고, 다 큰 아저씨들 둘이서 이렇게 민폐 끼치며 서로 노려보기만 하면 어떻게 할 건데요?”

 

그런 절대영도의 절망적인 분위기 속에서 용감하게 말을 꺼낸 건 놀랍게도 여린 소녀 이비였다. 그녀는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밝았던 분위기가 누군가의 등장과, 또 그 누군가와 싸움을 시작한 누군가의 의해 깨졌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짜증이 났다. 이비로서는 대체 이런 날 왜 싸우는 건지, 또 용병 사이의 무언의 약속이 뭔지, 왜 저런 무지막지한 거인이 자기와 동기로 들어와야 하는지 막막했으므로 가슴을 치며 통곡할 일이었다. 어찌됐건 현 상황에서 가장 기분이 나쁜 것은 카이도, 카록도, 용병단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이비였다.

 

“스쿨드가 어쨌니, 로키가 어쨌니, 일단 중요한건 카이오빠는 엘프란 거고, 거기 카록씨는 자이언트란 거죠? 대체 그 둘이 어떻게 다르고 왜 싸워야 하는 건지 난 몰라요. 하지만 어찌됐건 지금 둘의 싸움은 우리 인간들이랑은 아무 관계없다는 건 알겠어요. 알겠으니까 좀 나가서 싸워요! 말로 하지 말고 치고 박고 몸으로 싸우란 말이야! 다 큰 아저씨들이 쩨쩨하게 말싸움이 뭐야!”

 

더 이상 주체할 수 없는 짜증이 폭발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갓 성인이 된 소녀의 일갈.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얼굴은 당혹감과 허탈감, 그리고 놀라움으로 엉킨 채 이 당돌한 소녀를 바라보았다. 유일하게 표정을 바꾸지 않은 채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카록이 마렉에게 말했다.

 

“이 용병단은 입단식이 참 화려하군. 다짜고짜 시비를 걸지 않나, 한참 어린 애송이가 짜증을 내질 않나. 이걸로 입단식이 끝난 거라면 난 이만 자리를 뜨도록 하지.”

 

카록은 그 특유의 작고 거친 눈으로 천천히 카이와 이비, 피오나와 리시타를 둘러보더니 등돌려 나가버렸다. 그렇다고 냉동고 같은 분위기가 같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서 남은 인원들은 그 자리에서 카록이 나간 용병단 문과 이비를 번갈아 볼 뿐이었다. 하지만 이비는 그런 사람들의 주목이 맘에 들지 않는 다는 듯 의자에 주저앉으며 말했다.

 

“왜요!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요? 에이 씨 대체 이게 뭐야 히잉…….”

“아니… 뭔가 의외라서…….”

 

리시타는 멍한 얼굴로 중얼거렸고, 피오나는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하며 2층에 있는 자기 방으로 올라가 버렸다. 마렉은 투구를 긁적이며 서 있었고, 케아라는 주방에 들어가서 만들다 만 파티 음식을 냉동고에 넣고 있었으며, 아이단은 자신의 서재를 향했다. 어째서인지 게렌은 보이질 않았고, 카이는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은 것인지 고개를 떨군 채 주먹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아직도 분이 안 풀린 건 아니죠?”

 

이비는 의자에 앉은 채 여전히 서 있는 카이에게 물었다. 왠지 자신이 그의 무언가를 망쳐 놓은 것 같은 찝찝한 죄책감 때문이었다.

 

“……아니야.”

“…네?”

“나 아저씨 아니야! 아직 팔팔한 21세 엘프라고! 너랑 4살 차이밖에 안 나거든?”

 

이비는 카이의 반응에 안도했다. 저 장난스런 어투며 표정이 몇 시간 전의 그로 다시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역시 카이 오빠는 애구나’ 라는 터무니없지만 어째서인지 옳은 것 같기도 한 생각을 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제 평범한 하루를 보낼 수 있겠지. '짜증이 마구마구 샘솟는 입단식'을 끝낸 칼브람 용병단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여러분! 큰일 났어요! 벤샤르트가! 벤샤르트가!”

 

용병단 문을 벌컥 열며 들어온 한 여성. 짙은 금발머리와 큰 눈을 가진 여인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이번엔 또 뭐야? 내 편할 것 같았던 하루가…….’ 불과 5분 전과 상반되는 칼브람 식구들의 생각. 빠르게 모든 장비를 착용하고 순식간에 2층 방에서 내려온 피오나가 거친 숨을 몰아쉬는 여인에게 다가가 물었다.

 

“티이! 네가 여긴 어쩐일로?”

“언니……. 흑. 왠지 오늘은 종탑 쪽에서 기도를 할까 해서 가봤는데요……. 흑. 벤샤르트가… 벤샤르트가아…. 저 어쩌면 좋아요? 네? 대체 어쩌면…….”

 

티이는 새하얀 홀터넥 원피스와 모리안의 무녀임을 상징하는 금색 팔찌와 목걸이를 입은 채 피오나에게 안겨 눈물을 흘렸다. 피오나는 티이가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눈치 챘다. 벤샤르트라면 콜헨의 수호수로 알려진 거대거미의 이름이었다. 또한 무녀로 자라온 티이의 오랜 친구이기도 했다. 뒤늦게 내려온 다른 용병단원도 티이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챈 듯 했다.

 

“출정을 준비하라. 발리스타를 대기시켜. 케아라! 당장 여관으로 가서 카록을 데려와. 나머지는 유사시에 대비해 단단히 준비하도록!”

 

무서우리만치 단호하고 냉정한 명령. 놀란 티이와 피오나, 마렉의 눈동자를 회피하는 단장 아이단의 눈동자는 깊고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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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 길어졌.

이비 설정 및 전신 컷 ㅋ

 

Lv30 로엔베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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